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군사적 개입이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습니다. 돈바스 지역으로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전쟁은 이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맞닿아있는 국경 전역으로 확장되는 모습입니다. 우크라이나 수도 키에프도 위태롭다는 얘기도 나오고 체르노빌 원전을 러시아측이 점령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글로벌 증시는 전쟁 발발과 함께 급락했고 국내 증시도 영향을 비켜가지 못하는 모습인데요. 정작 전쟁이 시작된 이후에는 미국 증시가 오히려 오르는 모습도 보입니다. 이에 수많은 미디어들이 우크라이나 위기로 인한 금융시장 영향을 전망하고 있죠. 오늘 <코주부 레터>에서는 이런 전망들을 간략하지만 핵심만 모아서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볼까 합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美 금리인상 속도 조절?
지정학적 리스크를 시장에서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럼에도 미국·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간의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금융시장에서도 전면전 시나리오는 배제를 한 채 예상을 하는 모습입니다.
우선 금리부터 보겠습니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고조되면서 실제로 올해 미국의 금리인상 전망이 이전보다 완화되는 듯합니다. 일주일 전만 해도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5%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60.8%였지만 현재는 13%까지 하락했습니다. 올해 금리 인상 횟수도 7회에서 6회로 내려갔고요. 일각에서는 우크라이나 위기로 경기 후퇴 조짐이 있는 만큼 금리인상도 늦춰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그렇게까지 힘을 받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국채 금리는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 힘입어 하락 추세이기는 하지만 통화정책에 민감한 미 국채 2년물 금리는 22일(현지시간) 5.91% 급등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상 속도를 조절할 가능성은 있지만 금리인상 흐름이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로 막히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입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우크라이나 위기보다 인플레이션(물가 인상)에 대한 경계가 여전히 더 큰 모습입니다. 세계적인 투자전략가이자 월가 강세론자로 꼽히는 제레미 시걸(Jeremy Siegel) 교수는 "인플레이션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지정학적 리스크보다 10배는 더 중요하다"며 긴축 강도를 낮춰서는 안된다고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당장 오는 2일(현지시간)에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 하원에 출석한다고 합니다. 파월의 입에 또 다시 관심이 모아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원자재價 상승 압박은 피할 수 없을 듯
국제 유가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의 들썩임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러시아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이은 세계 2위의 산유국이며 유럽에 공급되는 천연가스의 45%가량이 러시아산입니다. 또 전세계 공급되는 팔라듐의 40% 이상이 러시아산이며 백금과 금, 니켈, 알루미늄, 석탄 등의 러시아산 비중도 10% 안팎입니다. 광물이나 에너지 자원뿐만 아닙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곡물 수출 국가입니다. 우크라이나는 전세계 옥수수의 13%를 수출하며 소맥은 수출량의 8%를 차지합니다. 밀 수출도 1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역시 소맥 수출량이 전세계의 19% 수준입니다. 일각에서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어떻든 원자재 가격의 상승 압력은 계속될 전망입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생각은 확전으로 양상이 바뀌지 않는다면 드라마틱한 급등 가능성은 낮다는 것에 무게를 두는 듯합니다. 그동안 원자재 가격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라는 것이 주된 이유입니다. 사실 에디터도 '너무 오른것 아니냐'라는 생각에 전날 천연가스 인버스 2배 ETN에 소액으로 투자해볼까 고민했었습니다. 그러다 너무 투기같다는 생각에 마음을 접었습니다. 그랬더니 오늘 오르네요. 아! 원자재 가격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전망에 대해서는 이전 <코주부 레터>를 참고하시면 될 듯합니다.
주식시장…과도한 하락은 없다?
증시가 충격을 받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코스피 지수가 2600포인트 선까지 밀릴 가능성도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전면전이 아닐 경우 과도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강한 듯합니다. 물론 증권가에서 증시가 과도하게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 경우가 드물기는 합니다만….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시기인 2014년 2~3월 러시아 증시는 약 12% 하락했습니다. 하지만 미국의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지수와 코스피 지수는 오히려 1% 안팎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증시 충격과 변동성이 심해지겠지만 지나고나면 지수가 크게 후퇴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아! 물론 당시와 현재 글로벌 증시 상황이 다르기는 합니다. 지금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진 시점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돌출된 상황이라는 게 걸리기는 하는데요. 증시 상황은 조금 더 살펴봐야 할 듯합니다.
이런 변동성이 높은 장세에서는 지수에 ‘베팅’하기보다는 종목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지수는 대체로 정치적·경제적 상황에 영향을 많이 받죠. 결국 흐름을 타는 종목보다는 실적이나 개별 호재가 있는 종목이 투자하기 좋다는 의미일 겁니다.
반도체·자동차·화학 '흐림'
전쟁이 일어나는 판국에 업종 영향을 말하는 것이 뭣하기도 합니다만, 국내 산업 영향도 간단하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해봤지만 사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앞에서 말한 것처럼 예상하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바로 전쟁 발발 코앞까지 다가갔다가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갈등이 해소되기도 하며, 충실하게 대화를 하다가도 갑자기 무력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22일까지만 해도 우크라이나 돈바스에 포성이 울린 만큼 전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하루가 지나니 러시아가 외교적 해법을 모색할 준비가 됐다고 하면서 상황이 또 달라졌습니다. 그러다 또 러시아가 전격적으로 전쟁을 시작했죠. 사실 우크라이나 사태는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미국과 서방의 대러시아 제재 조치가 얼마나 강력한 가를 지켜봐야 한다고 합니다. 투자는 그래서 더 어렵습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렇게 판단을 하고 있는데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가요? 누군가의 말처럼 저가 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을까요? 25일 현재 우리 개미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6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고 있네요.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