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군사행동을 개시하면서 우리 기업 경영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우크라이나가 전쟁에 휩싸이고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 제재를 가하면 수출이 타격을 받고 원자재 수급난이 심화되는 등 전방위적인 피해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러시아에 진출한 우리 기업은 120여 개 사에 달한다. 현대차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공장을 두고 있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에 법인을 두고 있다. 이들 기업은 이미 현지 직원들을 철수시킨 상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대러시아 주요 수출 품목은 자동차 및 자동차 부품, 철 구조물, 합성수지 등이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가 가해지면 이들 품목의 수출이 끊길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반도체 핵심 원자재 수입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은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핵심 희귀 가스를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입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긴장 상태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희귀 가스 공급망을 점검하고 공급선 다변화를 통해 안전 재고를 마련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기업이 공장의 정상적인 가동을 위해 확보한 희귀 가스는 네온과 크립톤·제논·아르곤 등으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주요 산지다.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돼 재고가 바닥나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에너지 수급 차질도 우려된다. 러시아로부터의 나프타·원유·유연탄·천연가스 수입이 끊길 가능성이 있고 대체 수입선을 확보하더라도 가격 폭등으로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지난 한 해 한국이 수입한 에너지 가운데 러시아산 비중은 △나프타 25.3%, △원유 24.6%, △유연탄 12.7%, △천연가스9.9% 등이다.
원자재 의존도가 높은 배터리 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러시아의 전 세계 니켈 생산 비중은 10%에 달하고 알루미늄은 중국에 이어 생산량 2위를 차지한다. 올해 들어 니켈과 알루미늄 가격은 각각 19%, 17%가량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