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마포구 상암동에서 도로를 달리고 있는 자율주행차 내부에 현재 위치가 표시돼 있다. /사진 = 이건율 기자신호등 불빛이 초록색에서 노란색으로 바뀌자 도로 위를 달리던 차량이 속도를 줄이면서 횡단보도 앞에 멈췄다. 차량 내부 모니터에는 도로와 사람·자전거·차량의 이미지를 구별할 수 있도록 표시됐다. 서울 도심 일반 도로 기준인 시속 50㎞ 이내를 유지하면서 사람이 운전하는 것과 큰 차이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안정적인 주행이 이뤄졌다. 자율주행자동차 시범운행지구인 마포구 상암동에서 10일 시작되는 유상 운송 서비스에 투입될 자율주행 차량의 모습이다.
9일 서울경제는 상암동 에스플렉스센터 앞에서 ‘A01’ 노선 차량에 탑승했다. 안전 관리자로 운전석에 동승한 자율주행차 기업 42dot의 이기현 자율주행엔지니어가 탑승자의 안전벨트 착용 여부를 확인한 다음 차량이 출발했다. 운전석 뒤 화면에는 차량 센서가 인식한 외부 모습이 대부분 무채색으로 표시되다 간혹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이 엔지니어는 “빨간색으로 표시된 물체는 자율주행 차량의 인공지능(AI) 시스템의 주행 계획 수립에 고려되는 주요 대상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자율주행차 유상운송 서비스가 10일부터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서 시작된다. DMC역 주변을 순환하는 42dot 차량. 사진 제공=서울시자율주행 차량의 AI 시스템은 차량사물통신망(V2X)을 통해 신호등의 노란색 표시 후 빨간색으로 바뀔 때까지 남은 시간 정보를 전달 받는다. 이를 근거로 AI 시스템의 판단에 따라 노란색 신호등 앞에서 속도를 줄여 정차한다. 비보호 우회전을 할 때에도 센서를 통해 외부의 사람·자전거·차량을 구별하면서 갑자기 발생하는 충돌 위험에 대처할 수 있다.
사거리에서 회전, 차선 변경도 매끄럽게 이뤄졌다. 출발 후 운전자의 개입이 없는 자율주행 기능으로 주행하던 차량은 어린이·노인보호구역에 들어설 때 안전 관리자의 조작에 따라 수동 운전 기능으로 전환됐다. 설명이 없으면 자율주행과 수동 운전의 차이를 구별할 수 없었다. 42dot의 한 관계자는 “이번 서비스에서는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면서 “사람도 여러 번 다닌 길이 편한 것처럼 자율주행차도 시간이 지나 운행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더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율주행 유상 운송 서비스는 A01·A02의 2개 노선과 차량 4대로 시작된다. A01 노선은 서울지하철 DMC역에서 에스플렉스센터·상암월드컵파크5·7단지 등을 거쳐 DMC역으로 돌아오는 총 5.3㎞, A02 노선은 DMC역에서 출발해 상암초등학교·DMC첨단산업센터 등을 지나 DMC역까지 오는 4.0㎞로 각각 운영된다.
택시처럼 승객이 지정한 출발지와 목적지에서만 정차할 수 있고 합승은 허용되지 않는다. 승객은 버스처럼 정해진 노선에서 지정된 승하차 지점을 선택할 수 있다. 승객은 서울시와 자율주행차 기업이 함께 개발한 전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탭(TAP!)’을 통해 실시간으로 차량을 호출하고 탑승할 수 있다. 요금은 회당 2000원이다. 이동 거리나 탑승객 수와 상관없이 한 번 탈 때마다 앱에서 기본요금이 자동으로 결제된다. 전용 앱에서는 서울에서 운행하는 모든 자율주행차의 실시간 운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승용차형 자율차에 이어 DMC역∼공원 지역을 순환하는 자율주행버스도 이르면 3월 운행을 시작한다. 서울시는 올 연말까지 상암동에서 유상 운송을 하는 자율주행차를 12대까지 늘릴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