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해적: 도깨비 깃발' 속 배우 강하늘은 자유롭다. 천방지축 캐릭터를 입고 카메라 앵글에 얽매이지 않은 채 활발하게 움직인다. 그의 절제되지 않은 자유로운 액션은 활극의 매력을 살린다. 그의 연기는 커다란 스크린에서 더욱 빛을 발한다.
강하늘이 의적단을 이끄는 단장 무치로 분한 '해적: 도깨비 깃발'(감독 김정훈/이하 '해적2')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왕실 보물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다로 모인 해적들의 스펙터클한 모험을 그린다. 의적단은 바다에서 표류하던 중 해랑(한효주)의 해적단에게 구조되고, 함께 왜구를 소탕한다. 그러던 중 고려 왕실의 보물이 숨겨진 위치가 표시된 지도를 발견하고 함께 보물을 찾아 나선다. 강하늘은 이런 이야기의 힘 때문에 '해적2'을 선택하게 됐다.
"대본을 정말 재밌게 봤어요. 읽으면서도 '바다 위에 있는 게 어떻게 CG로 표현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글로 표현된 장면이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했어요. 궁금함의 연속이었는데, 이 점이 작품에 흥미를 갖게 한 포인트였죠. 무치라는 캐릭터도 다 재밌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고요. 한효주와의 호흡도 기대되는 점이었어요."
'해적2'는 2014년 개봉돼 약 866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의 후속편이다. 강하늘은 전편 남자 주인공이었던 김남길의 연기를 따라가지도, 그렇다고 딱히 차별점을 두지도 않으면서 자신만의 무치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전편은 예전에 개봉했을 때 극장에서 본 기억이 있어요. 이후 제가 이번 작품에 들어가게 되면서 다시 보려고 하지 않았어요. 김남길 선배님은 정말 잘하시잖아요. 제가 따라갈 수도, 따라할 수도 없다고 생각했죠. 김남길 선배님이 한 것과 어떤 차이를 두려고 했다면, 지금 이만큼도 못 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일단 제 눈앞에 있는 '해적2'에 집중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어요. '관객들에게 재밌게 보여줄 수 있는 게 뭘까'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강하늘은 자신만의 무치를 완성하기 위해 비주얼부터 차근차근 만들었다. 단순하게 해적의 비주얼만 표현하는 게 아니라, 무치가 갖고 있는 천방지축의 매력과 자유로움을 동시에 보여주고자 했다. 그는 고민 끝에 짧은 파마머리로 무치를 만들었다. 시대물이지만, 철저한 고증이 필요하지 않은 판타지 영화였기에 가능했다. 그는 그렇게 완성된 무치의 비주얼을 장착하고 카메라 앞에서 더 활발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우리 영화는 활극이잖아요. 준비할 때부터 무조건 활발하게 움직여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카메라 앵글도 크게 신경 쓰지 않으면서 자유롭게 움직였죠. 관객들도 앵글에 갇혀 있는 모습보다는 조금 더 자유롭고 편한 모습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싱크로율은 70% 정도예요. 제 몸 안에 있는 한구석을 확대시켜서 무치로 만들었기 때문에 당연히 비슷한 구석이 있죠. 그런데 전 흘러가는 대로 사는 사람이에요. 강한 신념과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무치와 그런 부분에서는 다르죠. 초기 대본에는 무치의 뼈대만 그려져 있었어요. '싸울 때는 잘 싸우고 아닐 때는 허당'이라고 돼 있었는데, 이렇게만 표현하면 평면적으로 보일 것 같아서 전체적으로 천방지축인 느낌을 더 추가했어요."
액션에도 자유분방한 무치의 성격이 듬뿍 들어갔다. 강하늘은 절제된 느낌보다는 자유분방하게 검을 쓰는 게 '고려제일검'이라는 수식어를 지닌 무치에 가까울 거라고 해석했다고. 되도록 많은 움직임을 넣으면서 악역인 부흥수(권상우)의 직진 검술과 대비를 주려고 하기도 했다.
