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스포츠 문화

슈퍼컬렉터서 007까지…'프리즈LA' 첫날부터 완판랠리

◆韓 진출 앞둔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LA서 대성황

갤러리 40% 늘며 100여곳 참가

서부 호화 별장 갖춘 부유층 공략

디캐프리오 등 스타들도 줄줄이

'게이징볼' 등 주요작 대부분 팔려

9월 '프리즈서울' 관건도 컬렉터

연계 행사로 해외 큰손 유도해야

프리즈LA가 공식 개막한 17일(현지시간) 세계적 갤러리스트인 제프리 다이치가 자신의 갤러리부스에서 관람객에게 케니 샤프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프리즈LA가 공식 개막한 17일(현지시간) 세계적 갤러리스트인 제프리 다이치가 자신의 갤러리부스에서 관람객에게 케니 샤프의 작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




“코로나19로 지난해 행사를 취소한 후 다시 문 연 ‘프리즈LA(Frieze LA)’에는 예년 대비 40% 정도 증가한 100여 갤러리가 참가했고, 할리우드를 품은 도시답게 레오나르도 디캐프리오·기네스 펠트로·어셔·피어스 브로스넌 같은 슈퍼 스타들과도 마주칠 수 있었습니다. 젊고 새로운 고객들이 늘었다며 만나는 갤러리 디렉터들은 한결같이 밝은 표정이었고, 실제 주요 출품작 대부분은 첫날 다 팔렸습니다.”(변지애 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 대표·이화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세계 미술 시장은 이미 팬데믹 악몽을 잊은 듯 하다. 지난해 9월 스위스 아트바젤(Art Basel), 10월의 프리즈 런던과 한국의 키아프(한국국제아트페어·Kiaf) 등이 성황리에 열린 데 이어 17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개박한 프리즈LA도 ‘성공’ 대열에 합류했다.

2003년 런던에서 처음 시작해 2012년 뉴욕, 2019년 LA로 진출한 프리즈는 아트바젤과 함께 ‘세계 양대 아트페어’ 중 하나로 꼽힌다. 아트바젤이 2013년 홍콩을 통해 아시아 시장을 구축했다면 프리즈는 오는 9월 2일 개막하는 ‘프리즈서울’을 계기로 아시아 시장을 본격 공략한다. 이런 점에서 ‘프리즈LA’는 올해 미술계 전반의 경향 뿐만 아니라 ‘글로벌 아트시티’로 도약을 꿈꾸는 서울의 미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중요한 행사다.

LA현대미술관(LACMA)의 조형물로도 유명한 크리스 버든의 작품이 가고시안갤러리를 통해 프리즈 LA에 선보였고, 작품은 17일 개막과 동시에 유럽의 한 미술관에 판매됐다. /사진제공=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LA현대미술관(LACMA)의 조형물로도 유명한 크리스 버든의 작품이 가고시안갤러리를 통해 프리즈 LA에 선보였고, 작품은 17일 개막과 동시에 유럽의 한 미술관에 판매됐다. /사진제공=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



변 대표는 “세계 최정상인 가고시안 갤러리는 LA현대미술관(LACMA)의 대형 조형물로도 유명한 크리스 버든의 설치작업 ‘몽상가의 정원’을 선보였고, 개막 당일 유럽의 한 미술관이 이를 구입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또 변 대표의 전언에 따르면 페이스 갤러리는 36억원 상당인 제프 쿤스의 ‘게이징볼’을, 타데우스 로팍 갤러리는 게오르그 바젤리츠의 작품(약 18억원)과 로버트 라우센버그의 작품(약 13억원)을, 화이트큐브는 브라질 출신 베아트리스 밀하즈의 작품(약 14억원)을 개막 첫날 판매했다. 데이비드 즈워너갤러리가 내놓은 조던 울프슨, 리만머핀의 리자 루, 하우저앤워스의 카미유 앙로 등의 작품도 미술계 관계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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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랑 중에서는 갤러리현대가 유일하게 현장에 합류했다. 갤러리현대는 한지를 태워 붙이는 방식으로 수행적, 명상적 작업을 선보이는 김민정의 개인전으로 부스를 채웠다. 국제갤러리는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는 ‘뷰잉룸’으로 참가했다.

