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美 "반도체 영광" 62조 지원 법안 추진…EU는 59조 투자해 점유율 2배 확대

[미래 성장동력 안 보인다-경쟁국은 기업지원 통해 국부창출]

대만, 5~9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

日 배터리 등 소재 회사 지원 강화





글로벌 기업들이 반도체·전기자동차·배터리 등 산업에서 치열한 경쟁을 극복하고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각 정부의 탄탄한 재정적·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됐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들 정부는 세금 면제, 인력 양성, 공급망 강화 등을 통해 기업들이 오로지 연구와 기술 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글로벌 파운드리 1위’ TSMC를 전폭적으로 지원해 온 대만 정부가 대표적이다. TSMC는 설립 자본금의 절반을 대만 공업기술연구원(ITRI)에서 출자를 받은 공기업이었다. 지난 1992년 대만 정부가 지분의 대부분을 처분하면서 민영화된 후에도 정부는 TSMC에 대한 지원을 멈추지 않았다.

그중에서도 대만의 최대 규모 첨단 산업단지인 신주과학단지는 사실상 TSMC를 위한 산업 클러스터라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곳에 입주한 기업들은 5~9년간 법인세를 면제받고 낮은 대출금리와 연구개발(R&D) 보조금 등 각종 혜택을 받아왔다.



신주과학단지에 본사를 둔 TSMC는 정부가 지원하는 산학 연계 모델을 통해 대만의 우수 인재들을 충분히 확보해왔다. 박재근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는 “우리나라에 매년 필요한 반도체 신규 인력이 1만 명가량인데 현재 투입되는 전문 인력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대만의 경우 매해 반도체 관련 학과를 전공한 인력만 1만 명씩 배출해 인력 수급부터 (우리나라와) 큰 격차를 벌린다”고 설명했다.

관련기사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선 국가는 대만뿐만이 아니다. 미국 하원에서는 이달 4일(현지 시간) 미국 내 반도체 생산 증대를 목적으로 520억 달러(약 62조 원)를 투입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미국경쟁법안(America COMPETES Act)’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제조업 및 공급망 강화를 위해 450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미 상원은 지난해 6월 중국 견제 등의 목적으로 반도체 산업 육성에 520억 달러를 투입하는 내용의 ‘미국혁신경쟁법안(U.S. Innovation and Competition Act·USICA)’을 가결한 바 있다. 이번에 미 하원을 통과한 미국경쟁법안은 상원으로 송부돼 미국혁신경쟁법안과의 협의 조정 과정을 거쳐 이르면 올해 1분기 중 최종 통과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상무부는 이미 법안 통과를 전제로 자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의 설립·증설·현대화를 추진하는 민간 또는 공공·민간 합작사업에 대해 보조금과 신용공여를 하는 내용의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해 업계의 의견을 듣고 있다.

유럽도 자체적으로 반도체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유럽연합(EU)의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이달 8일 미국과 아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EU반도체칩법’을 제안했다. EU 집행위는 이를 통해 430억 유로(약 59조 원) 이상의 공공·민간 투자를 동원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존 EU 예산에 150억 유로(약 20조 5000억 원)의 투자를 추가하는 방식이 될 예정이다. 이 법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유럽 내 반도체 생산이 세계 생산의 20%를 달성하도록 한다는 목표가 설정됐다고 EU 집행위는 덧붙였다. 현재 세계시장에서 EU 회원국들의 점유율은 9% 수준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 같은 목표는 국제적 수요 급증을 고려했을 때 우리가 기존에 해오던 것보다 네 배 더 노력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등 핵심 산업에서 강점을 가진 일본 역시 제조업에 대한 지원을 한층 강화한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반도체와 대용량 배터리, 의약품, 희토류와 기타 핵심 소재를 개발하는 기업이 전략 제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경제안전보장추진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시행되면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 등 전략물자의 국내 생산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지원하고 이렇게 생산된 제품을 국내 기업에 우선 공급하게 된다.


전희윤 기자·김기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