마트와 편의점이 소주 공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 연휴를 앞두고 주문량이 늘어나는 데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홈술족'이 증가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특히 병 소주보다 가볍고 분리수거가 쉬운 페트병으로 수요가 쏠리면서 물량 부족 현상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1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지역의 편의점과 기업형슈퍼마켓(SSM) 물류센터에 보관된 '참이슬 페트(640㎖)'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CU의 일부 물류센터의 경우 지난 4~5일 이틀 간 가맹점 발주를 정지시켰다. CU 측은 "제조자 생산 부족으로 일시 발주 정지가 등록됐고, 정상 공급 일자가 늦어지고 있다"고 전달했다.
이 대로라면 설 연휴를 일주일 앞둔 다음주께 대부분의 지역에서 참이슬 페트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봤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현재 재고 소진 속도를 파악 중"이라며 "소진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면 점포당 발주량을 제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매점은 통상 설 명절을 앞두고 소주 발주량을 평소보다 2~3배 가량 늘린다. 연휴 기간 소주 판매량이 늘어나는 데다 추가 주문을 해도 입고가 지연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달부터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도 소주 판매량을 견인했다. 실제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4인 사적모임 제한·9시 영업제한'이 시작된 지난달 18일부터 이달 8일까지 3주간 소주 매출은 직전 3주간(11월 26일~12월 17일) 대비 34.9% 증가했다. 짧은 영업시간에 외식 수요가 홈술로 몰린 것이다.
특히 페트병 소주 판매량이 급증했다. 무게가 가벼운데다 병 소주보다 분리수거가 쉽기 때문이다. 또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8월 '처음처럼'의 페트 제품에 투명 패키지를 적용하고 250㎖와 500㎖ 소용량을 출시하는 등 리뉴얼을 단행한 것도 판매 호조를 이끌었다는 평가다. 하이트진로도 가정용 소주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해 소주 '진로이즈백' 페트병을 출시했다. 대선주조는 '시원'과 '대선소주'의 기존 페트보다 용량을 40㎖ 더 늘린 400㎖ 상품을 선보였다.
그 결과 지난해 CU에서 페트 소주 매출신장률은 57.4%로 병 소주(24.9%)를 크게 앞질렀다. 전체 소주 매출에서 페트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0년 14.3%에서 지난해 20.8%로 확대됐다. 반면 병 소주는 80% 아래로 비중이 줄었다.
국내 소주 점유율 1위 하이트진로의 경우 현재 이천과 청주, 마산공장 3곳에서 소주를 생산하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전체 소주 생산라인에서 페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은데 반해 판매량이 30% 가량 증가해 생산이 타이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