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명지학원 파산 위기에…“학교·재단 이 지경까지 뭐 했나” 분통

"'망하는 학교에 왜 다니냐' 조롱에 낯부끄러워"

"한참 전 예견된 문제인데 그동안 뭐했나" 성토

명지대 "회생 재신청", 교육부 "교육자산 매각 안돼"

학생들이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명지대 학생회관 앞에 걸려있다. 사진=제보자 제공학생들이 학교 정상화를 요구하는 대자보가 명지대 학생회관 앞에 걸려있다. 사진=제보자 제공




“입학한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학교가 없어진다고 하네요.”



명지대 재학생 김 모(20) 씨는 최근 명지학원의 회생 절차 폐지 소식에 망연자실했다. 김 씨는 학교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주변의 조롱 섞인 시선에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 8일 서울회생법원이 명지학원에 대한 회생절차 중단을 결정하면서 명지대 학생들의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가 오래전부터 재단 문제에 대해 눈과 귀를 막고 학생들의 주장을 듣지 않아 사단을 키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학교 측은 파산 수순을 밟지 않고 회생을 재신청할 거란 방침이지만 실제 파산하게 될 경우 전학 과정이 쉽지 않아 학생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11일 서울경제가 만난 명지대 재학생과 졸업생들은 명지학원의 회생 절차 중단 소식에 학교가 조롱거리가 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졸업생 유 모(27) 씨는 “누가 출신 학교를 물으면 파산해 없어진 학교를 졸업했다고 대답해야 할 판”이라며 “나름 규모가 있는 학교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창피하다”고 전했다. 재학생 이 모(22) 씨는 “다른 학교로 편입학 가면 거기서 무슨 낯으로 학교를 다니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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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의 불만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이어졌다. 명지대 학생들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게시판에는 “점심 먹으러 가다가 중학생 아이가 ‘망하는 학교에 왜 다녀’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명지중, 명지대 출신인데 출신 학교 2개가 모두 폐교되게 생겼다”, “폐교된다고 조롱하는 사람들 때문에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해명을 하고 다니고 있다” 등의 내용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명지학원의 회생 절차 중단은 예견된 결과라는 지적도 있다. 사실상 학교와 재단 측이 재정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었다는 것이다. 명지대 총학생회장은 “재학생 등 학교 구성원들의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학교 측이 방만한 경영을 계속했다”며 “지금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3년 전 학교를 졸업한 박 모(29)씨는 “학교를 다닐 때부터 꾸준히 제기돼 온 문제인데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결국 일이 발생했다”며 “학교 측이 학생들의 목소리에 단 한 번이라도 귀를 기울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은 내달 회생을 재신청할 것이며 파산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명지대 관계자는 “이번에 중단 결정된 회생절차는 (채권자 중 하나인) SGI서울보증이 신청한 것”이라며 “교육부의 의견을 반영해 회생을 재신청할 계획이고 교육부 측에서도 회생 절차에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전했다”고 설명했다.

학교가 파산 수순을 밟게 될 경우 전학과 편입학 과정에서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0월 파산한 한려대의 경우 정원이 400명에 불과했지만 특별편입학 과정에서 약 10개월이 소요됐다. 현재 명지학원 소속 학생은 총 3만여 명에 이른다. 교육부 관계자는 “명지학원의 규모를 감안하면 학생들의 편입학 과정을 완료하는 데 최소 수년은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지학원의 회생 여부는 불투명하다. 명지학원의 회생 절차에 교육부가 협조의사를 밝혔지만 법적인 문제가 얽혀있다. 명지학원 측은 채무를 변제하기 위해 명지전문대 부지 등 자산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인데 교육부는 해당 부지는 교육용 자산에 해당돼 매각을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교비회계 수입은 법인회계 등 타 회계로 전출·대여할 수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육용 재산을 팔아서 법인의 채무를 갚겠다는 것은 법률상 어긋나는 부분이라 허용할 수 없다”며 “적법한 범위 내에서 회생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대한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건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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