LA프리즈에서 또 하나 주목할 점은 행사에 맞춰 페이스·하우저앤워스·데이비드 즈워너·션 켈리·리슨 갤러리 같은 미국 동부 뉴욕 출신의 대형갤러리 9곳이 LA에 새 전시장을 열거나 향후 개관 계획을 밝혔다는 점이다. 이런 추세에 대해 변 대표는 “뉴욕의 컬렉터들이 전시 이력과 일정 등을 까다롭게 따지는 편이라면 LA는 상대적으로 ‘이지 머니(Easy Money)’의 감각적인 구매가 많아 갤러리 판매가 성공적”이라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미국 서부에 호화 별장을 두고 있는 슈퍼 컬렉터들과 실리콘밸리 신흥부자들의 시선을 붙잡는다는 설명이다.

화이트큐브 갤러리가 17일 프리즈LA 개막 당일 약 14억원에 판매를 성사시킨 베아트리스 밀하즈의 작품. /사진제공=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화이트큐브 갤러리가 17일 프리즈LA 개막 당일 약 14억원에 판매를 성사시킨 베아트리스 밀하즈의 작품. /사진제공=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


갤러리의 유입 추세는 서울도 LA와 비슷한 양상이다. 지난해 독일의 쾨닉, 오스트리아의 타데우스로팍 갤러리에 이어 올해는 미국 글래드스톤, 독일 페레스프로젝트 등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올 가을 ‘프리즈서울’ 개최 즈음에는 대략 20곳의 외국계 갤러리가 서울 분점 혹은 사무소를 운영할 것으로 예상된다.

관건은 컬렉터층이다. 한국의 개인 컬렉터는 새로운 현대미술(Contemporary Art)에 관대한 편이며 구매력도 높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연간 48억원 안팎의 소장품 구입 예산을 확보했고, 삼성·아모레퍼시픽·파라다이스 등 ‘큰 손’ 기업도 있다. 하지만 기관 컬렉터가 많은 편은 아니다. 변 대표는 “미국은 미술 기관이 기업과 개인의 후원을 손쉽게 받을 수 있고, 후원에 대한 세제 혜택이 커 작품 거래와 작가 지원의 선순환이 가능한 반면 우리는 작품 기부·기증이 원활할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9월 프리즈서울 기간에 맞춰 전시 뿐만 아니라 문화행사 등 다양한 관람·관광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해외의 대형 컬렉터들이 방문할 수 있고, 서울이 매력적인 예술도시로 각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타데우스로팍 갤러리의 타데우스 로팍 대표가 알렉스 카츠의 작품 앞에서 프리즈LA 방문객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타데우스로팍 갤러리의 타데우스 로팍 대표가 알렉스 카츠의 작품 앞에서 프리즈LA 방문객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


프리즈LA에 참가한 페이스갤러리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프리즈LA에 참가한 페이스갤러리의 전시 전경. /사진제공=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


17일 개막한 프리즈LA의 입구는 지역 대표 화랑인 데이비드 고단스키 갤러리(왼쪽)와 블룸앤포 갤러리가 차지했다. /사진제공=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17일 개막한 프리즈LA의 입구는 지역 대표 화랑인 데이비드 고단스키 갤러리(왼쪽)와 블룸앤포 갤러리가 차지했다. /사진제공=케이아티스츠 아트컨설팅


한편 프리즈 서울은 본전시인 ‘메인 갤러리’ 외에 2010년 이후 문 연 아시아 기반의 신생화랑인 ‘포커스 아시아’, 2000년 이전의 작품과 고미술을 아우르는 ‘프리즈 마스터즈’ 등 약 100곳 갤러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조상인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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