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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3개월 신생팀 턴즈, '스걸파'를 뒤집어놨다(종합)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 우승팀 턴즈 / 사진=엠넷 제공'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 우승팀 턴즈 / 사진=엠넷 제공




대한민국에 춤 좀 추는 여고생들이 쏟아졌다. 쉽게 우열을 가릴 수 없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매력을 가졌고, 그만큼 경쟁을 치열했다. 그중에서도 댄스 크루 턴즈는 어딘가 달랐다. 경쟁 심리에 치중하지도 않고, 분위기에 휩쓸리지도 않았다. 단단하게 중심을 잡고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았다. 우승이라는 목적지가 있었고 이들은 끝내 그곳에 도달했다.



Mnet ‘스트릿댄스 걸스 파이터’(이하 ‘스걸파’)의 우승 크루 턴즈(조나인, 송희수, 박난주, 김채원, 김나현)는 3개월간의 짧고 굵은 여정을 마치고 이제야 숨을 고르고 있었다. 파이널 무대를 마친 지 2주가 넘어가는 시점이었지만 이들은 “아직까지 우승한 것이 안 믿긴다”며 얼떨떨해했다.

‘스걸파’를 마무리하는 파이널 무대는 레전드로 회자되고 있다. 빌리 아일리시의 ‘유 슈드 시 미 인 어 크라운(you should see me in a crown)’에 맞춰 꾸민 2차 무대에서 턴즈는 거미 콘셉트로 과감한 시도를 했다. 퍼포먼스 구상 단계에서 멘토인 팀 YGX의 리더 리정이 “컨셉츄얼한 무대를 위해서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했을 정도로 어려운 도전이었지만, 다섯 멤버가 함께 한 마리의 거미를 표현하기 위해 테크닉을 선보이고, 완벽한 합으로 절도 있는 무대를 만들어냈다.

“정말 도전의 도전이었어요. 회의도 가장 오래 했던 작품이었고 그만큼 걱정되는 부분도 많았거든요. 이렇게 도전했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를 뒀고 마지막 무대였기 때문에 저희의 모든 걸 쏟아놓고 왔어요. 안 하던 테크닉 요소들을 다 넣고 새로운 모습을 넣었었죠. 몸을 꺾는다거나, 던진다든가, 땅에서 돈다든지 새롭게 도전하는 테크닉 요소가 많았죠.”(김채원)

“잇몸까지 간 모습을 보여줘야겠다 싶었어요. 3차 경연 때는 ‘이를 간 퍼포먼스’라고 했는데, 파이널 전전날에 ‘스트릿 우먼 파이터’ 앵콜 콘서트 무대에 올랐었거든요. 그때 짧게 인터뷰를 했는데 ‘파이널을 어떻게 준비했느냐’고 물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지난번에는 이를 갈았는데 이번에는 잇몸을 간 퍼포먼스다. 독기를 보여주자고 마음먹었다’고 했었죠.”(조나인)

우승자를 가리는 서바이벌이다 보니 경쟁의식을 느끼는 게 당연할 것 같지만, 턴즈는 그렇지 않았다. 시간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 턴즈의 퍼포먼스를 완성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라이벌을 정해 감정 소모하는 시간 자체가 없었다. “우리 것을 먼저 완벽하게 하자”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파이널 전에는 잠깐 시간이 나서 마지막 6팀의 분석을 해봤거든요. 진짜 ‘어떤 팀이 경쟁자다’ 이런 것보다는 ‘이 팀에게는 이런 면에서 지면 안 되겠다’는 것은 있었어요. 각자 잘하는 것들이 다 다르다 보니 그 친구들을 이기려면 다 잘해야겠다는 생각이었죠. ‘누구 하나가 경쟁팀이다’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조나인)



파이널 방송 말미 우승자 이름을 부르는 순간 턴즈 멤버들 모두 울음이 터졌다. 항상 담담해 보이던 리더 조나인도 ‘턴즈’라는 이름이 불리자마자 무장 해제하고 눈물을 흘렸고, 함께 마음을 졸이던 팀 YGX 멘토들도 같이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멤버들은 들뜬 마음으로 영광의 순간을 떠올렸다.

