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현장+] 유세 첫날 부산·대구 찾은 이재명 "박정희·홍준표면 어때"

경부선 상행선 따라 부산·대구·대전·서울 연이어 방문

PK 시민들 "재보궐 때와 여론은 비슷" vs "윤석열 능력 의심"

30대 대구 청년들 "민주당 지지했지만 집값 급등에 등 돌려"

'유능한 경제 대통령' 슬로건··정부여당 거부감 극복이 관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부산 진구 부전역 앞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제20대 대선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부산 진구 부전역 앞 유세차량에 올라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부산=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공식 선거운동을 맞아 첫 유세 지역으로 부산과 대구를 차례로 찾았다. 이 후보는 '통합·경제 대통령'을 전면에 내세우며 중도층 공략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전 9시 부산 부전역 앞 유세를 시작으로 낮 12시 대구 동성로, 오후 3시 대전 으능정이 거리에서 잇달아 연설에 나섰다.

그는 부산 부전역에서 "누군가를 혼내고 과거를 뒤져 벌주는 것보다 진정 필요한 것은 더 나은 미래로 나가는 것"이라며 "대한민국이 가진 역량을 다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이 후보는 "정치인에게 이념과 사상이 뭐가 중요하냐"며 “연원을 따지지 않고 좋은 정책이라면 홍준표·박정희 정책이라도 다 가져다 쓰겠다”고 강조했다. 보수 정당 출신의 대통령과 현역 정치인을 치켜세우면서 지역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발언이다.

PK는 이 후보에게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지역이다. 국민의힘 텃밭이라는 명성이 무색하게 윤석열 후보는 여전히 이 지역에서 좀처럼 50%가 넘는 지지율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 후보가 그만큼 파고들 여지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현재 무응답층으로 분류되고 있는 표심이 선거 막판 윤 후보에게 기울 경우 현재와 같은 팽팽한 박빙 구도는 금세 무너질 수 있다. 실제 지난해 4월 재보궐 선거에서 이러한 흐름이 나타났다. 박형준 부산시장을 향한 각종 네거티브 공세에도 불구하고 선거일이 임박하면서 전통 지지층은 국민의힘으로 급격하게 결집하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 현장에서 만난 부산 시민들 역시 상대적으로 국민의힘에 호감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았다. 서면 인근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김광숙(62)씨는 “가게를 방문하는 손님들은 대체로 윤석열 후보에 투표를 하겠다는 분위기”라며 “윤 후보의 가장 큰 리스크가 결국 부인 문제 아닌가. 이재명 후보 배우자인 김혜경 씨와 비교하면 오히려 김건희 씨가 진솔하고 사람은 더 낫다는 평가도 많은 것 같다"고 현재 분위기를 전했다.

부전역 연설 현장에서 만난 50대 남성은 스스로를 민주당 지지자라고 소개하면서도 현재 표심은 지난해 4월 재보궐 선거 때와 비슷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그는 “현재 부산 여론지형은 7:3이라고 보는 게 맞다"면서도 “그래도 윤석열 후보의 능력을 의심하거나, 케릭터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민주당이 포기할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제 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손을 들어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 =연합뉴스제 20대 대통령선거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15일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대구 동성로에서 열린 선거유세에서 손을 들어 한 표를 호소하고 있다. /대구 =연합뉴스




이재명 후보의 고향인 대구에서도 반응은 비슷했다. 이 후보는 최근 중도·보수 성향의 유권자를 겨냥해 과감한 우클릭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 후보는 지난 14일 진보의 금기에 도전하겠다며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연결을 거론한 데 이어 이날은 광역시급에도 법인세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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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후보는 이날 대구 동성로를 찾아 "좋은 정책이면 김대중 정책이냐, 박정희 정책이냐를 가리지 않는다"며 실용주의자의 면모를 적극 부각했다. 그러면서 "대구·경북이 낳은 첫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이 나라를 위해 진정한 민주공화국을 위해 일할 기회를 달라"고 지역 주민의 감성에 호소했다.

민주당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인 우상호 의원은 이날 일정에 대해 "물류의 대표적인 도시인 부산에서 서울로 온다는 경제 도약의 의미가 있고, 약간은 불리한 지역에서 조금 더 세 몰이를 하겠다는 판단도 있다"며 "(선대위 인사들이) 전국 각지에서 출발해 모이는 국민 통합의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선대위는 이 후보가 경북 안동 출신임 점을 고려할 때 민주당 후보 최초로 25~30% 득표율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TK 득표율은 21%였다.

다만 지역 유권자 사이에선 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한 거부감이 강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 후보가 내세운 ‘유능한 경제대통령 슬로건’이 강고한 정권교체 여론으로 인해 좀처럼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다.

대구에서 직장을 다닌다는 홍 모(37)씨는 이재명 후보를 찍을 계획이지만 주변 분위기는 녹록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변에 이재명 후보를 찍는다고 한 사람이 거의 없다. 30대 남자들은 특히 부동산 문제에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 만큼은 아니지만 대구의 집값도 최근 몇 년 간 급등하면서 결혼을 이미 했거나, 결혼을 앞둔 30대들에게 민주당은 유능이 아닌 무능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는 것이다.

특히 홍 모 씨는 “대구가 국민의힘 텃밭이라는 인식도 잘못됐다”고 성토했다. 그는 “주변 친구들은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대부분 찍었는데, 이번에 모두 돌아섰다는 점에서 더욱 큰 문제”라며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요즘 온·오프라인 상에서 워낙 많이 접하다 보니 정부·여당을 향한 반감이 커진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대구에서 택시를 운영하는 한 70대 남성은 “여야 후보 둘 다 마음에 차지 않지만 그래도 이재명 후보를 뽑겠다”면서 정권교체 여론에 민주당이 지나치게 위축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구에서 나처럼 민주당 지지자를 찾기 쉽지 않다. 대구 사람들은 그냥 ‘묻지마 국민의힘’이라 답답하다”면서도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0%가 넘는데 정권 실패 프레임은 동의가 안된다. 무엇보다 지금 국민의힘을 찍는 것은 결국 이명박·박근혜 때로 돌아가자는 소리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부산·대구=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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