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베이징 동계올림픽 남자 쇼트트랙 1,000m 준결승에서 한국 선수 두 명이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나란히 실격을 당하자 소셜미디어에는 'justiceForKorea(한국을 위한 정의)'라는 문구를 꼬리표(해시태그)로 단 게시글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 소셜미디어 트위터에는 5시간 만에 10만개가 넘는 해시태그 게시글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이후 국내외 누리꾼들은 이같은 해시태그와 함께 “이게 중국의 ‘올림픽 정신’인가요?”, “다리 잡은 중국 선수는 결승, 다리 잡힌 한국 선수는 실격”, "올림픽이 아니라 중국 체육대회다" 등의 내용이 담긴 글을 올렸다. 해외 누리꾼들 역시 "중국에 너무 유리한 판정을 하고 있다", "쇼트트랙의 판정이 끔찍했다" 등의 지적을 하고 있다.
해시태그(#)는 특정 핵심어 앞에 ‘#’ 기호를 붙여 써서 게시글의 성격을 쉽게 파악하게 한 온라인상 꼬리표다. 소셜미디어 사용자는 꼬리표가 붙은 단어를 편리하게 검색할 수도 있다. 꼬리표 기능은 이제 검색을 용이하게 하는 수단을 넘어 취향이나 관심사가 같은 사람을 모으고, 집단적인 주장이나 구호를 외부에 알리는 수단으로 진화했다.
사용자가 꼬리표 문구를 많이 올릴수록, 트위터는 이 문구를 ‘실시간 트렌드’로 만들어 더 많은 사용자에게 노출한다. 이에 누리꾼들은 꼬리표와 함께 ‘베이징 2022′ 올림픽 로고 문구를 ‘눈 뜨고 코 베이징 2022′로 패러디한 게시물도 만들어 확산하고 있다.
전직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도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14 소치겨울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000m·3,000m 계주 금메달리스트인 박승희 SBS 해설위원은 '눈 뜨고 코 베이징 2022' 포스터와 함께 "이 기분을 또 느낄 줄이야. 그것도 2배로"라는 글을 인스타그램에 게시했다. 박승희는 소치올림픽 1,000m 결승 경기 결승선 직전에서 중국 판커신에게 신체를 붙잡히는 방해를 받은 바 있다. 1998 나가노겨울올림픽에서 3,000m 계주 금메달을 땄던 안상미 MBC 해설위원도 박 위원과 같은 내용의 패러디물을 올리며 "제대로 베였네"라고 적었다.
한편 많은 공감을 얻는 꼬리표는 운동이나 정치로 발전하기도 한다. 가장 유명한 꼬리표 운동은 ‘#BlackLivesMatter(BLM·흑인의 삶도 중요하다)’와 성폭력·성추행을 고발하는’#METOO(미투)’다. ‘#BlackLivesMatter’는 2012년 미국에서 흑인 10대 소년 트레이본 마틴을 총으로 사망케한 자율방범대원 짐머맨이 무죄 판결을 받은 뒤 이듬해 누리꾼들이 이 사건을 질타하는 꼬리표 게시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면서 시작됐고, 이후 ‘BLM’ 구호는 인권 운동의 상징이 됐다. ‘#METOO’는 성폭행이나 성희롱을 당한 여성이 온라인 여론의 힘을 빌려 가해자를 고발하는 것으로 미국에서 시작됐으며 지난 2017년 할리우드 유명 영화제작자 하비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폭로하고 비난하기 위해 소셜 미디어상에서 대중화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