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25일 야권 단일화와 관련해 엇갈린 입장을 드러냈다. 안 후보는 “이미 결렬됐다”고 선을 그었고 윤 후보는 “노력하고 있다”고 여지를 남기며 단일화의 실마리가 좀처럼 풀리지 않는 모습을 고스란히 노출했다.
이날 서울 상암동 SBS프리즘타워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관 2차 토론회에서 심상정 정의당 후보가 “그동안 국민의힘과 단일화 이야기가 있었는데 지금 양당의 단일화는 열려 있느냐”고 질문하자 안 후보는 “지금 이미 다 결렬됐다고 선언했다”고 답했다. 곧바로 심 후보는 윤 후보에게 “(단일화가) 더 추진될 가능성이 없느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이 자리에서 말씀드리기는 뭐해도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다시 “윤 후보께 ‘경선으로 하자’ 그 말씀을 드렸고 거기에 대해 생각 없으시면 그건 이미 다 끝난 일”이라면서 “분명히 전 정리를 하면 좋겠다”고 못 박았다.
이처럼 안 후보가 단일화와 거리를 두는 가운데 국민의힘은 불씨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직접 안 후보를 찾을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대선 막바지로 갈수록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 후보가 접전을 벌이면서 안 후보가 몸을 돌리는 쪽이 판세를 틀어쥘 가능성이 크다. 안 후보의 선택에 따라 전세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안 후보가 지난 13일 윤 후보에게 먼저 단일화를 제안했기 때문에 눈길이 쏠리는 쪽은 야권이다. 특히 윤 후보는 안 후보가 20일 단일화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지지율이 주춤하고 있다. 여론조사 전문 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 “단일화 변수가 없다면 이 후보가 역전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국민의힘은 어떻게든 단일화 협상을 재개하기 위해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다. 전날 안 후보가 직접 “시간은 다 지났다”고 했는데도 이용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 대외협력본부장이 “완전한 결렬은 아니다”라며 단일화의 군불을 때는 것은 최근 요동치는 판세를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의힘의 한 중진 의원은 “어찌 됐든 단일화의 불씨는 꺼지고 있지 않다”며 “정치는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양당의 단일화 상황은 진척보다 악화 쪽으로 흐르고 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날도 “단일화하자고 하고 단일화 결렬이라고 한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며 안 후보를 비판했다. 안 후보 측은 서울경제에 “윤 후보가 방치했기 때문에 온갖 모욕을 당 대표가 하고 있다”며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양측이 감정싸움을 계속하는 사이에 단일화 버스는 종점을 향하고 있다. 당장 사흘 뒤인 28일 대선 투표용지가 인쇄된다. 투표용지에 둘 중 한 사람의 이름만 올리려면 인쇄 전에 단일화를 이뤄야 한다. 결국 물리적으로 이 시간 내에 안 후보가 제안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는 어렵다. 이 때문에 단일화의 최대 효과를 거두려면 사흘 안에 윤 후보와 안 후보가 담판을 지어야 한다.
당의 고참인 홍준표 의원도 이날 자신의 소통 채널에 “간절한 사람이 더 기회가 있는 것이 선거”라며 윤 후보가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당 일각에서는 윤 후보가 “나한테 맡겨달라”며 수면 아래에서 단일화 문제에 직접 나서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변곡점은 26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윤 후보는 27일 대구·경북(TK), 28일 강원 유세에 나선다. 이 때문에 안 후보가 같은 경로로 일정을 잡지 않는 한 공간적으로 윤 후보가 수도권 유세를 하는 26일밖에 만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두 후보가 극적 회동을 하지 못하면 투표용지에 각각 이름이 인쇄될 가능성이 높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마지노선으로 불리는 사전투표일(3월 4일) 전까지 밀리게 되고 단일화 효과는 더욱 반감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