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궁지에 몰린 中 구한 에일린 구와 女축구

美中 혼혈서 中 대표된 구, 올림픽 스키 금메달

女축구는 아시안컵 우승하며 男축구 망신 덮어

베이징 올림픽 스키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에일린 구 /신화망베이징 올림픽 스키 종목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에일린 구 /신화망




중국 여자 스키와 축구 선수가 궁지에 몰린 중국 정부를 구하고 있다. TV 등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들을 대대적으로 선전하며 여론몰이 중이다.



지난 8일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스키 프리스타일 빅에어 종목에서 월등한 실력으로 금메달을 획득한 에일린 구(19·중국명 구아이링)에 관한 중국의 흥분상태가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관영 중국중앙방송(CCTV)는 경기 후 하루가 지난 9일에도 에일린 구의 경기장면을 반복해서 방송하는 것과 함께 승리 비법까지 친절하게 소개하고 있다. 웨이보 등 중국 SNS도 그녀와 관련된 검색어가 도배 중이다.

에일린 구의 흥행은 그가 가진 실력과 미모와 함께 중국계 미국인으로 미국 대신 중국 대표선수가 된 ‘애국주의’가 바탕에 깔려 있다.

구는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났다. 외모 자체는 동양인보다 서양인에 가깝지만 중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특히 중국 국적을 취득한 후 2019년부터 중국 대표로 국제대회에 출전한 것이 중국의 이른바 ‘애국주의’에 불을 붙였다. 이번 올림픽에서 중국에서는 불모지에 가까운 스키 종목에서 금메달까지 ‘조국’에 선사한 것이다.



미중의 전략 경쟁 속에서 중국계 미국인을 끌어오면서 결국 중국이 이겼다는 묘한 자신감이 그녀를 통해 투영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인기는 부와도 연결되는 데 그녀는 올림픽을 앞두고 중국 유명 스포츠 브랜드인 안타를 비롯해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 전자제품 브랜드인 메이디, 커피페인 루이싱커피 등의 광고모델이 되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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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매체 차이징은 에일린 구가 지난해에만 2,000만 위안(약 40억원)의 광고 계약을 맺은 것으로 추산하면서 “구의 ‘몸값’이 역대 중국 선수 중 농구계의 전설인 야오밍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다만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는 중국에서 중국 국적을 취득해 대표가 되면서 미국 국적은 포기한 것으로 과거 중국 관영매체에 보도된 바 있는데, 8일 기자회견에서 에일린 구는 미국 국적 포기 여부에 대해 확답하지 않았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아시안컵에서 우승한 중국 여자 축구대표팀. /신화망아시안컵에서 우승한 중국 여자 축구대표팀. /신화망


이와 함께 중국 여자축구는 한국을 ‘제물’로 앞서 당했던 남자 축구의 망신살에서 벗어났다. 중국 여자축구는 지난 6일 인도 뭄바이에서 열린 2022년 AFC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한국에 3대2 역전승을 거두면서 우승했다. 중국 대표팀은 지난 8일 귀국했는데 매체에서는 9일까지 환영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중국으로 귀국 후 곧장 시설격리에 들어가서 환영식은 다소 미뤄지고 있다.

중국 남자 축구팀은 춘제(중국의 설날) 당일인 지난 1일 열린 월드컵 최종예선전에서 한 수 아래로 보던 베트남에 졸전 끝에 1대3으로 패하는 망신을 당했다. 중국 내에서 비난 여론이 비등하면서 이는 결국 중국정부와 함께 그동안 축구광으로 소문난 시진핑 공산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에 대한 불만으로 비화했다. 중국 정부는 축구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스포츠 강국을 과시한다는 목표였지만 이것이 번번이 좌절되고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 직후에 여자 축구가 아시안컵서 우승하면서 남자 축구의 졸전이 가려진 것이다. 월드컵 진출 무산에 대해서는 침묵하던 중국 매체들은 여자 축구팀의 귀국은 실시간 중계하는 성의를 보였다.

/최수문기자 chsm@sedaily.com


최수문기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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