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비건 술의 세계(다시보기)를 초콤 훑어봤었는데요. 이번에는 비건 와인 심화편 전해드릴게요. 술자리에서 아는척 좀 하기 좋은 비건 와인 TMI! 불순물을 걸러내는 과정에서 젤라틴·계란 흰자·부레풀 등의 동물성 성분을 쓰지 않는 비건 와인의 세계를 파헤쳐 볼게요.
이번 레터에는 와인 전문점인 와인앤모어의 이경화 바이어님이 도움말을 주셨어요. 에디터의 순박한 질문에 친절하게 답해주신 바이어님께 거듭 감사드리며...용사님들, 맨 끝에 바이어님이 추천해주신 비건 와인 4종도 꼭 보고 가세용!
◀◀◀이경화 바이어님은?
와인앤모어에서 와인과 글라스웨어, 각종 굿즈와 소소한 술안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내추럴 와인, 드라이한 로제 와인, 크래프트 맥주를 즐겨 마십니다.
비건 와인, 정확히 뭔가요?
와인은 와인병에 담기기 직전, 정제(=청징) 과정을 거쳐요. 여과로 제거할 수 없는 와인 속의 작은 입자를 없애는 작업이죵. 이 때 청징제로 계란 흰자, 우유 단백질인 카제인, 젤라틴(=동물의 콜라겐에서 얻는), 부레풀(=그냥 풀 이름 같지만 물고기 부레로 만든 것)을 많이 쓴대요.
비건 와인은 이런 동물성 청징제를 쓰지 않는 와인이에요. 그냥 오랫동안 가만히 두면 작은 입자들이 가라앉거든요. 비동물성인 점토나 벤토나이트를 청징제로 쓰는 경우도 있대요.
와인병에 와인을 담은 다음 코르크 마개로 와인병을 막는데, 코르크 제조 과정에서 우유 성분으로 만든 접착제가 쓰이는 경우도 있어요. 비건 와인은 이런 코르크를 쓰지 않죠. 와인병 입구를 밀봉하는 밀랍(=벌집에서 채취)도 비건 와인에는 쓰지 않구요.
포도를 재배할 때 동물성 비료를 쓰기도 하는데, 비건 와인은 식물성 비료를 써서 키운 포도로만 생산해요. 포도밭도, 와인 생산 과정도 비건이란 걸 인증받으려면 몇 년이 걸려요.
비건 와인, 내추럴 와인, 유기농 와인...어떻게 달라요?
유기농 와인은 농약이나 제초제, 화학 비료를 쓰지 않고 키운 포도로 만든 와인이에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서 '천체의 흐름'에 따라 만든 와인(왠지 경건), 그러니까 달의 주기를 반영한 달력에 맞춰 재배한 포도로 만든 '바이오다이내믹 와인'도 있죠.
내추럴 와인은 유기농이나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재배한 포도를 쓰되, 포도와 자연 발생 효모 이외의 첨가물은 쓰지 않아요. 그래서 찌꺼기도 흔히 보이고 색이 탁하다거나 시큼한 맛이 나는 경우도 있어요.
비건 와인은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생산 과정에서 동물성 성분이 쏙 빠진 와인이고요. 그러니까 비건 와인은 내추럴 와인과 꽤 다른 개념이지만, 대체로 비건 와인=유기농 와인이란 공식은 성립하는 편이에요.
비건 와인 어떻게 구분하죠?
비건 와인은 보통 라벨에 '비건 인증 마크(왼쪽 사진)'가 붙어 있어요. 국가별로 인증 마크가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 'Vegan'이라고 영어 표시가 돼 있죵. 아니면 비건 주류 검색 사이트인 바니보어(링크)에서 비건 와인이 맞는지 검색해볼 수도 있긴 한데요, 모든 비건 와인이 소개된 사이트는 아니라서 한계가 있을 수 있어요.
와인앤모어에선 비건 와인을 '오가닉앤모어(Organic&More)' 코너(오른쪽 사진)에 모아뒀다는 이경화 바이어님의 귀띔! 매월 최소한 2~3종의 비건&친환경 와인을 세일하고 있다고 하니까 꼭 관심 가져보시길요.
바이어님이 추천하는 비건 와인이 궁금해요
▲펜리 이스테이트 피닉스 까베르네소비뇽
호주 쿠나와라 지역의 강렬한 레드 와인. 프랑스 오크통에서 12개월, 스테인리스스틸 탱크에서 6개월 추가 숙성해 진한 과일 풍미 너머로 은은한 나무 향이 느껴져요. 판매가 2만9,000원.
▲크라멜레 레카스 오렌지 내추럴 와인
루마니아 남서부의 내추럴 와인이에요. 청포도 여러 종을 껍질째 즙을 내서 은은한 오렌지 색이래요. 오렌지, 사과, 멜론의 풍성한 향과 기분 좋은 산미가 특징. 내추럴 와인답게 상업용 효모나 당을 전혀 첨가하지 않아서 자연스러운 맛이 나요. 판매가 2만4,000원.
▲코스타 알리칸테 로제&화이트
스페인 알리칸테 지방의 협동조합 와이너리 피노소(Pinoso)에서 만드는 비건 와인. 코스타 알리칸테 화이트는 스페인 토종 포도인 마카베오, 아이렌으로 만들었어요. 코스타 알리칸테 로제는 스페인 토종 포도인 모나스트렐 품종을 써요. 풍성한 볼륨감과 신선&향긋한 산딸기향이 특징. 판매가는 각각 1만4,800원.
스페인 알리칸테 해변을 연상케 하는 와인이라는데, 당연히 안 가봤지만 여유로운 바닷가를 상상하며 마시고 싶어요. 온도가 12도 이하로 내려가면 라벨의 관광객이 햇볕에 탄 어두운 피부색으로 변해서 신기! 피노소 와이너리는 총 1,200헥타르의 포도밭을 갖고 있는데 이 중 절반 가량은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한대요.
▲샴페인 르그레 미네랄
샤르도네 포도 100%로 만든 샴페인이에요. 화사한 꽃 향기, 과일의 풍미, 고소한 견과류의 풍미에 산미까지 골고루 갖췄다는 평가. 샴페인은 프랑스 샹파뉴(Champagne=영어식 발음이 샴페인) 지역에서 생산되는 와인만을 의미한다는 거 아시죠? 샴페인이다 보니 가격은 아무래도 비싸지만(7만9,000원) 찾기 힘든 비건 샴페인이라 그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아요.
이경화 바이어님의 마지막 TMI는요?
같은 조건이라면 비건 와인을 마셔보려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아요. 실제로 2020년 와인앤모어의 친환경 와인(유기농&내추럴&비건 와인) 매출은 2019년 대비 300% 넘게 늘었어요. 2021년에도 120% 정도 늘었을 걸로 추정되고요. 이왕 와인을 마신다면 제조 과정이 착한 와인을 택해서 좀 더 특별한 만족감을 느껴보면 어떨까요?
그리고 정말 마지막 비장의 TMI! 비건 와인바도 많이 생기고 있는데요. 서울 신용산의 와인바 'NTG(Not Too Guilty)' 살포시 소개해 볼게요(사적 친분X, 내돈내산 추천O). 와인의 기쁨을 누리고픈 이들을 위해 건강하고 맛있는 비건 안주를 제안하는 컨셉이에요. 다양한 비건 와인, 내추럴 와인 리스트를 보유하고 있고 비건 안주도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