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열정으로 스크린을 압도하는 배우가 있다. 불나방처럼 연기에 달려들어 혼신의 힘을 다하고, 결과물을 통해 힘차게 나아갈 원동력을 얻는다. 연기, 그 자체를 즐기는 배우 조진웅은 작품을 향한 뜨거운 피를 지녔다.
조진웅은 영화 '경관의 피'(감독 이규만)를 통해 이번에도 뜨거운 연기 열정을 보였다. 작품은 위법 수사도 개의치 않는 광수대 에이스 강윤(조진웅)과 그를 감시하게 된 언더커버 신입 경찰 민재(최우식)의 위험한 추적극이다. 조진웅은 고급 빌라에 살면서 명품 수트를 입고 외제차를 타며 범죄자들을 수사해 온 광역수사대 반장 강윤을 연기했다. 강윤은 범죄자를 잡기 위해선 위법 수사도 불사하는, 일의 효율성을 추구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원칙주의자 민재와 만나 뜨겁게 부딪힌다. 이규만 감독과 경성대학교 동문이라는 조진웅은 감독을 향한 믿음과 촘촘한 시나리오에 끌려 작품을 선택했다.
"이규만 감독님은 학교 다닐 때부터 알고 지냈어요. 저보다 선밴데, 후배들에게 따뜻하고 아름다우신 분이에요. '경관의 피'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방대한 과정을 2시간 내로 임팩트 있게 압축했더라고요. 강윤을 빨리 현장에 가서 표현하고 싶을 정도였죠. 감독님은 치밀하게 작업해 밀도 높은 캐릭터를 만드는 분이에요. 그런 분과 함께하게 돼 행복하더라고요. 신뢰도 있었고, 편했죠. 학교 선배로서 위계에 대한 압박은 없었어요. 동료로서 책 많이 읽어 주는 동네 형 같은 느낌이었죠. 완성된 작품을 보니 우리들이 꾀하고자 했던 지점들이 정확히 짚어진 것 같아서 좋아요."
강윤은 흑과 백 사이, 좁은 회색 지대에 바르게 서 있으려고 하는 인물이다. 선과 악의 경계선 위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극도의 효율성을 추구한다. 조진웅 역시 연기 앞에서는 뜨거운 마음으로 몰입하기 위해 극도의 효율성을 따라간다. 그런 점에서 조진웅과 강윤은 닮아 있다.
"강윤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과 제가 작업하는 방식이 그리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아요. 저는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편이죠. 캐릭터를 어떻게 완성시킬까 치열하게 고민하는데 그 부분이 강윤과 비슷하지 않나 싶어요. 그런데 경계선에서 중심을 잡는 부분을 연기하는 건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제 스스로를 믿고, 감독님과 스태프들을 믿고 연기하려고 해요. '지금 이 캐릭터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자신감을 갖고 해요. 싱크로율은 100%라고 볼 수 있죠."
절대선이거나 절대악으로만 그려졌던, 기존 미디어가 조명한 경찰과는 다른 모습이다. 선인지 악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 속에서 악인인 범죄자를 잡는 행위를 위해 위법을 서슴지 않는다. 단순하게 선한 방법으로 악을 잡는 게 아니다. '악인을 잡는 위법은 악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 것.
"가야 될 목적이 있는데 그것이 위법한 경우가 될 수도 있는 거예요. 이걸 어떻게 드러내야 될지 고민이 많았어요. 그냥 직진으로 밀어붙여야 되는데, 관객들은 강윤을 보고 악인지 선인지 헷갈릴 정도의 호흡도 줘야 했어요. 관객들은 헷갈리지만, 배우는 헷갈려선 안돼요. 자칫 캐릭터가 무너지고 흐지부지될 수 있으니까요. 긴장감을 주는 정도의 적정선을 찾는 것도 고민이었죠."
여기에 명품 수트를 입고 우아하게 움직여 비주얼적으로도 차별점을 만들었다. 수많은 작품 속 형사들이 야상 점퍼에 운동화를 신은 모습과 사뭇 다르다. 색다른 형사인 만큼, 조진웅은 더욱 날이 선 연기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감독님, 의상, 분장팀 등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제가 입는 모든 옷을 제작해야 됐고, 헤어 콘셉트와 분장도 때에 따라 다르게 표현했어야 됐으니까요. 강윤이 지쳐 있을 때의 모습,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줄 때 여러 가지를 고려했고, 고민의 산물이 강윤이에요. 그렇기에 기존 경찰들과 변별력이 생길 수 있었고, 저는 더욱 날이 선 연기를 할 수 있었어요."
조진웅은 앞서 영화 '독전', '사라진 시간', 드라마 '시그널'에서 경찰 역을 맡아 열연한 바 있다. 이제는 경찰 전문 배우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같은 경찰이고, 같은 배우가 연기했으나 조진웅의 경찰 캐릭터는 저마다 특색이 있다. 그는 변별을 두기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시나리오 분석이라고 강조했다.
"경찰 역을 자주 맡는 것에 대한 부담감은 없어요. 세상에 어떤 감독도 배우의 전작 캐릭터를 그대로 가져와서 해보자고 하지 않죠. 그러기 위해서는 변별력을 둬야 되는데, 시나리오를 잘 분석하고 공부하면 그 길이 보이더라고요. 이번 작품에서도 전작과는 다른, 아주 큰 차이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조진웅이 어디 가겠냐마는, 해석의 차이로 달라져요."
