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과학기술 패권 전쟁 시대에 각국이 양자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최근 양자 기술을 전략 기술 중 하나로 제시했지만 아직은 정부의 양자 기술 연구개발(R&D) 지원이 미국·중국·일본에 비해 미미한 수준이라 이를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안도열 서울시립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교수는 19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양자 기술 중 제가 연구하는 양자컴퓨팅은 4차 산업혁명 시대 신약 개발, 금융 공학, 물류 최적화, 자율주행 등에 필수적인 와해성 혁신 기술”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서울시 조례에 의해 설립된 서울시립대 양자정보처리연구소장인 그는 최근 유럽연합(EU) 산하 연구기관인 JRC(Joint Reserach Center)의 기술 보고서(Patent Analysis of selected Quantum Technologies)에서 서울시립대가 지난 10년간 양자컴퓨팅 특허 출원·등록 면에서 세계 25등에 오르게 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웠다. 이번 보고서에서 서울시립대는 미국 스탠퍼드대와 캘리포니아대 등을 누르는 기염을 토했다.
그는 “서울시립대 양자정보처리연구소가 세계적인 수준의 특허를 확보하게 된 것은 지난 1998년 우리나라가 양자컴퓨팅의 불모지이던 시절부터 정부에서 100억 원가량의 R&D 과제를 수주했고 미국 공군 등 국제 R&D에도 활발히 나선 결과”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2020년 9월 미 공군에서 선정한 혁신적인 양자 기술 연구자 후보로 선정돼 지난해 3월부터 미 공군 연구소에서 발주한 양자컴퓨팅 최적화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안 교수는 “3년 전 구글이 양자 우월성이라는 논문을 네이처에 내면서 53큐비트 양자컴퓨터를 써 슈퍼컴퓨터로는 1만 년 걸릴 아주 복잡한 회로의 입출력 연산을 단 200초 안에 해결했다고 발표했다”며 “양자컴퓨터의 연산 속도가 빨라지면서 고난도의 분자구조 계산, 금융시장 예측, 기후위기 분석 등 현재 기술로는 풀기 힘든 문제를 실시간에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정부는 10년 내 일본과 유럽연합(EU)을 뛰어넘는 수준의 기술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양자 기술을 인공지능(AI), 5세대(5G)·6세대(6G) 통신, 첨단 바이오, 반도체, 첨단 로봇, 우주·항공 등 10개 분야에 걸쳐 ‘국가필수전략기술’로 지정했다. 다만 정부에서 양자 기술에 관해 4년 전 예비타당성 검토를 했다가 공감대 미비를 이유로 무산된 적이 있는데 다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안 교수의 지적이다.
한편 안 교수는 반도체 레이저와 양자 정보통신에 대한 연구 업적을 인정받아 2005년 IEEE 펠로, 2009년 미국물리학회(APS) 펠로에 선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