"수식어 때문에 액션 연습을 더 하지는 않았어요. 그때그때 필요한 장면이 있을 때마다 만들어 나갔죠. 무술감독님이 제가 편하게 할 수 있도록 잘 만들어주셔서 액션신이 잘 나온 것 같아요. 극 초반, 왜구 배에서 싸우는 시퀀스가 있는데 원테이크로 촬영했어요. 개인적으로 연극을 하는 느낌이 들어서 원테이크를 좋아하는데 4~5번 만에 끝난 것 같아요. 이후에는 감독님이 잘 만져주셔서 멋있게 나온 것 같더라고요."(웃음)
보는 사람들의 호흡과 장면의 흐름을 미리 읽어야 되는 코미디 연기는 강하늘에게도 어렵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그는 수많은 장르 중 코미디 연기가 가장 편하다고. 액션은 몸을 써야 되고, 로맨스는 멋있는 척을 해야 되는 것에 비해 코미디는 재밌게 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작품에서는 정어리 김밥을 먹는 신이 재미 포인트였다.
"해랑이 덜 익은 정어리 김밥을 만들잖아요. 해랑을 좋아하는 무치가 먼저 그 맛없는 김밥을 맛있게 먹고, 이후 선원들이 그 김밥을 먹다가 뱉고, 그리고 다시 저로 돌아와서 억지로 김밥을 먹는 장면이 재밌었어요. 흐름이 좋더라고요. 제가 회심의 연기를 한 게 아니라 연출의 편집 포인트들이 재밌었어요."
다수의 출연자들이 케미를 보여준 점도 강하늘이 꼽은 작품의 재미 중 하나였다. 연기적인 내공을 갖춘 배우들이 서로를 받쳐주면서 유기적으로 연기해 다양한 신을 만들 수 있었다. 개인적 욕심 대신 배려심이 가득했기에 가능했다.
"'해적2'의 시선은 독특해요. 보통 해양 어드벤처 영화면, 주인공 캐릭터의 시점으로 흘러가잖아요. 그런데 이 작품은 한 캐릭터의 시점이 아닌, 단원들과 해적들의 시점으로 전개돼요. 그래서 동료애가 더 강해진 것 같아요. 서로가 주는 호흡만으로 밀고 갈 수 있었어요. 그만큼 현장 분위기도 좋았거든요. '누가 제일 먼저 물에 들어갈 건지' 놓고 게임을 하기도 했어요. 고생했지만 항상 즐거운 현장이었죠."(웃음)
이렇게 완성된 작품은 설 성수기에 극장가를 찾았다. 오롯이 대본에 있는 내용을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게 배우로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강하늘은 부담은 내려놓고 겸허하게 결과를 받아들이겠다고 다짐했다.
"흥행에 관련된 부분은 연기자들이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시간과 우연 등 많은 것이 일치해서 나오는 거니까요. 물론 평가를 안 받을 수는 없죠. 그래도 거기에 흔들리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만약 제가 '연기로 어떤 평가를 받겠다'는 의지나 '이런 인상을 심어줘야 된다'는 생각을 가졌다면 엇나가게 되지 않았을까 싶어요."
강하늘의 이런 신념은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전역 후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 연극 '환상동화', 영화 '비와 당신의 이야기', 그리고 '해적2'까지 쉼 없이 연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입대 후 자신이 가야할 길이 배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는 그는 좋은 대본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갈 준비가 돼 있다.
"대본을 읽다 보면 한 번에 읽히는 경우가 있어요. 이럴 때 출연을 결심하게 되는 것 같아요. 또 대본을 읽으면서 '혼자 보기 아까운데?'라는 생각이 드는데, 그런 작품을 시청자나 관객에게 설명해 준다는 마음으로 임해요. 촬영이나 스케줄 때문에 못하고 있는데, 연극 대본도 보고 있어요. 관객들과 즉석에서 호흡할 수 있는 무대는 꼭 다시 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