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으로 가정을 꾸리고 탄탄하게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던 배우 현쥬니가 새로운 분야에 도전했다. 아이돌이라는 미지의 분야를 개척해 아들에게 도전과 그 과정의 의미를 전하겠다는 포부였다. 자신의 한계를 깨고 새로운 곳을 향해 도약하는 도전은 아름답다고 했던가. 엄마 현쥬니의 도전은 위대하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태양의 후예', '엄마가 바람났다'에 출연한 현쥬니는 tvN 예능프로그램 '엄마는 아이돌'을 통해 국내 최초 엄마들로 이루어진 걸그룹 마마돌로 데뷔했다. '엄마는 아이돌'은 출산과 육아로 잠시 우리 곁을 떠났던 스타들이 완성형 아이돌로 돌아오는 레전드 맘들의 컴백 프로젝트다.
"'엄마는 아이돌' 제의를 받고 첫 미팅에 갔는데, 제가 '뭐든 할 수 있다. 맡겨만 달라'고 했어요. '이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을 것 같다'는 마음이었죠. 지금 이 나이에 아이돌을 꿈꾼다는 게 정말 꿈같은 이야기잖아요. 요즘 아이돌 친구들 보면 다들 정말 예쁘고 춤도 잘 추고 어디 하나 빠지는 데가 없어요. 그 무리에 한 번 속해보고 싶었어요."(웃음)
"정말 섭외가 됐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믿기지 않았어요. '내가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기도 했고, 내가 여기서 어떤 역할을 맡아야 되고 어떤 분들이 나오는지도 몰랐기 때문에 두려움을 안고 첫 무대를 준비했어요. 당시 생각보다 목 상태가 안 좋았고, 춤도 처음 춰보는 거여서 어려움이 많이 따랐던 무대였어요. PD님이 분명 '비가수 출신도 있다'고 했는데 저 빼고 아무도 없었어요. 멤버들이 한 명씩 공개될 때마다 도망가고 싶더라고요."
첫 녹화 날 서로의 정체를 확인한 멤버들은 단시간에 가까워졌다고. 엄마라는 공통점에 음악을 향한 열정이 더해졌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들은 서로의 도전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공감하면서 함께 눈물 흘려 감동적인 분위기를 형성했다.
"다들 어렸을 때 그 열정과 패기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분들이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다들 여유가 있으시더라고요. 저만 좀 힘들어서 많이 질척이기도 하고 투덜댔는데, 언니들이 귀엽게 받아주고 '너만의 멋이 있다'고 조언해 줬죠. 자신감을 갖도록 칭찬해 줬는데, 서로를 위하는 마음 덕에 단시간에 결속된 것 같아요. 엄마라는 공통적이 가장 크게 작용됐죠. 우리들끼리 육아 얘기나 집안 얘기도 많이 했어요. 누구의 아이가 한 명 아프다 그러면 같이 걱정해 주고요. 엄마의 무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친해졌습니다."
"저희가 또 한 명이 울면 다 같이 울었는데요, 이런 상황이 계속 벌어지니까 우리끼리 걱정하기도 했어요. '쟤네들은 왜 만났다면 우냐'는 반응이 나올까 봐요. 이제 변해버린 내 몸 때문에 동작은 안 되지 그런데 집에 가면 또 밀린 빨래를 해야 되지. 이런 생각 때문에 눈물을 흘린 것 같아요. 그런데 이걸 보면서 많이 응원해 주셔서 감사했죠."
현쥬니는 눈물의 연습 끝에 가장 큰 성장을 보여줬다. 첫 평가 무대에서 '하'를 받았던 그가 '상'으로 올라가 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었다. 특히 성대결절을 딛고 멋진 노래를 들려줘 '인간승리'라는 평을 받기도. 현쥬니는 멤버들이 이끌어 준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나만 힘들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은지 언니도 목 상태가 안 좋았고, 별 언니 같은 경우도 팔에 염증이 차서 항상 보호대를 착용해야 되는 상황이었죠. 저는 그룹 생활이 처음이고, 인기 가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멤버들과 격차 때문에 조금 더 힘들었어요. 다행히 멤버들이 잘 이끌어주고 손을 잡아줘서 이겨낼 수 있었죠. 성대 결절은 사실 아직도 완치가 안 됐어요. 앞으로 조금씩 고쳐나가야 될 부분입니다."
