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단독]정부 '경제안보법' 만든다…기업 외국 특허 제한하고 기밀제출 강제

공급망 위기 개별부처 대응 한계

경제부총리 중심 '관리위' 신설

비상시 대통령이 직접 회의 주관

"민간 기업에 과도한 경영 침해"

'옥상옥' 조직 만든다는 비판도





정부가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범부처 조직을 신설한다. 개별 부처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공급망 정책을 총괄할 컨트롤타워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민간 기업의 외국 특허 출원을 제한하는 동시에 자료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강제 조처도 함께 도입한다. 반도체 같은 첨단 제품뿐 아니라 요소수 같은 범용 제품 수급에도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정부 대처의 한계를 확인한 만큼 민간 역량을 동원하겠다는 것이다.

1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경제 안보를 위한 공급망 관리 기본법’ 도입을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기본법은 공급망 위기 대응을 총괄할 ‘공급망관리위원회’ 신설을 골자로 한다. 국토교통부와 해양수산부가 물류 정책을, 산업통상자원부가 소재·부품·장비 수급 정책을 마련하는 식의 병렬적 대응 체계를 위원회가 ‘큰 그림’을 그리면 일선 부처가 따르는 수직적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것이 기재부의 구상이다.



위원회는 매년 ‘공급망 관리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며 개별 부처는 이 계획을 지침으로 삼아 세부 이행 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위원회는 각 부처 장관과 국정원장·경제수석 등으로 구성된다. 위원회 수장은 경제부총리가 맡되 비상시 대통령이 회의를 직접 주관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공급망을 총괄할 틀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법을 준비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기재부는 민간에 대한 정부 개입을 강화하는 방안도 법안에 함께 담을 계획이다. 우선 민간 업자에 수출입 및 재고 현황 등 기밀 정보를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정부가 마련한 수급 관리 시스템인 ‘국가 조기경보시스템’을 보강하기 위해서다. 사업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제출을 거부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아울러 정부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민간 기업의 외국 특허 출원을 제한하는 방안도 법안에 담긴다. 이를테면 삼성전자가 반도체 첨단 제조 기술을 새로 발명하더라도 정부의 판단에 따라 외국 특허를 받는 것 자체가 막힐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해외 의존도가 높은 품목만 수천 개에 달하는데 정부 혼자 수급 공백을 해소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민간의 특허를 심사하더라도 제한적 범위에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공급망안정기금’을 조성해 민간 사업자의 비축 비용을 지원하거나 수입처 다변화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보조하는 안도 법안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민간 역량을 동원하는 방식이 자칫 기업에 대한 과도한 경영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 인사 중심으로 구성된 ‘공급망관리위원회’가 수급 위기 품목을 선정하고 필요한 자료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위원회가 위기 수준을 지나치게 높게 보고 필요 이상의 대응을 민간에 강제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경제 단체의 한 관계자는 “정부로서는 어떻게든 문제가 생기지 않게 하려고 할 텐데 위기 품목 범위의 수준을 필요 이상으로 설정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의사 결정을 좌우하는 위원회에 민간의 목소리가 반영될 창구를 만들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재부가 대응 역량 제고를 명목으로 내세워 조직을 신설하는 것을 두고도 정부 내 의견이 분분하다. 기재부는 정부 부처 간 대응이 유기적으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를 고려해 전담 컨트롤타워를 둬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례로 지난 ‘요소수 사태’ 대응 과정에서 산업용 요소수를 차량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두고 환경부와 산업부가 이견을 보이면서 의사 결정이 다소 지연됐는데 결정 체계를 일원화하면 보다 신속히 의사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처별 정책이나 이견을 조율하는 기구가 이미 있는데 조직을 불필요하게 늘리려 한다는 비판이 많다. 기재부가 ‘옥상옥’ 조직을 만들어 공급망 이슈를 주도하려 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정부 간 이견 조율을 위해 청와대 경제수석실과 국무조정실이 있는 것”이라며 “있는 조직을 잘 활용하면 되는데 별도 조직을 신설하는 게 무슨 효용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요소수 사태에서 경험했듯이 상시 대응 조직이 없으면 일 처리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위원회를 뒷받침할 실무 조직을 기재부에 두려는 것도 “공급망 대응을 빌미로 자리를 챙기려는 것 아니냐”는 뒷말을 낳고 있다. 기재부는 위원회 운영 지원을 목적으로 기재부 내 ‘경제안보공급망관리본부’를 신설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세종=김우보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