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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령의 하이엔드 테크] DRAM 특집: D램이라 쓰고, '다이나믹 듀오'라 읽는다 <1>

SK하이닉스 DDR5 D램 모듈./사진 제공=SK하이닉스SK하이닉스 DDR5 D램 모듈./사진 제공=SK하이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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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우리는 반도체 기사에서 이 ‘D램’이라는 용어를 참 많이 접하죠. 아마 한국이 세계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위상 때문일텐데요.



한국은 다양한 반도체 사업 중에서도 D램 분야는 그야말로 '세계 최강국'입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세계 D램 시장에서 70%라는 압도적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요. 기술과 생산능력 역시 자타공인 최고의 위치입니다. 올해도 생산 능력을 크게 늘리며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려고 하는 모습입니다.

이 D램 여러분 곁에 아주 가까이 있습니다. 지금 들고 계신 스마트폰, 여러분 앞의 PC에 D램은 '무조건' 장착돼 있고요. 기사를 보고 계신 이 순간에도 이 녀석은 여러분의 생각을 재빠르게 저장하며 CPU와 공유하고 있습니다.

/사진 제공=크루셜, 삼성전자/사진 제공=크루셜, 삼성전자


그럼에도 D램을 가까이하기에 다소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용어' 때문일 겁니다. 각종 기사들에서 보이는 '트랜지스터', '기가비트(Gb)'같은 단어가 참 어려워서 취직 준비나 투자 공부에 있어서 쉽지 않으셨죠.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오늘 우리가 살펴볼 반도체는 D램입니다. D램이 어떻게 동작하고, D램 회사들은 무엇을 어떻게 개선하기 위해 애쓰고 있고, 앞으로 D램은 어떤 형태로 발전할 지 취재하고 포인트를 집어서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이번 기사 역시 분량이 깁니다. 게다가 조금 까다롭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총 2편으로 나눠 연재할 예정입니다. 모든 D램 동작 원리를 디테일하게 담을 수 없지만, 앞으로 기사나 자료에서 자주 보시게 될 D램 이야기를 수월하게 이해하실 수 있게 정리했습니다. 그럼 D램 구성 요소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겠습니다.

◇다이나믹 듀오, '트랜지스터'와 '캐패시터'

우선 D램이 어떻게 생겼는지부터 살펴봅시다. D램은 기본적으로 '메모리' 반도체입니다. IT 기기 내에서 각종 정보를 기억하고 저장하는 역할이죠.

사진 제공=삼성전자, 테크인사이츠사진 제공=삼성전자, 테크인사이츠


그럼 D램은 정보를 어디서 어떻게 저장하는걸까. 우선 칩 내부를 뜯어봅시다. D램에는 크게 세 가지 영역이 있습니다. △정보를 저장하는 셀 영역 △셀 영역을 도와주는 주변 회로(periphery) △셀과 주변 회로, 셀들 간 연결을 돕는 배선(interconnect) 영역입니다.

여기서 오늘 우리가 주로 들여다 볼 '핵심' 부분은 셀 영역입니다. D램 칩의 50~60%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곳이죠. 셀 영역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주택가를 상상하면 쉽습니다. 0 또는 1, 디지털 신호를 저장하는 작은 집인 셀(cell)이 모여 있는 공간이거든요.

손톱만한 칩 속에 탑재된 셀은 수백억 개 수준입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 최신 공정을 활용해 단일 칩 최대 용량인 24Gb D램을 생산할 수 있다고 발표했죠.

이 24Gb이 셀 개수입니다. G는 기가(2의 30승·약 10억), b는 비트는 정보의 최소 단위인 0 또는 1을 말하니까요. 24Gb는 이 D램 속에 240억개 셀이 들어있다고 봐야겠네요. 240억개 0 또는 1을 저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자, 그럼 이젠 셀 영역 속으로 들어가봅시다. 셀은 어떻게 생겼기에 0 또는 1을 저장할 수 있을까. 이번 기사 제목에 '다이나믹 듀오'를 언급한 이유가 여기서 나옵니다. △D램의 D는 다이나믹(Dynamic)이기 때문이고, △셀의 핵심 듀오가 '트랜지스터'와 '캐패시터'이기 때문입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사진 제공=삼성전자,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셀은 크게 1개 트랜지스터, 1개 캐패시터가 짝을 이뤄 정신없이 움직이면서 0 또는 1을 저장하고 빼냅니다. 이 둘을 장난감 블록처럼 하나씩 떼어냈다가 다시 결합하면서 설명해볼게요.

트랜지스터는요. 물이 흐르는 물길이라고 보면 가장 쉽습니다. 전기알갱이인 전하(-)가 와글와글 모여서 이동하는 길입니다. 전하는 소스→채널→드레인을 거쳐서 움직입니다. 그림을 참고해주세요.

