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국내증시

올들어 中에 8400억 뭉칫돈…신흥국 펀드 뜬다

긴축 등 美증시 변동성 확대 여파

中 주식형펀드 올 유입액 美추월

인도 펀드에도 113억 자금 밀물

中내수경기 침체 경고음은 여전

"국가보단 업종 위주 접근" 지적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8일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기율검사위 6차 전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달 18일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중앙기율검사위 6차 전체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미국 증시가 살얼음판을 걷자 국내 투자자들이 중국·인도 등 신흥국으로 투자 저변을 넓히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시계가 빨라지며 미국 증시가 갈피를 잡지 못하자 선방 중인 신흥국을 하락 돌파의 실마리로 삼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방어적 포트폴리오 구축을 권하면서도 지역보다 가격 부담과 실적에 무게를 둔 스타일 중심의 대응이 실익이 더 클 것이라고 조언한다.

2일 금융투자협회와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기준 주식형 공모펀드의 순자산은 82조 7143억 원으로 전월 말 대비 9.2% 감소했다. 주식형 공모펀드의 순자산이 감소한 것은 지난해 9월 이후 넉 달 만이다. 글로벌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주식형 펀드의 순자산이 감소했지만 중국 펀드만큼은 증가세다. 지난달 27일 기준 국내 190개 중국 주식형 펀드(설정액 10억 원 이상)의 순자산은 11조 9839억 원으로 지난해 말 대비 4.1% 늘어났다. 연초 이후 8393억 원의 뭉칫돈이 들어오면서 미국 주식형 펀드(6987억 원)를 역전했고 중국 증시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견고했던 영향이다. 지난해 미국 주식형 펀드의 유입액은 4조 8600억 원으로 중국(2조 3600억 원)의 2배가 넘었다. 이외 지난달 인도, 신흥국 주식형 펀드에도 각각 113억 원, 25억 원이 추가 설정됐다.





직접투자자도 비슷한 패턴이다. 고강도 규제, 헝다 부동산 위기로 중국에 등을 돌렸던 중학개미들도 1월 넉 달 만에 ‘사자’세로 전환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1월 중국 본토와 홍콩 증시 순매수액은 176억 원으로 지난해 9월 이후 처음 매수 우위를 나타냈다. 특히 지난해 전 세계 주요 증시 중 성과가 꼴찌였던 홍콩 증시에서 300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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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의 연내 일곱 차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제기되며 미국 증시가 높은 변동성에 노출되자 상대적 방어력이 돋보이는 신흥국으로 자금이 향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31일 3.41% 급등해 부진을 일부 만회했지만 1월 나스닥지수는 9.0% 밀려난 반면 홍콩 항셍지수는 오히려 1.7% 상승했고 인도 센섹스지수도 0.4% 하락에 그쳤다. 특히 중국은 미국이 긴축 기조를 강화하는 가운데 주요 정책 금리를 낮추며 투자 심리를 북돋았고 주가수익비율(PER)이 5년 평균(12.8배)을 밑돌며 저평가 상태에 있다는 점도 자금을 끌어당긴 요인이다.

하지만 신흥국 증시가 수익을 방어해 줄 ‘최후의 수단’이 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통화 긴축 여파가 시간차를 두고 신흥국으로 확산될 공산이 크고 무엇보다 중국의 경기 방향성에 대한 우려가 짙기 때문이다. 지난달 중국 인민은행이 금리를 낮추고 소비 촉진 정책을 펼치면서 부양 강도가 강화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지난 4분기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4%를 겨우 사수했고 코로나19 이전 8%대를 유지했던 소매판매 증가율이 지난해 12월 1.7%(시장 예상치 3.8%)까지 낮아지면서 경기 경착륙 리스크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또한 미국과 통화정책 탈동조화를 이루면서 외국인의 자금 유출 등의 문제도 불거질 수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수 경기가 급격히 침체되는 가운데 최소 성장률(5%) 사수를 위해 동계 올림픽 이후 추가 금리 인하가 뒤따를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 금리 인상이 예고된 상황에서 중국의 불가피한 통화 완화정책은 통화정책 차별화 리스크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통화정책 정상화 이슈가 연중 내내 증시를 괴롭힐 수 있다면서 섣부른 대응을 자제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면서 국가를 대응 키워드로 삼기보다 업종을 보고 접근하는 것이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주가란 결국 밸류에이션과 실적의 함수인데 금리 상승 압박으로 밸류에이션 의존도가 낮아진 시장에서 주가 버팀목이 될 것은 결국 펀더멘털이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 전반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짙지만 정부 육성 의지가 뚜렷한 친환경 및 반도체 업종, 가격 매력이 커진 인터넷 플랫폼 업종만큼은 투자 매력이 높다는 목소리가 일관되게 나온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리, 지정학적 위험 등) 일련의 불확실성으로 당분간 위험 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질 수 있다”며 “주식 포트폴리오는 지역별 배분보다 가치주는 확대하고 성장주는 축소하는 식의 ‘스타일 대응’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이승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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