경찰물에서 뗄 수 없는 건 액션이다. 범죄자를 추적하고, 이들과 맞서는 과정 속 스타일리시한 액션은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조진웅은 이번 작품에서 액션은 많지 않았지만 하던 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무술 감독님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죠. 사실 최우식이 액션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유도 베이스의 액션을 해야 돼서 액션 스쿨에서 꽤 많이 훈련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실제로 보니 잘하더라고요. 연습을 충분히 해도 현장에서 잘 활용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최우식은 매무새가 좋았어요. 전 덩치가 크니까 상대 배우 찾는 게 일이에요. 절 위협해야 되는데, 저보다 덩치 큰 사람이 많이 없으니까요."
강윤이 조진웅의 전작 경찰 캐릭터와 다른 가장 큰 이유는 민재를 이끌어 주는 리더라는 점이다. 병아리 경찰을 지켜봐 주고, 성장시키는 역할이다. 심지어 민재가 언더커버라는 걸 알면서도 강윤은 그를 감싸주고 지지한다. 조진웅은 이 역시 강윤의 소신 때문이라고 말했다.
"제가 가려고 하는 방식이 있고, 민재가 가는 방식이 있잖아요. 거기서 신념이 충돌하는 거죠. 어쨌든 정의를 실행하고 실현시키려는 목적은 같은 거잖아요. 민재의 소신을 바꾸라고 강요하는 게 아니라 목적지가 같다는 걸 상기시키는 거예요. 강윤이 갖고 있는 줄기와 목적을 분명하게 보여주기 위해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그 안에는 강윤이 아주 듬직한 형처럼 보이는 인간미도 있죠."
조진웅은 그간 영화 '퍼펙트맨', 드라마 '안투라지' 등에서 수많은 남자 배우와 호흡을 맞춘 바 있다. 유독 브로맨스가 돋보인 작품에 출연한 그는 이번에도 최우식과 브로맨스를 선보였다. 최우식과의 케미는 작품 속 강윤, 민재의 상황과 맞물려 자연스럽게 나올 수 있었다. 강윤이 민재를 챙기듯, 조진웅도 현장에서 최우식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은 게 뒷받침될 수 있었다고.
"무조건 현장은 즐거워야 된다고 생각해요. 장면도 힘들고, 내용도 쉽지 않은데 현장에서까지 고민하고 있을 필요는 없죠. 모두가 현장을 즐길 수 있게끔 제가 주연으로서 해야 될 임무가 있어요. 스태프와 호흡하고 배우들을 잘 이끄는 게 중요한 지점 중 하나죠. 단지 미덕으로만 남는 게 아니라 뛰어들어서 작업할 때 비로소 케미가 생길 수 있어요. 브로맨스 역시 그렇게 완성됐죠."
그는 최우식뿐 아니라 현장에서 많은 후배를 보듬는 선배였다. 상대 배우와 친하고 현장이 즐거워야 된다는 조진웅의 신념이 이번 작품에서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특히 배우 권율과는 같은 소속사로 평소 친분이 두터워 촬영하기 한층 수월했다.
"권율은 제가 아끼는 동생이에요. 사실 권율은 웃기러 현장에 오는 것 같다고 생각할 정도로 유쾌한 후배예요. 어디 학원에 다니는 것 같아요. 이동할 때 제 차로 가는데, 끊임없이 웃기더라고요. 이런 게 현장에서도 도움이 돼요. 서로 편하기에 할 수 있는 동선, 시선을 응시하는 타이밍이 있어요. 자연스럽게 맞춰지는 거죠."
큰 공백기 없이 꾸준히 작품을 하고 있는 조진웅. 치열한 연기 과정을 즐기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불나방처럼 달려들어 어려운 감정신을 해냈을 때의 신명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했다. 여기에 모든 감독, 스태프, 배우들이 하나의 목적을 갖고 정진하는 것도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연기를 하면서도 꾀했던 지점을 쳤을 때의 기쁨은 정말 커요. 사실 어려운 감정신을 앞에 두고 '교통사고가 나면 그 신을 안 찍어도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액션은 그냥 몸으로 부딪히면 되는데, 감정신은 그게 아니더라고요. 그렇게 고민하면서 사투를 벌이고, 결과물을 봤을 때 뿌듯하죠."
조진웅은 2022년, 다양한 모습으로 관객들과 만날 예정이다. 영화 '데드맨'을 올해 안에 개봉시키는 목표를 갖고 촬영 중이고, 제작자로도 변신한다. 연기의 끈을 놓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시나리오 회의도 하고 작업도 하고 있어요. 대본도 잘 나온 것 같아요. 아마 OTT 플랫폼을 통해 공개할 것 같은데, 관객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가 있죠. 제작은 처음인데, 이것도 배우고 나니 재밌더라고요. 앞으로도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어 내고 싶어요. 또 OTT를 통해 세계로 나가고 싶어요. 요즘 워낙 대한민국 콘텐츠를 세계가 열광하잖아요. 저도 큰 꿈을 꾸게 됐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