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GS리테일(007070)에서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직원 2명이 정직원으로 발령받았다. 이들의 이름은 각각 ‘동수’와 ‘아리’로, 지난해 하반기 인턴 사원으로 채용된 후 MZ(밀레니얼+Z)세대 직원들과 소통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하지만 GS리테일 본사에서 이들의 실물은 찾아볼 수 없다. 그 이유는 이들은 현존하지 않는 가상 캐릭터이기 때문.
GS리테일은 동수와 아리에게 캐릭터 세계관도 부여했다. ‘동네 수퍼’에서 이름을 따온 동수는 충청도 출신이다. 순박한 성격과 다부진 체격을 가진 슈퍼마켓 GS더프레시의 영업 담당 이력이 특징이다. 아리는 신입사원을 뜻하는 ‘병아리’를 대변한다. GS25 강남점에 입사해 업무를 수행하다가 소통 담당으로 발령받았고, 미래의 소통 전략본부장을 꿈꾸고 있다.
GS리테일이 동수와 아리를 정직원으로 발령한 이유는 MZ세대 직원들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다. GS리테일 관계자는 “MZ세대는 기존 대기업의 보고 체계나 공식적인 루트를 거치지 않고 익명성을 바탕으로 자유롭고 유연한 의견 개진이나 토론을 좋아하는 세대”라며 “이들과의 자유로운 소통을 위해 플랫폼 B/U 부분의 정식 직원으로 정식 발령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슈퍼와 편의점이라는 사업적 특성상 지방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본부와 현장 구성원들의 소통이 어려웠던 점도 이번 발령의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회사의 복지나 인사 체계 등에 대해 궁금한 GS리테일 직원들은 사내 공식 협업 툴인 ‘팀즈’에서 동수나 아리에게 질문을 하면 된다. 내용과 출처가 자동으로 암호화돼 동수와 아리에게 전달되고, 답변을 받아도 질문을 남긴 당사자만 확인을 할 수 있다. 익명성을 보장하다 보니 사내 반응도 뜨겁다. 동수나 아리와 소통한 직원은 300명을 넘었고, 즉각적인 소통과 회피 없는 직설적인 답변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직원 진급 체계 변경에 대한 문의, 원거리 교통비 지원, 태블릿 교체 기준 등 질문도 다양하다.
앞으로 GS리테일은 라이브 방송으로 동수와 아리의 팬미팅을 열고, 댓글이나 오프라인 포토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직원들의 활발한 참여를 유도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