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경제·마켓

"우리는 너무 많이 받고 있다" 짜다고 소문난 아마존도 연봉 상한 두배로 올렸다 [정혜진의 Whynot 실리콘밸리]

FAANG 중 상대적으로 임금 박했던

아마존 역시 연봉 상한선 2배로 올려

"노동 시장 경쟁에 따른 인재 유치"

기술주 하락으로 자사주 매력도 약해져

/블라인드 앱 갈무리/블라인드 앱 갈무리






“우린 너무 많이 받고 있다(We're paid too much)”

지난 해 말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 미국 이용자 대상 테크 라운지에 올라온 글이다.

애플 직원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총 급여액(Total Compensation)이 2년 반 사이에 두 배가 됐다”며 “나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글에 달린 1300여개의 댓글에는 “당신들만의 리그”라며 야유하는 댓글도 있었지만 상당수 많은 이들이 공감을 밝혔다. 지난해 화제가 된 노동시장 인력 이탈 흐름인 대사직 시대(The Great Resignation)와 빅테크들의 인력 쟁탈전이 맞물려 이 같은 이야기는 예외적인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는 분석이다.

/로이터연합뉴스/로이터연합뉴스


짜기로 유명한 아마존조차 연봉 상한선 2배 넘게 늘렸다



7일(현지 시간) IT 매체 긱와이어에 따르면 아마존은 직원 대상 내부 게시판에 "상여 등을 제외한 기본 연봉 상한선을 기존 16만 달러(약 1억9000만원)에서 35만 달러(약 4억2000만원)로 상향하겠다"며 이 같이 공지했다. 이는 개발자, 본사 사무직 등 일부 직군을 대상으로 적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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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 측은 "지난 한 해 노동 시장의 경쟁이 격화됐다"며 "최고 수준의 인재를 유치하고 기존 핵심 인재를 계속 회사에 남아 있도록 하기 위해서 보상 정책을 파격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주요 빅테크 기업으로 불리는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보상이 박한 것으로 알려졌던 아마존이 두 배 이상 기본 연봉 상한선을 높이며 인력 쟁탈전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특히 아마존은 지난 해 앤디 제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가 취임한 이래 '포르테'로 불리는 첫 연례 성과 평가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내부 직원들에 따르면 지난 해 12월 아마존은 직원들의 높은 이직률로 인해 회사가 보상 정책에 변화를 논의하고 있다고 공지한 바 있다. 동시에 단기적인 인력 이탈을 막기 위해 승진 시 제공되는 보상도 승진 즉시 적용하기로 했다.

/연합뉴스/연합뉴스


아마존이 현금 보상책 꺼낸 이유

아마존이 자사주 지급 보다 연봉 인상 카드를 꺼내게 된 데는 최근 기술주의 하락 행보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아마존은 지난 4일 실적 발표 후 주가가 13.5% 상승했음에도 지난해 7월 대비 15% 이상 하락한 상태다. 이 때문에 자사주 지급보다는 현금 보상이 직원들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는 설명이다. 아마존은 이달부터 멤버십 '아마존 프라임' 금액을 2달러 올리기로 한 만큼 이로 인해 확보한 매출원을 인건비에 상당 부분 할애할 것으로 보인다. 아마존은 이번 정책으로 늘어나는 인건비에 대해서는 정확한 언급을 거부했다. 다만 지난 4분기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 콜에서 “임금 상승과 인플레이션 등으로 운영 비용이 40억 달러(4조8000억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로이터연합뉴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해 올렸는데 빅테크 보상 또 늘리나

아마존이 연봉 상한선을 파격적으로 올리면서 경쟁사 역시 현금 보상책을 늘리며 반격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주 주가 대폭락을 맞아 직원들의 이탈 행보가 가시화된 메타 플랫폼도 긴장하고 있다. 메타는 최근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메타버스 부문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등에서 파격적인 보상책으로 인재들을 영입한 바 있다. 앞서 지난 해 12월 애플은 핵심 핵심 인재 이탈을 막기 위해 1인당 최대 18만 달러(약 2억 1300만 원)에 달하는 자사주 보너스를 지급한 바 있다. 이 보너스는 즉시 받을 수 없고 4년에 걸쳐 동일한 비율로 지급된다. ‘최소 4년은 회사에 머물러 달라’는 메시지가 담긴 셈이다.


실리콘밸리=정혜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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