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키 여제’로 불리는 미국의 미케일라 시프린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 스키 알파인 대회전 경기에서 두 번이나 넘어지며 눈물을 흘렸다. 이런 악몽은 시프린뿐만이 아니었다. 80명의 여자 대회전 출전 선수 중 절반 가까이가 넘어져 완주하지 못했고, 한 선수는 넘어지면서 다리가 부러지기도 했다.
이는 경기장의 경사가 가파르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이 열리기 전 선수들에게 경기장을 공개하지 못해서인데, 무엇보다 가장 큰 원인은 ‘100% 인공 눈’으로 만든 경기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최근 베이징 올림픽의 인공위성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을 보면 하얗게 눈이 쌓인 알파인 스키장 슬로프만 제외하면 주변은 온통 갈색을 띤 건조한 산지여서 뚜렷한 대조를 이룬다. 이 사진은 지난달 29일 랜드샛 8호가 촬영한 것이다.
애초에 베이징은 동계올림픽에 적합하지 않았다. 스키·봅슬레이 등의 경기가 열리는 곳은 베이징에서 북서쪽으로 74㎞ 떨어진 옌칭 지구 샤오하이투오 산에 위치해 있지만 이 지역은 2월 평균 3.3㎝의 눈만 내린다. 더욱이 올 겨울에는 가뭄까지 겹쳤다. 이로 인해 중국은 300여 대의 제설기를 동원해 스키 경기에 필요한 눈을 만들어 내고 있다.
눈을 만들어낸 후 유지하는 것도 힘들다. 지난 30년간 베이징의 2월 평균 기온은 영상권이다. 중국 측은 영상의 기온에도 눈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술이 도입됐다고 밝혔지만 그로 인해 인공 눈의 밀도와 질이 좋지 않다.
과학자와 환경운동가들은 인공 눈을 사용하는 동계올림픽이 환경에 매우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최근 CNN은 기후변화로 인해 지난 50년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21개 도시 중에 21세기 말 동계올림픽에 적합한 기후를 갖춘 곳은 단 한 곳에 불과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보도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동계올림픽을 치르려면 인공 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아무리 인공 눈을 많이 만들어도 그 것을 유지할 수 있는 산악지대의 적절한 기온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고 경고한다.
환경운동가들이 가뜩이나 물이 부족한데 인공 눈을 만들기 위해 어마어마한 양의 물을 쏟아붓는다고 지적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에 따르면 이번 베이징올림픽에서 쓰이는 인공 눈을 만드는데 4,900만갤런(1억8,549만L)의 물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는 1억명에 달하는 인구가 하루 동안 마실 수 있는 양이다.
또 인공 눈은 생태계에 큰 피해를 준다. 인공 눈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물에 화학물질을 첨가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수백개의 제설기에서 발생하는 소음도 주변 야생동물에게 악영향을 끼친다.
인공 눈은 자연의 눈과 질도 달라 선수들에게도 크게 영향을 준다. 천천히 쌓이는 자연 눈은 공기가 90% 이상을 차지하는데 반해 인공 눈은 30%가 얼음이고 공기는 70%정도밖에 안 된다. 이렇듯 인공 눈은 수많은 작은 얼음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자연 눈 슬로프에서 경기하는 것보다 속도가 더 붙어 제어하기가 더 힘들다. 게다가 사고가 발생하면 더 심각하게 다칠 수도 있다.
물론 베이징 이전의 동계올림픽 때에도 인공 눈을 사용해왔다. 2018 평창올림픽 때에는 인공 눈이 90%, 2014 소치올림픽 때에는 인공 눈이 80%였다. 하지만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동계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100% 인공 눈을 사용했다.
CNN은 베이징올림픽뿐 아니라 전 세계 동계스포츠가 지구온난화와 기후 변동에 좌우되는 상황을 피하려 환경에 악영향을 주는 ‘인공 눈 의존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