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뜩이나 고공행진을 하던 금값이 우크라이나 사태로 폭등했습니다. 그런데 팔려는 사람도 없고 사려는 사람도 없네요.”
“하루에 손님이 두 세명이라도 오면 많은 수준입니다. 저기 보석 진열장에 왜 수석을 놔뒀겠어요.”
과거 신혼부부들과 젊은 커플들의 필수 방문코스로 각광을 받았던 서울 종로 금은방이 고사위기에 놓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출산 사태가 심화된데다 20~30대가 연애 또는 결혼을 포기하거나 미루는 경향이 하나의 사회적 트렌트로 자리잡으면서 금은방을 방문하는 발길이 끊기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금값이 치솟은 가운데 우크라이나 사태라는 외생변수까지 더해지며 금값이 춤을 추면서 금을 거래하려는 소비자들을 주저하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경제신문이 방문한 종로 금은방은 한껏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330㎡(옛, 100평) 넘는 상가 내부에 텅텅빈 진열장도 많았고, 보석이 아닌 수석이 진열돼 있는 곳도 있었다. 해당 상가에 입점한 상인 A씨는 “임차 상인들이 폐업으로 나가면서 빈공간이 많아지자 건물주인이 보석 대신 수석을 놔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금값은 요동치고 있다.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사태 위험이 고조된 지난달 말 30만3000원이었던 금값(1돈 기준)은 지난달 24일 3만6500원으로 껑충 뛰었다. 지난해 6월 이후 최고가격이다.
언뜻 생각하면 금값 상승은 소매업자에게 호재일 것 같지만, 상인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금값 상승이 매매수요를 잔뜩 위축시켰기 때문이다. 상인 B씨는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매수나 매도 관련 문의전화는 많이 오지만 실제로 찾아온 손님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상인 C씨는 “보통 사람들이 축의금이나 예물로 생각하는 가격은 10만원대인데 지금 그 돈으로는 14k 귀걸이 하나도 살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금값을 확인하지 않고 가게에 들어왔다가 가격에 놀라 발걸음을 옮기는 손님들이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특히 저출산과 혼인건수 감소는 귀금속 업계를 고사직전으로 내모는 상수로 자리잡은지 오래다. 통계청의 ‘2020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신혼부부 수는 118만4000쌍으로 사상 처음으로 120만쌍 이하로 추락했다. 한 귀금속 판매자는 “올해 통틀어 신혼부부 딱 두 팀 왔다”면서 “최근 4~5년은 계속해서 힘들었다”고 전했다. 예물 문화가 간소화된 것도 악재로 작용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예물) 5세트를 맞췄으면 이제는 많아야 2세트고, 코로나 이후에는 반지만 맞추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