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코로나19 방역 해제조치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내달 경기를 긍정적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BSI)를 조사한 결과 3월 BSI 전망치가 102.1을 기록했다고 22일 밝혔다. BSI가 기준선(100)보다 높으면 긍정 응답이 부정 응답보다 많고, 100보다 낮으면 부정 응답이 더 많은 것을 의미한다.
BSI 전망치가 100 이상을 기록한 것은 지난해 12월(100.3) 이후 3개월 만이다. 올해 1월은 96.5, 2월은 99.7이었다. 전경련은 “뉴욕 등 미국 6개 주 전역에서 마스크 의무착용을 폐지하는 등 미국과 유럽 등이 잇달아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해제·완화함에 따라 국내 상품의 대외수요 증가 및 수출탄력 기대감이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국내 코로나19 확산세로 셀프 치료제나 진단키트 등 의료용품 수요 급증에 힘입어 의약품 BSI 전망치(133.3)가 크게 상승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부문별 3월 BSI 전망치는 내수(104.2), 수출(104.2), 투자(101.8), 고용(104.5) 등은 긍정적으로 전망됐다. 자금 사정(100.0)은 딱 기준선을 나타냈다. 그러나 기업 채산성 전망치는 99.1로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6월부터 9개월째 기준선 아래에 머물렀다. 특히 최근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지정학적 갈등 탓에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는 석유정제 및 화학 업종의 3월 전망치(88.5)는 기준선을 크게 밑돌았다.
제조업과 비제조업 간 경기 전망도 큰 차이를 보였다. 수출 호조 기대감으로 제조업 전망치는 104.5였지만, 비제조업의 경우 99.3에 그쳐 부정적으로 전망됐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국내 신규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언제 정점에 달할지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대면 서비스 업종인 여가·숙박 및 외식 전망치(66.7)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 크다”고 해석했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경기 전망이 낙관적이라고는 하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 격화 우려로 기업 경영의 시계가 매우 불투명하다”며 “원유를 비롯한 핵심 원자재 수급 안정화 대책 마련은 물론 수입관세 인하 등의 조치를 통해 기업의 채산성 악영향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