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정치·사회

[기자의 눈] 베이징과 하와이

박성규 국제부 기자







‘이상화의 눈물에 감동 확산…우정에 국경은 없다’

지난 13일 요미우리신문에 게재된 기사 제목이다.

이상화 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는 이날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고다이라 나오 선수의 아쉬운 레이스에 눈물을 보였다. 이 사실이 알려진 직후 요미우리는 일본 국민들의 반응을 기사화했다.

평창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고다이라 선수는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이상화 선수를 위로해줬다.

4년이 지난 후에도 둘의 우정이 변하지 않았다는 점을 한국뿐 아니라 일본 보수 언론도 주목한 것이다.

이들의 우정에 한일 언론이 관심을 갖는 것은 역설적으로 전후 최악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로 한일 관계가 안 좋기 때문이다.



실제 한일 정상 간 대면 회담은 2019년 12월 이후 멈췄고 위안부 문제와 한국 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이어 사도광산까지 역사 현안에 새롭게 추가되며 갈등의 골은 더욱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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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경기에 앞서 하와이에서 이뤄진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도 양측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추진에 대해 입장차만 확인했다.

우리 정부의 핵심 이슈였던 한일 갈등이 현 정권 임기 말까지 지속되는 모양새다.

문제는 정권이 바뀌어도 달라질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 정부로서는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일본도 강경하다. 우리 정부가 여러 차례 정상 간 회담에 열려 있다는 점을 밝혔지만 요지부동이다. 한국이 해법을 제시하기 전까지 그 어떤 대화도 하지 않겠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이대로 갈 경우 한일 갈등이 고착화할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나온다.

물론 관계 개선은 쉽지 않다. 그러나 일단 만나야 한다. 역사 문제를 제외하더라도 북한 문제 공조 등 한일이 협력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다행히 한국의 정권 교체를 앞두고 일본 정치권과 일본 언론에서도 양국의 관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인도태평양 전략을 공개한 미국 역시 한미일 3각 협력을 중국 견제를 위한 핵심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상황이다.

일본은 생떼를 그만 부리고 한국은 역사 문제뿐 아니라 다양한 현안을 제시하며 만남을 압박해야 한다.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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