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이 석 달 연속으로 감소했다. 미국 달러화 강세로 다른 통화 자산의 달러 환산액이 감소한 영향이 컸지만 일부 달러 예금이 유출된 정황도 포착됐다. 주식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 이탈이 계속되는 만큼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의 긴축에 단단히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은 4615억 3000만 달러로 지난해 12월 말(4631억 2000만 달러)보다 15억 9000만 달러 감소했다.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10월 말 4692억 1000만 달러로 사상 최대 수준으로 늘어났으나 이후 석 달 내내 감소세를 보이면서 지난해 7월(4586억 8000만 달러)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자산별로 살펴보면 국채 등 유가증권은 4090억 7000만 달러로 한 달 전보다 126억 2000만 달러나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도 152억 9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8000만 달러 줄었다. IMF에 대한 교환성 통화 인출 권리인 IMF 포지션은 46억 1000만 달러로 3000만 달러 감소했다. 반면 예치금이 277억 7000만 달러로 111억 3000만 달러 증가했다. 금은 시세를 반영하지 않고 매입 당시 가격으로만 나타내기 때문에 전월과 같은 47억 9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유가증권과 예치금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증감한 것은 지난달 말 설 연휴로 우리나라와 미국 등 주요국의 월말 마감일이 엇갈리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원인으로 미국 달러화 강세로 인한 기타통화 외화자산의 환산액 감소를 꼽았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XY)는 지난달 말 97.26으로 전월(95.97)보다 1.3% 올랐다. 여기에 금융기관의 외화예수금 감소도 영향을 끼쳤다는 설명이다. 금융기관은 고객으로부터 받은 외화예금 일부를 지급준비금으로 한은에 예치해야 한다. 고객 외화예금 이탈이 발생해 한은에 예치한 외화예금 지급준비금이 줄면서 전체 외환보유액 감소에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우리나라 외환보유액 순위는 세계 8위를 기록했다. 중국이 3조 2502억 달러로 가장 많은 외환보유액을 보유하고 있고 일본(1조 4058억 달러)과 스위스(1조 1100억 달러)가 뒤를 잇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