“‘턴즈입니다’라고 한순간 ‘해냈다’는 생각이었어요. 파이널 전까지 모든 회차에서 저만 안 울었거든요. 순위 발표할 때는 모든 소리가 다 안 들리더라고요. ‘스걸파’ 자체가 쉬는 시간 없이 바로바로 치고 갔었잖아요. 숨 쉴 틈 없이 지나가서 힘들다고 생각할 틈도 없었는데, 그동안 저희를 향한 기대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부담감과 압박감들을 모아났던 게 순위 발표 때 싹 내려가더라고요. 테크닉 요소를 성공한 것도 좋지만 모두 안 다치고 무사히 끝까지 마친 것에 있어서 멤버들에게 고마웠어요.”(조나인)

“그때 너무 정신이 없어서 (YGX에게) 어떤 말 들었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잘했어. 진짜 잘했으니까 우승한 거야’ 그런 말들이었던 것 같아요. 제 감정에만 충실해서 그때의 기억이 희미해요.”(송희수)

우승팀 특전은 장학금 1,000만원과 10대를 위한 금융서비스 광고 모델 기회를 받는 것. 장학금은 아직 못 받았다고. “n분의 1을 하자고만 이야기했다”는 조나인은 즉석에서 일부 금액으로 서로 선물을 주고받는 마니또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멤버들 모두 수긍하는 듯했으나, 박난주는 “부모님에게 다 드리려고 했다. 새벽 연습할 때 택시비도 너무 많이 썼다”고 고민했다. 이에 송희수는 “나인이는 선물을 주고 난주는 부모님께 드리는 걸로”라고 유쾌하게 정리해 웃음을 자아냈다.

턴즈 송희수(좌), 조나인 / 사진=엠넷 제공턴즈 송희수(좌), 조나인 / 사진=엠넷 제공


방송 첫 회부터 독보적인 실력으로 눈에 띈 턴즈는 만난 지 3개월 정도밖에 안 된 따끈따끈한 신생 팀이다. 이미 프로 댄서로 활약 중인 송희수와 저스트절크 소속 조나인은 다른 멤버들과 팀 구성을 마쳤지만, 사정이 있어 방송 직전 새롭게 팀을 꾸려야만 했다. 그렇게 찾은 턴즈 정예 멤버가 박난주, 김채원, 김나현이다. 박난주는 송희수, 조나인과 함께 과거 에일리언 댄스 스튜디오의 청소년 댄스 팀 에이유스로 합을 맞춘 바 있고, 김채원, 김나현은 두 사람의 학교 후배다. 심지어 박난주, 김채원, 김나현은 ‘스걸파’를 계기로 알게 된 사이다.

“희수와 같이 팀을 모았는데 먼저 ‘난주와 다시 춤을 춰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섭외 전화를 했죠. 또 저는 턴즈라는 팀이 뭐든지 다 잘했으면 했거든요. 어떤 장르에 춤을 추든 이게 가장 중요했어요. 그런 걸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난 후배들이 나현, 채원이었어요. 착하기도 하고, 모든지 다 잘하고 적극적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정말 적합한 친구들이어서 망설임 없이 연락했었죠.”(조나인)



유일하게 일반고 재학 중인 박난주는 ‘스걸파’ 전까지 오랫동안 춤을 추지 않고 있었다. 2~3년 동안 춤과 멀어졌던 그는 다시 춤을 시작했다가 발목을 다쳐 몇 개월간 쉬고 있던 상태였다. 조나인과 송희수는 깁스를 할 정도로 크게 다쳤다가 회복 중이던 박난주에게 과감하게 제안을 했었다고.



“희수 언니가 전화가 왔는데 같이 ‘스걸파’에 나가자더라고요. ‘나 발목 아픈데 도박하는 건가?’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오랜만에 같이 춤을 추고 싶은 마음에 하겠다고 했어요. 우승까지 목표로 삼지는 않았고 단지 언니들이랑 춤을 추고 싶었어요.”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박난주를 바라보고 있던 송희수는 “난주는 천재다”라며 “넌 쉬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춤을 춰? 진짜 얘는 타고났다”라고 치켜세워 단단한 팀워크를 느끼게 했다.

턴즈 박난주, 김채원, 김나현(왼쪽부터 차례대로) / 사진=엠넷 제공턴즈 박난주, 김채원, 김나현(왼쪽부터 차례대로) / 사진=엠넷 제공


김채원도 전화 한 통으로 인해 턴즈에 합류하게 됐다. 자고 있는 사이 송희수에게 부재중 전화가 떠있었다는 그는 ‘내가 전화를 못 받으면 나인이에게 전화해’라는 메시지만 보고 영문을 모른 채 조나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나인은 “‘스걸파’에 나가게 됐는데 네가 필요해”라고 도움을 요청했다.