그런데 이곳에 전하가 아무때나 와글와글 모여 움직이는 것은 아닙니다. 아무때나 모이면 언제든 전기가 통하는 '도체'인데, 트랜지스터는 '반(半)만 도체(반도체)'인 물질로 만들어지니 뭔가 달라도 달라야 합니다.

트랜지스터의 키는 게이트(gate)입니다. 말 그대로 문입니다. 문이 열리면 (-) 전하 알갱이들이 채널 쪽으로 우당탕탕 이끌리면서 전기가 통하기 시작하고요, 닫히면 전기가 통하지 않는 고요한 상태가 되죠.

게이트가 열리도록 만드는 선은 여러 셀들과 연결된 '워드라인'입니다. 워드라인이 "가자!"를 외치며 전압(+)을 걸면 문이 열리고, 소스와 연결돼 있는 '비트라인'이 워드라인 명령에 장단을 맞추며 알맞은 전압을 걸면서 알갱이 양을 조절합니다.

캐패시터는 저장소입니다. 캐패시터는 우리나라 말로 '축전기(蓄電器)'라고 합니다. 축(蓄)은 '모을 축'인데요, 말 그대로 전기를 모으는 곳입니다. 엔지니어들은 축전기에 모인 알갱이 종류에 따라 비트(bit) 정보를 판단하기로 약속을 합니다. 예를 들면 (+) 전하가 가득 차있으면 1로, (-) 전하가 가득하면 0으로 기억하기로요. 그 반대로도 약속할 수 있습니다.

자, 그럼 셀 속 다이나믹 듀오들을 결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리해볼게요. 복잡하지만 잘 따라오세요.

사진제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사진제공: 삼성전자, SK하이닉스




① 워드라인으로 트랜지스터 게이트에 (+) 전압이 들어오면 게이트 문이 활짝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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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전기 알갱이들이 트랜지스터를 지나가며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③ 저장하려는 데이터에 따라 비트라인이 다른 전압을 겁니다. 비트라인이 △힘을 빼면(0V를 가하면) (-) 전하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캐패시터 속으로 모이고, △잔뜩 힘을 주면(양의 전압을 가하면) (-) 전하가 전압에 이끌려 캐패시터 밖으로 우루루 빠져나오기도 합니다.

④ 따라서 비트라인은 0 또는 1을 채우거나(쓰고·write), 저장된 정보를 빼내(읽기·read) CPU로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렇게 마치 하나의 도시처럼, 수백억 개 셀이 '매우' 빠른 속도로 0과 1을 저장하고 빼내면서 D램이 동작하게 됩니다.

◇왜 D램은 '휘발성'일까? (feat.전충전과 리프레시)

D램 기사를 보면서 D램은 '휘발성'이라는 말을 굉장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셀 속에 저장돼 있던 정보들이 날아간다는 것인데요. 그럼 D램은 왜 휘발성일까요.

어쩔 수 없는 D램 구조 탓입니다.

한걸음 더 들어가봅시다. 우선 데이터를 오랜 시간 저장할 수 있는 '비휘발성' 메모리 장치 낸드플래시 구조와 비교를 해볼까요? 그림과 함께 봐주세요.

/사진 제공=SK하이닉스 뉴스룸/사진 제공=SK하이닉스 뉴스룸


낸드플래시는 플로팅 게이트, 또는 트랩층이라는 저장공간 안에 전기 알갱이들을 저장할 수 있습니다. 이 둘의 공통 키워드는 '절연막'입니다. 저장 공간 겉에 전기가 아예 통하지 않는 '부도체'인 절연막이 둘러싸고 있거나, 절연막 그 자체에 전하를 가둬놓기 때문에 전원을 꺼도 도망가지 못하는 거죠.

하지만 D램은 그렇지 않습니다. 캐패시터에 전기 알갱이가 저장되더라도 전원이 꺼지면 들어왔던 입구, 즉 트랜지스터로 다시 도망나갈 수 있다는 취약점이 있습니다.

게이트가 닫혀 있는데도 빠져나가냐고요? 네, 맞습니다. 셀 내에는 알갱이를 가둘 만한 요소가 따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게이트가 닫혀도 전하의 출입을 완벽히 막지는 못합니다.

이 현상은 트랜지스터 폭이 더 짧아지면서 더 심해집니다. 트랜지스터 게이트 길이가 줄면 채널 길이도 자연스레 짧아지는데요. 도망나가는 길을 짧게 만들어주는 셈이니 질풍노도의 전하들에겐 호재죠. 전하가 손실되는 속도는 쓰기 동작으로 캐패시터로 들어올 때만큼 빠른 속도는 아니지만, 속도는 수 초 수준입니다. 수초 내 잘못된 데이터로 변질돼 오류를 일으킬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또 트랜지스터가 저장된 전하들이 소실되는 유일한 통로는 아니지만, 꽤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이 이야기를 좀 더 쉽게 비유를 하면 낸드플래시는 경계가 매우 삼엄한 '감옥', D램은 '학교'입니다.

