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광주 아파트 붕괴사고가 터지기 전 HDC현대산업개발 이사회에서 연간 안전보건계획을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 자율에 맡긴 안전보건계획 이사회 승인제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 지적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25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 이사회는 작년 4·4분기 전 안전보건계획을 보고받고 승인했다. 작년 6월 학동 사고 이후 승인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작년 9월 말 기준 현대산업개발의 이사진은 사내이사 2명, 사외이사 3명 등 5명이다. 사내이사 3명은 경제, 금융, 세무, 법류 전문가로 안전 분야 전문가는 없다. 이사회 의장은 정몽규 대표다.
안전보건계획 승인제는 산업안전보건법 14조에 둔 제도로 상시근로자 500명 이상인 회사와 전년 시공능력평가액 순위 상위 1,000위 이내 건설사가 대상이다. 계획서에는 안전보건에 관한 경영방침, 조직 구성 및 인원, 예산 시설 현황, 활동 계획 등이 담긴다. 이 계획서에 대해 이사회 승인을 받지 않는다면, 해당 기업에 1,00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제도는 기업 자율에 맡겼다가 작년 중대재해법이 제정되면서 중요성이 높아졌다. 중대재해법은 안전보건관리체계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 사업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한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볼 수 있는 기준으로 안전보건계획이 활용되는 것이다. 계획서는 해당 기업의 이사진에 포함된 대표도 승인주체가 되기 때문에 경영책임자 처벌의 근거도 될 수 있다.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안전보건계획 승인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안전보건계획이 제대로 수립됐는지 여부는 이사회만 판단하고 고용부는 별도로 점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별 안전보건계획의 수준이 천차만별이란 전언이다. 계획안에서 예산까지 세세하게 담는 경우가 있는 반면, 개략적인 '페이퍼'만 남기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한다.
실제로 고용부 점검 결과 작년 제도 적용을 받는 기업 가운데 99.6%나 이사회 승인을 받았다. 일부 이사회는 기업 경영에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거수기라고 비판받는 점을 고려하면, 99.6%는 높은 승인율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