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 현장에서 건축물 뼈대를 세우는 골조 공사 업체들이 건설 자재 가격 인상을 반영해 계약금을 올려주지 않으면 다음 달부터 공사를 중단하겠다는 초강수를 꺼내 들었다.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붕괴에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더해지며 국내 건설 업계가 글로벌 원자재 대란의 직격탄을 맞게 된 것이다.
22일 건설 업계에 따르면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지난 18일 전국 100대 건설사와 일부 중견 건설사를 대상으로 계약 단가 조정 불응 시 단체행동을 취하겠다는 내용의 공문을 발송했다. 서울경제가 입수한 공문에 따르면 연합회는 오는 3월 1일까지 손실을 보전하겠다는 확약서 형태로 회신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해당 시한까지 확약서를 보내지 않는 시공사의 현장은 ‘셧다운(공사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연합회는 공문에서 “계약 관계상 열악한 지위로 자재 가격 증가분 및 공급 지연에 따른 손실분을 고스란히 부담하는 등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며 “원자재 등의 급격한 인상은 계약 체결 당시 예상할 수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계약 금액 조정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연합회는 조정 협의 등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분쟁 조정 신청과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공정거래위원회 신고를 병행할 방침이다.
철근콘크리트연합회는 골조 공사 하도급 업체의 연합체로 이번 공문 발송에는 연합회 내 전국 5개 지부가 모두 참여했다. 연합회는 지난달 26일 계약금 20% 증액을 요구하는 1차 공문을 보냈으나 대다수의 원도급 업체가 응답하지 않자 이번에 2차 공문을 발송했다. 현재 국내 100대 건설사의 전국 주택 공사 현장 1000여 곳에서 골조 공사를 담당하는 하도급 업체들은 모두 이 연합회에 소속돼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재의 자재 가격 상승은 유례 없이 심각한 상황으로 건설 현장의 성수기인 3월 이후부터 수급 문제를 비롯해 원도급·하도급 간, 시행사·시공사 간 갈등이 더욱 격화할 수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지연, 분양가 상승 우려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