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뉴요커의 아트레터] 알렉산더 칼더와 모마의 특별한 관계

움직이는 조각 '모빌' 창시자

선으로 표현한 볼륨감…전통 조각의 한계에 도전

모마가 기획한 칼더 회고전

알렉산더 칼더의 1948년작 모빌 조각 'Snow Flurry 1'은 제목처럼 흩날리는 눈을 닮았다. 칼더의 모빌은 미묘한 움직임, 작품과 그림자의 조화를 함께 보는 재미가 있다.


알렉산더 칼더 (Alexander Calder)는 혁신적인 모빌 조각으로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작가다. 조각이라는 것이 벽이나 바닥에 고정돼 있는 것과 달리 그의 대다수 작품들은 모터 같은 특별한 동력장치가 없음에도 중력, 기력 등 외부 힘에 의해 천천히 움직인다. 어렸을 적 그의 부모는 칼더가 예술가가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칼더는 부모의 조언대로 기계 공학과에 진학했다. 정작 칼더는 입학할 당시 기계 공학과가 무슨 공부를 하는 곳인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 졸업 후에는 수력발전소와 배 등 다양한 환경에서 공학과 관련된 업무를 하던 중 우연한 계기로 예술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칼더는 뉴욕으로 향했고 그의 예술 인생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기념비적 스케일을 가진 칼더의 검정 조각작품들. 전통적인 조각과 달리 좌대도 없고, 다이내믹한 선적인 요소가 두드러진다.


뉴욕 근현대미술관 모마(The Museum of Modern Art)에서 15일 막을 내린 알렉산더 칼더 기획전은 칼더가 뉴욕에서 파리로 건너간 후 제작한 초기 1930년대 작품들 대다수를 전시했다. 칼더와 모마 미술관의 특별한 관계는 모마가 칼더의 작품을 처음 선보인 193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9년 모마가 개관한 지 불과 몇 달 되지 않은 때였으니 모마와 칼더는 동반자처럼 함께 성장했다. 설립 초창기의 모마는 칼더에게 ‘Lobster Trap and Fish Tail’(1939) 와 같은 작업들을 의뢰했고, 1943년 칼더는 이곳에서 45세의 가장 젊은 나이로 회고전을 가진 아티스트로 기록됐다. 현재 모마 미술관 중앙 정원에는 칼더가 기부한 야외 설치 조각 작품들이 상설 전시 중이다.

알렉산더 칼더가 뉴욕에서 파리로 간 후 작업한 서커스 시리즈는 광대의 익살스러운 표정과 동작을 철사로 표현하고 있다.



이번 기획전 전시장에 들어서면 기념비적인 칼더의 크고 검은 대형 작업들이 놓여 있다. 그와 대조적인 가늘고 하얀색 모빌 조각인 ‘Snow Flurry 1’(1948)이 눈길을 끈다. 천장에 고정된 가느다란 중심축에서 여러 방향으로 뻗어있는 얇은 나뭇가지와 같은 철사들은 묘하게 균형을 맞추면서 매달려있다. 기계 공학과 물리학을 공부한 그의 과거 경력 때문인지 작품은 단순한 모빌 조각을 넘어선다. 천장에 매달려 있는 중심 축의 진동, 중력, 기류 등이 복합적으로 작품에 적용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공중에 매달린 채로 서서히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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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전시 공간으로 이동하면 칼더가 1926년부터 1933년까지 파리에 머물면서 했던 작업들도 살펴볼 수 있다. 파리시기는 칼더의 전환점이었다. 당시 세계 미술의 중심지였던 파리에서 칼더는 호안 미로, 피에트 몬드리안, 페르낭 레제, 마르셀 뒤샹 등과 같은 수많은 아방가르드 아티스트들과 친구가 된다. 그들의 진보적인 작업에서 영향을 받은 칼더는 전통적인 조각의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시각 언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평면과 모빌 조각이 결합된 형태의 1936년작 'Swizzle Sticks'


전통적인 조각이 무겁고, 정해진 좌대 위에 고정되어 있는 형태를 대부분 취했다면, 칼더의 초기 작업들은 얇은 철사로 이뤄져 공중에 매달려 있다. 기존 조각이 가지는 덩어리(Mass)와는 다르게, 칼더의 철사 조각이 가지는 다이내믹한 선들은 새로운 조각의 덩어리를 창조해낸다. 이를 대표하는 작업으로는 ‘Cirque Calder’ 시리즈가 있다. 서커스 관련 이미지들이 철사, 천, 고무, 코르크, 실과 같이 비전통적인 조각 재료들로 시각화되어 있는 작업들이다. 출품작 ‘Josephine Baker 3’(1927)이 좋은 예다. 서커스 광대의 익살스러운 표정까지도 철사로 표현돼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모마가 기획한 칼더 회고전의 마지막 전시장에는 모빌 조각 뿐만 아니라 드로잉, 조각 등 다양한 재료를 혼합해 시도한 여러 작품들이 설치돼 있다.


전시 마지막 공간에는 칼더가 철사를 이용한 작업 외에도 다양한 실험을 한 흔적들을 볼 수 있다. 드로잉뿐만 아니라 평면과 모빌 작업이 결합된 작품도 있다. 그의 1936년도 작품 ‘Swizzle Sticks’에서 칼더는 빨간색으로 칠해진 나무 합판 앞에 자신의 모빌 작업을 매달아 놓았다. 빨간색 평면 위에 시시각각 움직이는 칼더의 모빌에서 나오는 임의적인 그림자들은 작품에 우연적인 요소를 추가한다. 기존 칼더의 철사를 이용한 작업이 형태를 직접적으로 시각화했다면, 이 작업 같은 경우에는 실제 존재하는 선 외에도 추가적으로 선의 그림자라는 환영이 동시에 나타나 흥미로운 풍경을 자아낸다. /뉴욕=엄태근 아트컨설턴트



조상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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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레저부 조상인 기자 ccsi@sedaily.com
친절한 금자씨는 예쁜 게 좋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현대미술은 날 세운 풍자와 노골적인 패러디가 난무합니다. 위작 논란도 있습니다. 블랙리스트도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착한미술을 찾기 위해 뛰어다니고 있습니다. 미술관, 박물관으로 쏘다니며 팔자 좋은 기자. 미술, 문화재 전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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