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기업

[시그널] "IPO 없다" SK온에 사우디 ‘최적 파트너’ 부상

[사우디 국부펀드 兆단위 투자 추진]

사모펀드보다 안정적 자금운용 매력

배터리 투자 확대마다 자금줄 가능

'탈석유' 사우디, 포스코·넥슨 등 이어

이번엔 SK 주주로 등극할지 관심





SK이노베이션(096770) 물적 분할 후 상장(IPO)에 대한 규제 문턱이 높아지면서 전기차 배터리 자회사인 SK온의 투자 유치에 장기 투자가 가능한 국부펀드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인 PIF(Public Investment Fund)는 최근 넥슨과 엔씨소프트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데 이어 SK온의 프리 IPO 투자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배터리 생산 시설을 미국·유럽 등으로 확대하고 있는 SK온은 막대한 투자 실탄이 지속적으로 필요한데 상당 기간 IPO가 쉽지 않아 사모펀드보다 안정적인 국부펀드의 투자에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다. ‘탈석유’에 나선 사우디가 국내 건설 및 정유업체 투자에서 최근 게임으로 투자처를 늘린 데 이어 ‘K배터리’를 협력 분야로 점찍은 것도 주목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그룹이 SK온의 3조~4조 원 규모 투자 유치에 글로벌 사모펀드와 함께 사우디 국부펀드인 PIF가 참여하자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PIF는 넉넉한 실탄과 적극적인 투자 의사를 갖고 있는 데다 사모펀드에 비해 투자 조건도 까다롭지 않아 SK 고위층이 선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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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실적 발표에서 SK온 지분 100%를 보유한 SK이노베이션이 “SK온 상장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못박으면서 PIF가 투자 파트너로 주목받고 있다. SK온은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4위에 올라 있는데 글로벌 톱3에 올라서려면 이번 투자 유치 이외에도 계속 대규모 투자 실탄을 확보해야 한다. SK온은 이번에 유치할 자금은 미국 내 배터리 공장 신·증설에 투입할 예정인데 앞으로도 중국 옌청·헝가리 코마롬 등에 설립할 공장들을 고려하면 총 투자금만 30조 원에 이른다.

SK이노베이션이 상당 기간 SK온에 대해 상장 의사가 없다고 밝힌 상황에서 지속적인 투자 자금 유치가 어느 때보다 긴요해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사우디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이사회 의장으로 포진한 PIF는 SK온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할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운용 자산이 4300억 달러(515조 원)인 PIF는 세계 최대기업인 아람코의 지분 매각 대금 등이 들어오면서 오는 2025년 말까지 1조 700억 달러(1283조 원)로 덩치를 키울 계획을 갖고 있다. 사우디가 ‘탈석유’ 경제를 지향하면서 친환경 등을 내세우고 있어 SK온의 전기차 배터리는 어떤 산업보다 적합하다는 측면도 있다.

SK 입장에서도 PIF가 국내에서 장기 투자자로 신뢰를 쌓아온 ‘투자 레코드’가 확실해 협력 가능성을 다양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PIF는 지난 2015~2016년에 걸쳐 포스코건설의 지분 38%를 총 1조 2391억 원에 인수한 후 현재까지 보유하고 있다. 건설업의 업황이 그간 적잖은 부침을 겪었지만 PIF는 포스코건설 이사회에 비용 절감을 요구하는 것 이외에는 별다른 요구 사항을 제시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PIF는 포스코건설과 알루미늄 개발 합작사를 세운 데 이어 올해 1월 포스코그룹과 사우디에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수소 생산 사업을 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협력을 확대해 왔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우디의 PIF가 이달 초 넥슨에 1조 원을 투자한 데 이어 엔씨소프트 지분 6.69%를 사들였는데 ‘SK온’까지 투자를 준비하면서 우리나라와 전략적 투자 관계가 한층 깊어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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