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거래 없는데 ‘창업주 부인의 언니의 사위 회사’까지 공시자료 제출?

대기업 지정자료 친족범위 넓어

큰 업무 부담에 공시담당 기피

일각 "거래관계 없으면 제외해야"

/서울경제DB/서울경제DB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집단(공시 대상 기업집단)에 제출하도록 하는 지정 자료의 친족 범위가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 일각에서는 거래 관계가 없거나 평소 교류가 없어 동일인(총수)의 영향력이 미미한 회사는 신고 대상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놓는다.



2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위는 호반건설이 대기업집단 지정 자료 제출을 누락했다는 혐의로 최근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 보고서(검찰 공소장 격)를 발송했다. 공정위는 매년 대기업집단을 지정하기 위해 각 기업집단 동일인으로부터 계열회사·친족·임원·주주 현황 자료를 받는다. 호반건설은 동일인인 김상열 회장의 사위가 당시 최대주주로 있던 세기상사와 함께 김 회장의 특수관계인이 대주주 등으로 있는 약 10곳의 회사의 자료를 누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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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회장의 특수관계인이란 김 회장의 부인 우현희 태성문화재단 이사장 언니의 사위인 이상영 대표다. 이 대표는 청연홀딩스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이들 회사는 호반건설과 아무런 거래 관계도 없다. 호반건설은 공정위의 지적이 있기 전에 누락 사실을 알고 바로 신고했으며 누락에 고의성이 없었다고 해명했고 공정위 소위원회 심사를 앞두고 있다.

이처럼 지나치게 넓은 친족 범위로 기업공시 담당자들의 부담은 커지고 있다. 최근 공정위로부터 지정 자료 누락으로 제재를 받은 한 대기업 관계자는 “거래 관계도 없고 동일인의 영향력이 전혀 미치지 않는 회사라 발견하기가 거의 불가능했다”며 “특히 인척의 범위가 너무 넓은데 거래 관계가 없으면 신고 대상에서 제외해도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 관계자는 “공시 담당자가 오너 가족의 작은 회사까지 찾아서 자료를 달라고 하는 게 부담인 데다 혹시라도 실수로 누락하게 되면 회사에 큰 피해를 끼치게 되니 다들 공시 담당을 기피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실제 대법원은 공정위 대기업집단 지정 과정에서 계열사 허위 신고 의혹을 받았던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무죄를 확정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김 의장이 지난 2016년 기업집단 자료를 제출하면서 계열사 5곳을 신고하지 않은 혐의로 약식기소했지만 김 의장 측이 ‘실무자의 실수일 뿐 의도한 잘못이 아니었다’고 불복하면서 재판으로 넘어갔다. 1심 재판부는 “계열사들의 영위 업종이나 규모, 사업 형태 등을 봤을 때 출자 및 채무보증 등 관계가 있을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며 무죄를 판결했고 대법원도 무죄를 확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1년에 3~4회 정도 대기업 공시 담당자들을 교육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제도를 잘 몰라서 공시를 위반하는 경우가 더러 생긴다”며 “올해부터는 공시 담당자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e메일 등으로 공시 시기를 놓치지 않도록 안내하는 알림 서비스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대기업집단의 경미한 공시 위반에 대한 제재 수위를 낮추는 대신 빠른 시정을 유도하는 방안 또한 추진하고 있다.


세종=박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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