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피크타임엔 대리 '부르는게 값'…용역 일당도 12만→17만원

■고삐 풀린 서비스요금…인플레發 인건비 천정부지

대리기사 감소 속 밤9시 이후에만 수요 몰려 불균형 심화

부동산경기 하락에도 시공원가 치솟자 인건비 덩달아 급등

생활물가 반년째 3% 안팎 고공행진…서비스요금 끌어올려






“2만 원이면 가던 곳을 지금은 5만 원을 준다고 해도 안 가요. 물가가 오르다 보니 우리도 가격을 어떻게 할 수 없죠. 자연스럽게 다 같이 올라가는 겁니다.”

서울 도봉구에서 대리운전 중개 업체를 운영하는 박 모 씨는 최근 대리운전 업계의 상황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 업체에 따르면 평소 1만 5000원이던 서울 시내 배차 금액이 최근 2만 원에서 2만 5000원까지 올랐다.



박 씨는 “손님 콜(call)을 받고 예상 금액을 기사에게 제시하면 아예 콜을 안 받는다”며 “어쩔 수 없이 금액을 다시 올려서 손님에게 제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특히 코로나19로 인한 영업제한 시간인 오후 9시 전후 피크타임에는 기사를 찾기 힘들어 배차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대리기사 부족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전방위 물가 상승 압박까지 가세하며 서비스 요금 전반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생활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06%에 달했다. 소비자들이 피부로 체감하는 생활물가는 지난해 9월 2.98%, 10월 3.36%, 11월 3.53%, 12월 2.97% 등 3% 내외에서 고공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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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에는 ‘부르는 게 값…콜 떠도 성에 안 차면 안 받아=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리운전 중개 업체들은 요즘 제값에 운전기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 시내는 물론 장거리 대리는 기사를 찾지 못해 말 그대로 기사가 부르는 게 값이다. 최근 지인들과 골프 모임을 다녀왔다는 조 모 씨는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서 대리기사를 부르는데 차량당 20만 원씩, 2대에 총 40만 원이 들었다”며 “기존에는 한 대당 10만 원 내외면 대리기사를 부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대리운전은 기사를 구하는 콜이 오면 중개 업자가 거리에 따른 예상 금액을 제시한 후 해당 금액으로 대리운전을 할 의향이 있는 인근 기사들을 연결해주는 방식으로 거래가 체결된다. 하지만 중개 업체들은 기사들이 예전 가격으로는 운전에 나서지 않아 하는 수 없이 손님들에게 더 높은 가격을 제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일선 업체들은 전반적인 물가 상승 압력과 인력 수급 불균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대리기사 요금이 크게 올랐다고 봤다. 당장 물가 상승 등으로 생활비가 크게 뛴 만큼 대리기사들도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냐는 얘기다. 코로나19 거리 두기 조치에 따른 야간 영업시간 제한으로 대리기사 수급 불균형 문제도 커졌다. 대리운전을 찾는 손님들이 오후 9시를 전후해 집중적으로 몰리면서 이 시간대의 대리운전 요금은 사실상 기사들이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중개 업자 B 씨는 “피크타임 때가 아니면 수요가 그렇게 많지 않아 전체적으로 기사 수가 오히려 줄었다”며 “수요가 몰리는 시간대에 필요한 기사가 더 없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경기 죽었는데…인테리어 용역 일당 17만 원으로 뛰어=서비스 요금 급등 현상이 비단 대리운전 업계에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주로 하루 단위로 시공 근로자를 고용하는 인테리어 업체도 마찬가지다.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백 모 씨는 “용역비가 지난해 추석 즈음 하루 12만 원에서 지금은 17만 원까지 올랐다”며 “지난해는 그래도 부동산 경기가 활황이어서 손님이라도 많았는데 올 초부터는 부동산 경기도 죽어 손님도 줄고 시공 원가도 크게 뛰었다”고 밝혔다. 다른 인테리어 업체 사장 A 씨는 “실리콘 가격만 한 달 새 100% 급등했다. 물가가 전체적으로 오르는데 인건비가 안 오를 수 있겠냐”면서 “인건비를 비롯한 모든 자재비가 상승해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일용직 노동자들을 건설 현장 등에 알선하는 인력 업체도 인건비가 대폭 올라 아우성이다. 인력 업체 사장 김 모 씨는 “용역 인건비가 최근 7%나 상승했다”면서 “일용직 노동자들을 찾는 사람들에게 용역비가 그만큼 뛰었다고 하면 다른 곳을 여기저기 알아보다 결국 전체적으로 올랐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 연락이 온다”고 전했다. 김 씨는 “중대재해처벌법으로 건설 현장에서 작업을 조금씩 천천히 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돼 인력 수요가 크게 줄었다”며 “인력 수요가 감소하다 보니 자연스레 일용직 노동자들이 계약직 경비원, 건물 청소부 등으로 빠져 인건비가 올랐는데도 사람 구하기가 정말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강동헌 기자·박신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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