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대 명품인 루이비통이 한국 시내면세점 철수를 시작했다. 지난해 루이비통은 고급화 전략을 내세우며 중국 보따리상(다이궁) 위주인 한국 시내면세점 철수를 통보한 바 있다. 앞서 롤렉스도 국내 면세점 3곳만 남기고 매장을 모두 철수하는 등 명품의 줄이탈이 현실화되자 면세업계의 시름도 더욱 깊어지고 있다.
1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 제주점에 입점한 루이비통 매장이 올해 1월 1일부로 영업을 중단했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운영 상의 어려움으로 영업을 중단했다"며 "다만 정확한 철수일자가 정해진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롯데면세점 제주점 운영 중단을 시작으로 루이비통의 국내 면세점 철수 작업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고 있다. 루이비통은 서울 4곳(롯데 2곳, 신라, 신세계(004170)), 제주 2곳(롯데, 신라), 부산 1곳(롯데) 등 총 7개의 시내면세점에 입점돼 있다. 면세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주도 매장을 시작으로 올 10월까지 순차적으로 매장을 정리할 계획으로 들었다"며 "서울 매장 철수도 시간 문제"라고 전했다.
국내 면세점에서 명품 브랜드가 빠지는 것은 루이비통만이 아니다. 앞서 롤렉스는 지난해 말 서울과 제주, 인천공항에 각각 1개씩 거점 매장만 남기고 국내 면세 채널을 전부 정리했다. 이에 따라 10개에 달했던 롤렉스 면세점 매장은 3곳으로 통폐합됐다.
명품 브랜드가 국내 시장에서 탈(脫)면세에 속도를 내는 이유는 국내 면세점의 다이궁 의존으로 인해 브랜드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 시내면세점은 다이궁 매출 비중이 90%에 달해 명품 브랜드의 전략에는 어긋나는 사업장이다. 지난 2017년 중국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보복으로 한한령(한류 제한령)을 내리면서 중국 매출 대부분을 차지하던 중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겼고 그 빈자리를 다이궁이 메웠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사태로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다이궁의 비중이 90%까지 치솟았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명품의 주요 구매 통로가 면세점에서 백화점으로 이동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해외여행이 제한되면서 보복소비를 타고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50% 가까이 뛰었다.
명품들의 잇따른 철수는 가뜩이나 상황이 좋지 않은 면세업계에 큰 타격을 불러올 수 있다. 루이비통이나 롤렉스 등 하이엔드급 명품이 철수하면 이를 대체할 만한 브랜드가 없어 매출과 경쟁력 하락이 불가피하다. 특히 루이비통의 경우 루이비통이 속한 LVMH그룹의 타 브랜드도 철수 가능성이 존재해 업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LVMH에는 디올, 셀린느, 펜디, 지방시 등 여러 브랜드가 속해있다.
면세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면세점에게는 슈퍼 갑으로 사실상 일방적으로 철수 통보를 해와도 설득 말고 방법이 없다"며 "루이비통 수준의 명품 이탈은 코로나19 이후 국내 면세시장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려 매출 회복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