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짝퉁이라도 입고싶어"…송지아 논란으로 본 위조품 시장

유튜버 송지아씨 위조품 착용 논란됐지만

일부 전문가 "특정 유튜버만의 문제 아냐"

동대문 '노란 천막' 등 국내 짝퉁 시장 활개

디자이너 지적재산권에 대한 인식 높아져야

/유튜브 캡처/유튜브 캡처




넷플릭스 ‘솔로지옥’에 출연하면서 큰 인기를 얻은 유튜버 송지아(사진)씨가 가짜 명품 논란에 휩싸였다. 프로그램에 입고 나온 분홍색 디올 상의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파는 1만6,000원짜리로 밝혀졌고, 물려받았다던 샤넬 티셔츠도 짝퉁으로 드러났다. 반클리프 아펠 목걸이 등 드러난 짝퉁만 40여 개다. “전 세계에 공개되는 넷플릭스에서 나라 망신 다 시켰다”며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고 프리지아의 자필 사과문이 개인 SNS 계정에 올라왔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정 유튜버만의 문제일까.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의 유별난 명품 사랑이 위조품 소비로 번졌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백화점이 문을 열기 한참 전인 새벽 5시부터 명품을 사기 위해 줄을 서는 ‘오픈런’이 한창인 가운데 또 다른 한 켠에선 짝퉁이 불티나게 팔린다. 실제 지금도 동대문 일대에 가면 짝퉁 판매 상가를 쉽게 볼 수 있다. 위조품이라도 명품을 소비하고 싶단 심리다. 한 전문가는 짝퉁 구매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명품이 갖는 이미지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명성을 갖고자 하는 허영심과 과시욕 등의 사회심리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4년간 국내 ‘짝퉁’ 적발 건수 1,855건…루이비통 1위

국내 위조품 열풍은 통계로도 입증됐다. 22일 관세청의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4년여 간 짝퉁 가방 적발 건수는 1.866건, 합계 금액은 4,679억원에 달한다. 특히 최근에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명품 시장이 커지면서 위조품 시장도 덩달아 커지고 있는 추세다. 업계에선 지난해 기준 2019년 대비 150%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백화점에서 명품을 사기 위해 개장 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이들. /연합뉴스백화점에서 명품을 사기 위해 개장 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이들. /연합뉴스


위조품 시장이 형성된 브랜드를 보면 이른바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와 구찌의 인기가 높았다. 브랜드 기준 적발액은 루이비통 모조품이 1,484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샤넬(701억원) 구찌(295억원) 에르메스(293억원) 프라다(210억원)가 뒤를 이었다. 위조품 원산지는 중화권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중국산이 97.8%에 달했고, 홍콩(1.8%), 일본(0.1%), 기타(0.3%) 순이었다.



위조품 신고 건수도 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위조상품 신고 및 제보 건수는 2018년 5,557건에서 2019년에 6,864건으로 증가하다 2020년에 1만6,935건으로 급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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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급·A급 등급도 매겨…무궁무진한 위조품의 세계

위조품 소비가 늘어난 만큼 제품도 다양해졌다. 오늘날 위조품은 다 같은 ‘짝퉁’이 아니다. ‘미러급’ ‘S급’ ‘A급’ 등 등급으로 구분해 판매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미러급은 진품을 거울에 비춘 듯 똑같이 따라 만들었다는 의미로, 가품 중에서도 가장 비싼 가격을 내건다. 이어서 진품과 비슷한 순서대로 S급, A급이 된다.

급이 높을 수록 가격도 높다. 앞서 지난해 국내 세관은 290억(정품시가)상당의 위조 명품을 해외에서 제작해 국내로 불법 유통한 일당 2명을 검거했는데 이들이 파는 소위 ‘특S급 짝퉁’은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달했다. 실제 이들은 국내에서 구매하기 어려운 정품가격 1억1,000만원 상당의 H사 핸드백을 1,300만원에 판매했다.

제품 판매 형태도 진화하고 있다. 품과 비슷하게 만들어서 진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소비자를 속여 가품을 판매하는 것이 과거 위조품 시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SNS 상의 소셜커머스 위조품 시장은 당당하게 가품임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

국내 세관이 적발한 모조품 모습/사진 제공=부산세관국내 세관이 적발한 모조품 모습/사진 제공=부산세관


◇처벌은 어떻게…판매자만 처벌

현행법에는 위조품과 관련해 판매자를 처벌하는 법이 존재한다. 상표법 108조 1항에 따르면 타인의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표와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것뿐만 아니라 타인의 등록상표를 위조하거나 모조할 목적으로 그 용구를 제작·교부·판매·소지하는 것조차 간접 침해 행위로 본다. 다만 단순 구매자를 처벌하는 규정은 없다.

업계 관계자는 “2030세대의 '욜로(YOLO)'나 ‘플렉스(flex: 사치품 구매를 과시)’ 문화도 좋지만 위조품을 구매하는 것은 위법이라는 인식은 장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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