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원자재 랠리에도 포퓰리즘으로 흔들리는 자원부국


구리·철광석·리튬 등 원자재 가격의 급등에도 불구하고 중남미 자원 부국들의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중남미 국가들에서 그동안 원자재 가격과 화폐가치가 밀접하게 연동하는 패턴을 보여왔지만 최근 이런 경향이 깨지고 있다. 지난해 구리 가격은 25% 올랐지만 세계 최대 구리 수출국인 칠레의 페소화 가치는 미국 달러 대비 17%나 하락했다. 콜롬비아의 페소화와 페루의 솔화 가치도 각각 미국 달러 대비 16%, 9% 떨어졌다.



중남미 국가들의 위기는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근본 원인은 포퓰리즘·반(反)시장주의 정책 등 정치적 리스크에서 찾을 수 있다. 중남미에서는 최근 좌파 집권이 파도처럼 번져나가고 있다. 지난해 페루와 온두라스·칠레에서 좌파 성향 대통령이 잇따라 당선됐다. 올해 대선이 치러지는 콜롬비아와 브라질에서도 좌파의 승리 가능성이 높다. 칠레는 지난해 12월 학생운동권 출신인 좌파 가브리엘 보리치를 새 대통령으로 뽑았다. 보리치는 대선 기간에 “칠레가 그동안 신자유주의의 요람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무덤이 될 것”이라며 반시장적인 개혁을 예고했다. 보리치는 광산업 제한 및 리튬 등 자원 개발 국유화 조치 공약을 내놓았으며 민영 연금 제도를 폐지하고 국내총생산(GDP)의 5%에 달하는 세금을 걷어 공공 지출을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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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석유 매장국 베네수엘라는 고유가 때 과도한 무상 복지 확대 등으로 흥청망청 쓰다가 최빈국으로 전락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 등 외부 경제 환경이 좋더라도 경쟁력 있는 신산업을 키우지 않고 ‘퍼주기’ 등 포퓰리즘에 빠지면 지속 가능한 성장·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낼 수 없다. 글로벌 경제 전쟁에서 국가 생존의 길을 찾으려면 유권자들 스스로 인기 영합 정치를 배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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