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다양한 문화, 열린 마음

◆김기준 섬유산업연합회 부회장





과거 국제 통상을 담당하면서 다양한 국적과 문화의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행동 방식이 있다는 점을 많이 느꼈다. 지난 2019년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결혼하는 10쌍 중 1쌍은 다문화 결혼이라고 하니 이제는 굳이 외국인을 업무적으로 만나는 입장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여러 문화를 일상으로 만나게 되는 것 같다. 많은 세계인들이 방탄소년단의 노래와 ‘오징어 게임’ 같은 한국 드라마를 즐기듯이 우리 사회도 다양한 문화의 모습을 이해하는 열린 마음을 가질 때 좀 더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된다.



한국에서 ‘소비자가 왕’이라는 얘기를 많이 들었던 필자는 6년간 파리에 살면서 ‘서비스 공급자가 왕’인 듯한 문화를 처음 접할 때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프랑스 식당에서는 간단한 메뉴를 얼른 주문하려는 마음에 식당 종업원을 손짓해 부르더라도 즉각적인 서비스를 받지 못하기 일쑤다. 왜냐하면 그 식당 종업원은 자기 나름대로의 순서대로 주문을 받기 때문이다. 더구나 주문을 받으러 와도 손님이 봉주르하고 인사를 건네지 않으면 주문받을 수첩조차 꺼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 아무리 고객이라도 내 가게에 들어온 이상 내 기준에 맞추는 것이 원칙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이사를 가서 인터넷 연결을 신청하면 ‘죄송합니다 고객님, 오늘 오후에 인터넷 연결 신청을 해주신 관계로 괜찮으시다면 다음날 오전에 인터넷 연결을 해드리겠습니다’와 같은 한국식 서비스를 결코 기대할 수 없다. 그들의 문화는 그렇게 빠른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기본 입장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프랑스에서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이 서비스를 제공받는 입장보다 더 우선시되는 문화였던 것이 특징적이었는데, 프랑스를 떠날 때 즈음에는 이렇게 다른 문화도 있구나 하고 이해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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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낯선 사람에게도 대체로 반갑게 인사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파리의 사람들은 친분이 없는 사람에게 살갑게 인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앞의 행동 방식이 더 친화적이라고 반기는 사람이 있는 반면 개인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후자의 태도가 더 편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결국 두 가지 다른 행동 양식은 문화적인 차이일 뿐 어느 쪽이 더 좋고 나쁘다 하고 평가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다른 예로 미국에서 레스토랑에서 팁을 주지 않거나 동전을 팁으로 남기는 것은 무례할 수 있지만 프랑스에서는 팁을 주지 않거나 동전으로 팁을 줘도 무관하다. 식당 종사자의 임금 결정 방식과 동전의 가치에 따른 구조적인 차이를 알게 되면 둘 다 이해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적절한 행동 방식을 정할 수 있을 것이다.

오프라인뿐 아니라 온라인을 통해서도 더욱 가깝게 우리에게 다가오는 다양한 세계의 문화를 접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차이를 이해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다. 문화가 다르다는 것은 결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기에 각각의 문화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으로 다른 문화를 존중할 때, 상대방도 우리 문화를 존중하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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