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로터리] 슬기로운 국제기구 활용하기

김기준 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





전쟁 방지와 세계 평화 유지를 위한 유엔, 코로나 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대해 경종을 울린 세계보건기구(WHO), 세계 경제·사회의 공동 발전을 추구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은 인류의 삶을 안전하고 풍요롭게 하고자 설립됐다. 이들 국제기구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각국 정부 지원으로 운영되며 보통 국내총생산(GDP) 크기를 감안해서 분담금이 결정된다.

우리 경제가 전 세계 10위 규모로 성장하면서 국제기구 분담금 역시 해마다 증가해 각 기구 예산에서 한국의 비중도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21년 외교부의 국제기구 분담금 예산은 약 5400억 원으로 유엔에서 열한 번째, OECD에서 여덟 번째로 많은 분담금을 낸다. 특히 OECD에서는 전 세계 주요 7개국(G7) 바로 다음이 한국이라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하지만 이에 걸맞게 국제기구를 잘 활용하는지 의문이 들기도 하는데, 몇 가지 사항에 유의하면 기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사람’을 키워야 한다. 각 기구의 운영 방식과 회원국·사무국의 핵심 인물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그 국제기구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정보를 얻으려면 해당 기구의 주요한 의사 결정을 주도하는 이사회 의장단에 진입해야 하는데 그 벽은 상당히 높다. 통상 호선으로 선출하는 의장단에 뽑히려면 개인도 장기적인 공을 들임은 물론 국가 차원에서도 체계적 지원을 꾸준히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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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국제기구를 잘 활용할 방법을 찾아보자. 국제기구에 축적된 지식은 회원국이 공유하는 자산이다. 6월에 한·인도 에너지 장관이 만난다면 2월 말에 미리 국제기구 인도 부서장에게 4월 초 정례 회의 참석 계기에 별도의 미팅을 요청하자. 현재 그 국제기구가 인도와 진행하는 모든 협력 사업과 조기에 성과를 낼 수 있는 양국 간 협력 과제를 추천해 달라 하면 의외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경험이 많은 회원국은 국제기구 정례 회의 참석 계기를 다양하게 이용한다. 특히 G7 회원국은 정상회의를 준비하면서 미리 사무국 주요 인사에게 훈장을 주거나 별도의 재원 지원 등을 통해 슬기롭게 국제기구를 활용하며 원하는 성과를 얻는다.

마지막으로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리는 행동은 반드시 피하자. 우리나라는 2009년 OECD 각료이사회 의장국으로 회원국의 지지를 어렵게 이끌어 내며 수년간 ‘녹색성장’을 글로벌 의제로 주도했다. 기후변화 대응에도 잘 맞는 통찰력 있는 주제로 국제사회가 한국의 리더십이 지속되기를 기대했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동력이 사그라짐을 목격한 한 국제기구 직원의 말이 두고두고 귓가에 남는다. “한국의 녹색성장 리더십을 높이 평가했는데 5년마다 바뀌는 정부 입장을 보면서 앞으로 한국이 아무리 훌륭한 의제를 제시하더라도 국제사회의 지지를 얻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오랜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다. 국제기구를 슬기롭게 활용하기 위해서도 사람을 키우고, 다양한 활용법을 모색하고, 실수를 줄이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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