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인 새 출발이다. 은하, 신비, 엄지가 청순 계보를 잇는 그룹 여자친구에서 자신들만의 색을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포부를 안고 비비지(VIVIZ)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7년간의 화려한 1막을 마무리하고 다시 한 번 새 출발선 위에 선 이들의 용기와 마음가짐이 가장 눈에 띈다. 이미 입증된 실력이 있기에 앞으로 걸어갈 이들의 길을 기대해 볼 만하다.
9일 오후 비비지(은하, 신비, 엄지)는 첫 번째 미니앨범 ‘빔 오브 프리즘(Beam Of Prism)’ 발매 기념 쇼케이스가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됐다.
지난해 5월 팀 해체를 맞이한 여자친구는 저마다 다른 꿈을 안고 흩어졌다. 각각 배우와 솔로 가수 등으로 홀로서기를 했지만, 은하와 신비, 엄지는 신생 기획사 빅플래닛메이드에서 다시 손을 잡았다. 그렇게 3인조 그룹을 결성한 이들은 자신들의 이름, 은비(활동명 은하), 신비, 엄지에서 한 글자씩 따 비비지라는 이름을 완성했다. ‘비비드 데이즈(VIVId dayZ)’의 줄임말이기도 한 팀명은 ‘선명한, 강렬한’을 의미하는 ‘비비드’와 ‘나날들’을 의미하는 ‘데이즈’의 합성어로, 언제나 세상에 당당하게 자신만의 색을 표현하는 아티스트가 되겠다는 뜻이 담겼다.
은하는 “소속사 대표님이 지어준 이름이다. 처음 들었을 때는 ‘이상한데?’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점점 비며 들었고(비비지에 스며들었다) 귀엽고 매력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엄지 역시 “뇌리에 박히는 이름이고 ‘비비드 데이즈’라는 의미가 있어 한껏 더 좋아졌다. 로고도 멋있게 나왔다”며 “우리가 정말 사랑하는 이름이 됐다”고 본인들 이름 앞에 놓일 새로운 팀명에 만족해했다.
두 번째 데뷔 무대에 앞서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신비는 “연습생 때 데뷔 준비를 했던 것보다도 더 열심히 잘해야겠다는 생각이었다. 한번 데뷔를 한 적이 있어서 그런지 뭘 알 고 하는 느낌이라 더 잘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며 “'열심히 하자’보다 ‘잘 하자’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엄지는 “우리가 그동안 멋진 길을 걸어왔다고 생각하는데 이번에 우리가 개척할 길도 멋지게 걸어보고 싶어서 좀 더 단단히 준비를 했다. 좀 더 후회 없이 하자는 생각이 들어서 실력과 마음가짐들을 좀 더 갈고닦았다”고 포부를 전했다. 은하는 “우리가 준비한 게 마음에 들어서 안 떨렸는데 지금 이 자리에 오니 떨린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히기도.
‘유리구슬’, ‘오늘부터 우리는’ 등 청순 콘셉트로 사랑받았던 이들이 비비즈로서 첫 선을 보이는 앨범 ‘빔 오브 프리즘’은 더 확장된 스펙트럼이 특징이다. 앨범명 또한 ‘비비즈만의 색깔과 아이덴티티를 완벽하게 녹여냈다’는 의미가 내포됐다. 타이틀곡 ‘밥 밥!(BOP BOP!)’의 스펠링 앞 글자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엄지는 “멤버들의 다양한 빛과 색깔을 담은, 매력 있는 앨범이다. 보컬적인 부분도 다채롭게 채워봤다”고 강조했다.
다채로운 색이 콘셉트인 앨범인 만큼 멤버들마다 키 컬러(상징색)도 정했다. 보라색을 선택한 은하는 “통통 튀는 신인다운 마음을 발산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파란색의 신비는 “쿨한 색깔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 ‘신비’하면 춤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아서 이번에는 ‘노래도 잘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열심히 준비했다”고 각오를 다졌다. 막내 엄지는 빨간색을 활용해 “정열적인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정적으로 준비했다”며 웃어 보였다.
타이틀곡 ‘밥 밥!’은 라틴풍의 리듬과 디스코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팝 댄스 장르의 곡으로, ‘좋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밥’에서 기반해 신나게 리듬을 즐기는 비비즈만의 음악적인 색깔을 한 단어로 표현한 것이다. “듣자마자 타이틀곡으로 예상했다”는 신비는 “앨범을 준비하면서 타이틀곡이 많이 바뀌었는데, 셋이서 보여주는 첫 번째 곡이다 보니 정말 많이 고민했다. 그러던 중에 ‘밥 밥을!’을 듣자마자 '이 곡은 첫 번째 데뷔곡으로 딱이다’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은하는 “킬링포인트가 정말 많다. 시작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말 것”이라고 강조했다.
