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0조 원에 이르는 세수(稅收) 추계 오류를 냈던 정부가 세입 급변동에 대비한 ‘조기 경보 시스템(EWS)’을 마련한다.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없을 경우 한 해 1회만 실시했던 세수 추계도 매년 6월과 8월 2차례 추가로 진행한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이 같은 내용의 ‘세제 업무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17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대적 세제실 쇄신을 예고한 데 이어 최근 세정 업무 사령탑인 세제실장까지 전격 교체하면서 세제실 개혁을 주도해왔다.
이번 개선방안의 핵심은 연 1회가 원칙이었던 세수 추계를 최소 3회 이상으로 늘리는 것이다. 기재부는 그동안 매년 8월 다음 해 예산을 편성하면서 내년도분 세입 예산을 추계해 국회에 제출했다. 예를 들면 올해 8월에 2023년도 세입 예산안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하고, 만약 2023년도에 별도 추경을 편성하지 않으면 8월 세입 전망을 그대로 유지하는 식이다. 추경 편성이 없다는 것은 나라 총지출에 변동이 없다는 의미이므로 수입 전망도 굳이 바꿀 필요가 없다는 게 기재부의 논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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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위기 속에 사상 최대 규모의 세수 오차가 발생하자 기재부도 그간 업무 관행을 바꿔 추경 편성 여부와 관계 없이 매년 2차례 세수 전망을 정기 갱신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종합소득세 신고일(5월) 직후인 매년 6월과 부가세 신고(7월) 직후인 8월에 정기 재추계 작업을 벌여 오류를 줄이기로 했다”며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등도 회계연도 시작 5~10개월 후 당해연도 세수를 재추계 하고 있어 이런 사례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세제실 조세분석과를 중심으로 조기 경보 시스템도 가동된다. 세수실적 및 경제 지표 동향을 월 단위로 점검해 세수 급등락 가능성이 포착될 경우 이를 조세심의회에 올리고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추계 모형 등에 대한 수정 및 세수 재추계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세수 추계 모형의 정합성도 강화된다. 현재 추계 모형은 국내총생산(GDP), 수출입, 부동산 거래, 에너지 가격 등 주요 지표를 기반으로 과거 사례를 분석해 미래를 전망한다. 하지만 이런 모델로는 코로나19 같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위기에 대응하는데 약점이 있고 GDP 같은 주요 지표 급변동에도 대응하기 어렵다.
정부는 이에 따라 주요 경제지표의 경우 단일 국책 연구기관이 아닌 복수 국책 및 민간 연구기관의 전망치를 적극 활용하고 추계 모형 자체도 연구 용역 등을 통해 재설계하기로 했다. 또 추계 모델값 외에 ‘추세선’ 분석을 실시해 설령 오류가 나타나더라도 오류 폭을 줄이도록 할 계획이다.
기재부는 또 세제실 내에 조세심의회 제도를 도입해 주요 세법 개정안과 세수 추계 내용 등을 내부에서 점검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조세심의회 잠정안(案)을 바탕으로 경제정책국, 국제금융국, 예산실 등과 의견 교환을 의무화할 방침이다. 국세청·관세청 등 징수기관과 외부 민간전문가와의 협의 및 검증도 강화되고, 민관 합동 ‘세수추계위원회’를 신설해 정부 세수 추계안을 검증할 계획이다.
세수 추계 결과에 대한 성과 평가 제도도 도입된다. 세수추계위원회가 결정한 세수 허용 오차율을 평가 기준으로 설정해 이 범위를 벗어날 경우 ‘정책 실패(Fail)’ 등급을 줘 즉각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실패 원인을 분석할 계획이다. 최근 5년 동안 주요 국가의 세수 추계 평균 오차율이 약 4.8%이고 국내 5년 오차율이 5.4%인 점을 감안하면 허용 오차율은 5%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광효 기재부 세제실 조세총괄정책관은 “지난해 세수 오차를 사전에 인지해내지 못한 점에 대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업무 체계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