“고민을 좀 하긴 했는데 제가 정말 존경하는 나인, 희수 언니와 함께 하게 되는 거라 하고 싶었어요. 희수 언니와는 당시에 매일 만나서 같이 춤을 추는 정말 친한 사이었고요. (모르는 사이였던) 난주 이야기를 듣고는 언니들이 당연히 잘 하는 친구를 데려왔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김나현도 송희수의 전화로 인해 턴즈 멤버가 됐다. 당시 송희수와 절친한 사이가 아니었다는 김나현은 “같은 프로젝트 영상을 찍었던 선후배 사이 정도였는데 잠결에 전화가 와서 ‘같이 스우파 나갈래? 난 지금 네가 필요해’라고 하더라”라며 갑작스러웠던 상황을 전했다.

“제가 마지막에 들어와서 멤버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는데 정말 좋은 거예요. ‘저 그러면 할래요’라고 했었죠. 다른 팀 제안도 받긴 했는데 나갈 생각이 없다가 턴즈 멤버들 얘기를 듣고 ‘이 사람들과 함께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져서 나가게 된 거예요.”(김나현)



그렇게 턴즈가 된 다섯 명은 매 무대마다 최선을 다했다. 모든 무대를 절실하게 준비했기에 퀄리티에 대한 아쉬움도 없다. 모든 무대가 기억에 남지만 5회 안무창작미션에서 팀 홀리뱅의 앤프와 대결했던 그룹 있지(ITZY)의 ‘트웬티(#Twenty)’ 무대와 파이널 무대가 가장 인상 깊다.

“무대 연습을 할 때 반복해서 하잖아요. 그런데 ‘트웬티’ 연습 영상을 찍고 나서 그걸 보면 ‘왜 이렇게 신나지?’ 싶더라고요. 저희도 신이 나서 했었고, 특히 공을 들였던 무대여서 기억에 남아요.”(김채원)

“파이널에 솔직히 걱정하면서 나갔거든요. ‘할 수 있어. 부수자’라는 마음으로 갔어요. 최근에 파이널 영상을 돌려봤는데 그 무대를 보면 뭉클하더라고요. 저희 다섯 명이 모두 ‘스걸파’를 하면서 컨디션이 최악이었을 때였고, 테크닉도 많았거든요. 새벽까지 연습을 했었는데요. 완벽하게 퍼포먼스가 나와야 하는 상황인데 계속 테크닉에서 실수를 해서 불안정한 마음이었어요. 그런데 그걸 다 이겨내서 정말 자랑스럽고 그 영상을 볼 때마다 뭉클하면서도 쾌감이 있어요. ‘나만 잘 하면 돼’라는 게 다 보여요. 복합적인 감정이 잘 드러났어요.”(박난주)



그저 좋아하는 춤을 열심히 췄을 뿐인데 아이돌급 인기를 누리게 된 여고생 댄서들. 팬들이 우승을 기념해 턴즈의 이름과 얼굴이 박힌 컵홀더를 제작하는 이른바 카페 이벤트를 하는 가하면, 전광판에 크게 얼굴을 걸어주는 이벤트를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턴즈 전원이 라디오에 출연해 입담을 뽐내기도 했다. 춤을 통해 세상을 흔든 이들이 춤은 물론 더 다양한 방면에서 파급력을 미칠 일만 남았다.

“‘스걸파’를 끝내고 나서 여기저기에서 많이 불러주시고 있잖아요. 반짝이 아닌 조금 더 잔잔하게 오래가고 싶은 마음이 있어요. 단지 ‘스걸파에서 잘했던 턴즈’가 아니라 ‘팀 턴즈’로서 많이 기억에 남고 싶습니다.”(조나인)

여고생 댄서로 알려졌지만 올해 20대가 된 조나인과 송희수는 개인적인 목표도 덧붙였다. 서로 다른 성향과 성격만큼 각기 다른 목표에 멤버들의 웃음이 터졌다.

“2022년이 되고 나서 잘 놀아보지 못해서 많이 놀아보고 싶어요. 20대는 처음이니까요. 춤도 춤인데 여기저기도 다녀보고 열심히 놀고 싶어요.”(웃음)(송희수)

“10대 때와는 또 다른 방식의 도전을 해 보고 싶어요. 이전에는 무작정 도전해보고 질러보는 스타일이었다면, 이제는 높은 수준의 큰 도전들과 무게감 있는 도전들 해보고 싶어요. 도장 깨기처럼요. 예를 들어 턴즈 친구들과 또 다르게 증명해낼 수 있는 걸 만들어 본다든지, 배틀을 나간다든지 이런 것들이요. 개인적으로는 댄스 수업을 하거나, 가수 안무를 짜거나 춤으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면들을 모두 해보고 싶습니다.”(조나인)


추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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