앨범 콘셉트에 맞게 ‘밥 밥!’ 뮤직비디오 또한 비비드하고 화려하다. 청순 콘셉트의 여자친구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전혀 다른 그룹처럼 보일 수 있을 정도로 성숙하고 색다르다. 엄지는 “이번에 뮤직비디오 촬영을 하면서 뼈저리게 느낀 게 있는데 이전에는 6명이서 활동하다가 3명이서 하다 보니 쉴 시간이 없더라. 다른 멤버가 촬영할 때 잘 시간도 있었는데 눈 붙일 새 없이 바쁘게 돌아갔다”고 비하인드를 밝혔다. 은하는 “촬영장 분위기도 좋고 모두가 흡족해하는 행복한 현장이었다”며 새로운 시작에 설렜던 마음을 전했다.
그룹이 해체한 뒤 각자의 길을 찾아가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같은 팀 멤버들이 다시 모여 새로운 그룹으로 재데뷔하는 것은 많지 않다. 은하는 “이런 사례가 드물다 보니까 좋은 선례가 되기 위해서 ‘잘하자’는 말을 굉장히 많이 했다. 서로 북돋아주는 격려도 많이 하고, 솔직한 피드백도 많이 해줬다”고 했다. 신비는 “이렇게 적은 인원으로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떤 콘셉트를 가져가야 할지,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가야 할지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다”면서도 “그런 걱정을 한 것에 비해 3명 모두 열의가 넘치고 어느 때보다 열정이 가득한 상태라 걱정을 이겨냈다. 걱정보다 재미있게 준비를 했다”고 신인다운 열정도 보여줬다. 은하는 “1년 정도 활동을 쉬다 보니 빨리 무대에 오르고 싶었다. 데뷔를 기다리는 순간이 힘들었다”고 덧붙이기도.
팀 색깔이 확실했던 여자친구만큼 비비지도 확실한 정체성을 가져가려 한다. 좀 더 색다르고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다. 엄지는 “셋이 했을 때 어떤 색깔이 나올지 준비하기 전에는 확실하지 않았는데 같이 합을 맞추다 보니까 ‘우리는 이런 색이구나’라고 깨달았다”며 “더 신선하고 새로운 걸 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8년 동안 활동했지만 아직 못 보여준 모습이 많기 때문에 새로운 걸 많이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은하는 “여자친구가 심금을 울리고 감성을 젖게 하는 음악을 했다면, 비비지는 몸을 흔들게 하는 통통 튀는 음악이다”라고 설명했다.
신비는 다른 걸그룹들과의 차별점으로 “경력직 신입”으로 꼽으며 “새로움과 노련함 상반된 이미지가 공존해서 궁금함이 생길 것 같다. 여자친구 때와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비비지를 보면 신선하고 재밌게 느낄 것이다”고 확실한 강점을 어필했다.
비비즈의 데뷔에는 여자친구 멤버들의 응원도 뒤따랐다. 엄지는 “멤버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많이 전해줬는데 고맙고 든든했던 말 중에 ‘잘해. 화이팅’ 보다 ‘너희는 걱정이 안 된다. 잘 할 것 같다’라는 것이었다. 오래 지켜본 멤버들이 그렇게 말해줘서 힘이 됐다”며 “8년 동안 활동한 게 있기 때문에 여자친구의 발자취에 흠을 내지 않고 싶어서 비비지 활동을 더 열심히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열정으로 가득한 비비지 멤버들이지만 데뷔 앨범 발표에 앞서 전원 코로나19 확진이라는 안타까운 일을 겪었다. 이들은 비슷한 시기에 감염됐다가 격리를 마치고 컨디션을 되찾았다. 은하는 “안타까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오히려 좋다’라고 생각했다”며 “데뷔 전에 확진되다 보니 ‘액땜했다. 오히려 더 잘 될 수 있겠다’는 좋은 생각을 했다. 우리 전부 많이 아프지 않았고 빨리 이겨낼 수 있어서 쉬는 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체력을 비축해 뒀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처음으로 확진 판정을 받았던 엄지는 “처음에는 마음도 불편하고 믿기지 않았다. 조심한다고 조심했는데 걸려서 속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경각심을 갖게 되는 계기였고 건강 관리를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마냥 좋은 일은 아니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다”며 앞으로 있을 활동을 기대케 했다.
한편 비비즈의 ‘빔 오브 프리즘’은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