D램 속 전자들은 마치 학창 시절 담장을 뛰어넘어 탈출을 시도하는 학생들 같다고 할까요. 담장 밖 세상을 원하는 질풍노도의 학생들에게 담장이란 단지 높은 벽에 불과할 뿐, 장애물이 될 수는 없잖아요. 심지어 본의 아니게 학교 담벼락 높이가 낮아질 수밖에 없으니…. 전자들의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 그걸 지켜보는 선생님(엔지니어)들의 애타는 마음이 느껴지시나요.

아무튼 그래서 D램은 예민하고, 까다로운 반도체입니다. 그래서 섬세하게 '관리'를 따로 해줘야 하는데, 그게 바로 전충전(pre-charge)과 리프레쉬(refresh)입니다.

/사진 제공=삼성전자/사진 제공=삼성전자


이 때 캐패시터 속 정보를 읽어내는 것이 주요 임무인 '비트라인' 역할이 상당히 중요합니다. 지금부턴 두 작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비트라인의 움직임에 주목해주세요.

우선 전(前)충전. 비트라인이 '간을 보는' 작업입니다. 정보를 빼내는 '읽기' 동작 전(前)에 캐패시터 속 상황을 들여다 보며 안정적인 동작을 도모하는 과정인데요. 비트라인은 이 작업을 할 때 '쓰기' 동작에 필요한 전압의 딱 절반치(½ Vcc) 정도만 거는 게 포인트입니다. 미리 상황 체크하려고 전압을 아예 걸지 않거나 잔뜩 걸게 되면, 캐패시터 안에 있던 전하가 크게 요동쳐 정보가 변질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죠.

비트 라인은 이런 캐패시터 정찰 역할과 동시에, 기존 정보가 손상되는 속도를 최대한 늦춰 정보 보유 시간(retention)을 늘리기도 합니다. 전자 알갱이가 움직이기 애매한 딱 적당한 수준의 절반치 전압으로 관리·감독을 하는 격이기 때문에, 어떤 경우보다도 전하 수가 적게 소실되면서 원래 저장된 정보를 '최대한' 타이트하게 유지할 수 있는 거죠. 평시에 기존 정보를 유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또 트랜지스터를 통한 전하 유출 등 다양한 이유로 잃어버린 전하를 수시로 원래 상태로 복구해주는 '리프레시', 즉 재충전도 상당히 중요합니다. 기존에 저장했던 정보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라고 볼 수 있죠. D램에서는 이렇게 전기 알갱이 저장과 유실, 복원이 매순간 반복됩니다. 그래서 동적, '다이나믹'의 D가 붙습니다.

그런데 리프레시를 한다고 모든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닙니다. 캐패시터 상태를 읽고 다시 충전을 하는 동안, 같은 워드라인으로 연결된 이웃 셀들이 다른 임무를 수행할 수 없어서인데요. 그렇게 리프레시하는 셀 주변에서는 원치 않는 공백 시간이 생깁니다. 한 두개 셀에서 공백이 다행인데, 칩 속 셀 개수가 240억 개인 점을 고려해야 합니다. 이거 그냥 무시하고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 리프레시로 발생한 손실 시간은 D램의 '대역폭', 즉 CPU에 정보를 전달하는 초당 데이터 양에도 악영향을 줍니다.

SK하이닉스 HBM3. 이 칩 안에 12개 D램 다이가 쌓여있습니다. 집적도를 높여 대역폭을 극대화 한게 장점입니다./사진제공=SK하이닉스SK하이닉스 HBM3. 이 칩 안에 12개 D램 다이가 쌓여있습니다. 집적도를 높여 대역폭을 극대화 한게 장점입니다./사진제공=SK하이닉스


완성된 다이를 쌓아 올리는 HBM 패키징 기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사진제공=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완성된 다이를 쌓아 올리는 HBM 패키징 기술도 주목받고 있습니다./사진제공=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가 떠오르고 있습니다. 한 개 칩에 패키징 기술로 4층 이상 D램 다이(die)를 쌓아올려 집적도를 확 늘리는 콘셉트인데요. 칩 특정 공간에서 리프레시로 인한 공백 현상이 생기더라도, 잠시 멈춰버린 대신할 수 있는 '대체 셀'이 확 늘어났으니 대역폭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거죠.

HBM은 마치 선수층이 매우 두꺼운 강한 야구팀 같다고 보면 쉽습니다. 선발 타자들이 부상으로 경기를 잠시 쉬게 되더라도, 선발 선수 기량과 다름없는 2,3군 시스템을 갖춘 팀은 경기력에 지장이 없는 '화수분 야구'를 만들죠.

자, 간략하게 D램이 왜 '다이나믹'한 것인지 살펴봤는데요. 이제 이 정보들을 기반으로 2탄으로 넘어가봅시다. 2탄(클릭)에는 셀의 구조와 앞으로 D램의 모습을 예측하는 이야기가 기다립니다.


강해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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