멤버들의 부상 투혼과 눈물의 연습 끝에 마마돌이 데뷔곡 '우아힙(WooAh HIP)'을 들고 세상에 나왔다. 세계적인 안무가 리아킴이 '우아힙'의 안무를 맡았다. 마마돌은 고난도 안무로 꽉 차 있는 안무를 완성도 있게 소화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안무 연습은 정말 힘들었어요. 리아킴 선생님이 정말 빡빡하게 짜주셨는데, 우리는 라이브를 하면서 해야 되니까 힘들더라고요. 쉬지 않고 계속 연습한 것 같아요. 있는 힘껏 몸을 꺾고 누르고 웨이브를 했어요. 예전에 학교에서 벌을 받을 때 투명의자를 하잖아요. 그런 느낌의 안무였어요. 하도 이를 악물고 춤을 춰서 이에 금이 갈 정도였죠. 모든 멤버들이 다 그랬어요. 저희에게는 향수 냄새 대신 파스 냄새가 진동했어요. 링거 투혼을 펼쳤는데도 정말 즐거웠습니다."(웃음)
현쥬니는 '우아힙' 무대에서 특유의 도도한 표정으로 주목받았다. 무대 경험이 거의 없는 그의 반전 매력이었다. 그는 오랜 시간 배우로 활동하면서 쌓은 연기 경험이 자연스러운 표정을 보여주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실 표정 연습은 따로 안 했어요. 이 음악에 맞는 느낌이 그때그때 나왔던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게 살짝 눈을 아래로 깐다든지 그런 게 있었어요. 또 최대한 업신여기는 표정을 지으면서 포인트를 잡으려고 했죠. 멤버들도 '배우는 표정이 다르구나'라고 해주더라고요."
마마돌의 결성과 성장 과정은 수많은 경력 단절 여성과 워킹맘들에게 위로가 됐다. 한때 가요계를 풍미했다가 출산과 육아로 무대를 떠난 이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무대를 원하는지 마음이 전해진 것. "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한 마마돌이다.
"엄마이기 전에 여자고, 여자는 항상 본인을 사랑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성별을 떠나서 당연한 거지만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엄마가 돼서 아이에게 희생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조금이라도 시간을 투자해서 좋아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어요. 또 예전에 내가 하던 일로 얼마든지 돌아갈 수 있다는 용기를 가졌으면 좋겠고요.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내 삶의 질도 높아지고 자존감도 생기죠."
"제가 중간에 메인 댄서가 됐을 때부터 '엄마는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남겼어요. 아들에게 꼭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었죠. '엄마는 이걸 처음 하는데, 해낼 거야. 근데 많이 힘들고 어려워'라는걸요. 중간에 아들이 제게 '힘내'라고 얘기해 준 것도 많은 힘이 됐어요. 지금은 집에서 여왕 대접을 받으면서 살고 있답니다."(웃음)
짧은 활동을 끝으로 마마돌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게 됐다. 이제 막 무대의 맛을 다시 본 이들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쥬니는 '팬들의 응원이 있으면 다시 뭉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기대를 표했다. 팬들의 응원 덕에 결성됐으니, 다음 활동도 팬들의 지지가 있으면 가능할 수도 있을 거라고.
"팬들이 엄청나게 원해주시면 어떻게든 저희가 다시 뭉칠 수 있지 않을까요. 저희가 데뷔할 수 있던 조건이 팬클럽 인원 모집이었는데, 목표치에 달성해서 데뷔할 수 있었죠. 거기에 콘서트까지 했어요. 팬들이 계속 저희를 원해주셔야 갑자기 나올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그동안 저희는 열심히 각자의 노력을 하고 있어야겠죠."
아이돌 활동을 마친 현쥬니는 배우와 가수로 계속해서 인사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배우로서는 아직 해보지 못한 역할이 많기 때문에 도전할 수 있는 캐릭터를 많이 해봤으면 좋겠다고. 가수로서는 OST 발매에 대한 희망을 비췄다.
"OST나 피처링 욕심이 나요. OST는 전에 몇 번 불렀는데, '엄마는 아이돌'을 통해 새로운 창법을 얻은 만큼 또 해보고 싶어요. 박선주 언니도 '노래는 놓지 마라'고 조언해 줬으니까요. 또 춤도 더 잘 추고 싶어요. 이번에 춤을 추면서 정말 행복했거든요. 처음으로 '이렇게 하면 스트레스를 풀 수 있구나'를 느끼게 됐죠. 저한테 취미를 많이 만들어준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어서 행복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