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금메달리스트 에일린 구(18·중국명 구아이링)가 중국의 온갖 광고를 휩쓸며 열광적 인기를 얻고 있다. 그러나 경기 직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쏟아진 국적에 대한 질문에는 계속해서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9일 중국 경제 매체 차이징(財經)에 따르면 베이징 올림픽을 앞두고 에일린 구는 무려 25개 브랜드와 광고 계약을 맺었다. 중국 최대 이통사인 차이나모바일, 중국 4대 국유은행인 중국은행, 가전사 메이디, 중국 최대 유제품 업체 멍뉴, 루이싱커피, 중국 양대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 운동복 업체 안타, 캐딜락, 티파니, 빅토리아 시크릿, 레드불 등으로 해외 기업도 다수 포함돼 있다. 매체는 "에일린 구가 지난해 2,000만 위안(약 38억원)의 광고 계약을 맺은 것으로 추산하면서 그의 '몸값'이 역대 중국 선수 중 농구계의 전설인 야오밍(姚明) 다음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에일린 구는 지난 8일 베이징올림픽 스키 프리스타일 여자 빅에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태생인 그는 미국인 아버지와 중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스키를 타기 시작해 미국 특급 유망주로 성장했다. 미국 대표팀에도 선발됐지만, 3년 전 중국 귀화를 선언했다. 미·중 갈등이 고조하면서 그의 국적과 중국 대표 출전 경위는 대중의 이목을 끌었다.
지난 8일 경기 후 2시간에 걸친 기자회견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에일린 구의 국적이었다. 중국 국적법은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에일린 구는 기자회견에서 '미국 시민권을 가지고 있느냐'는 질문을 최소 6차례 받았다"고 전했다. CNN이 편집한 4분짜리 '국적 질문' 영상에서 구아이링은 영어로 "미국과 미국 팀에서 항상 지지해줘서 감사하고, 동시에 많은 응원과 도움을 주는 중국과 중국 팀에도 감사하다. 스포츠는 많은 사람을 하나로 묶을 수 있다. 스포츠는 국적과는 관련이 없다"고 했다.
그럼에도 재차 국적 질문이 이어지자 그는 "미국에서는 미국인, 중국에서는 중국인 느낌이 든다. 매년 25~30%를 중국에서 보내며 자랐다. 중국어와 영어에 능통하고 문화적으로도 전부 연결돼 있다"면서 "내가 두 나라를 이용해 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 임무는 스포츠를 화합의 힘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가디언은 "그는 교묘하게 대답을 회피했다. 중국 정부를 화나게 하지 않고 가장 까다로운 지정학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모습이 놀라웠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