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우크라이나 남일 같지 않아"…줄잇는 기부 행렬

"70여년전 우리도 비극…러에 분노"

모금 참여서 게임 구매까지 다양

출처 불분명 웹사이트 주의 지적도

폴란드 적십자사 직원들이 폴란드 국경 도시 프셰미실에 마련된 피란민 대피소를 바라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제공폴란드 적십자사 직원들이 폴란드 국경 도시 프셰미실에 마련된 피란민 대피소를 바라보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제공




직장인 홍 모(29) 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소식을 듣고 4년 전 유럽 여행에서 만난 우크라이나인 친구가 가장 먼저 떠올랐다. 친구의 안위를 걱정하던 중 우크라이나 적십자사에서 모금을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달 27일 약 5만 원을 기부했다. 홍 씨는 “평범한 시민들이 한순간에 사람을 죽이고 폭격을 당하는 상황에 놓인 게 남 일 같지 않다”며 “우크라이나 문화에 자부심이 넘쳤던 그 친구가 무사히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연일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기부 행렬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 기부 경로와 방식도 현지 및 국내 구호 단체의 모금 참여, 암호화폐 입금, 게임 구매 등으로 다양하다. 기부를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온라인에 기부 방법을 홍보하며 보다 많은 참여를 독려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출처가 불분명한 우크라이나 모금 웹사이트 주소가 공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지난달 27일 암호화폐로 기부를 받겠다며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게시했다. 트위터 캡처우크라이나 정부가 공식 트위터 계정에 지난달 27일 암호화폐로 기부를 받겠다며 암호화폐 지갑 주소를 게시했다. 트위터 캡처



1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따르면 최근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자신의 SNS에 우크라이나 기부 사실을 알리고 기부 방법까지 공유하며 동참을 촉구하는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네티즌들이 주로 참여하고 있는 기부 방식은 우크라이나 적십자사를 비롯한 국제 구호 기구들의 모금 참여, 우크라이나 정부가 트위터에 공개한 암호화폐 지갑 입금, 수익금 기부 방침을 밝힌 게임 구매 등으로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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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대학에서 연구 교수로 일하고 있는 박 모(36) 씨는 최근 우크라이나 적십자사에 기부한 데 이어 폴란드의 한 게임사가 만든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This war of mine)’을 구매했다. 해당 게임사가 게임의 일주일 수익금 전액을 우크라이나 적십자사에 기부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박 씨는 “지정학적으로 예민한 위치에 놓여서 전쟁에 내몰리는 것은 우리나라도 70여 년 전에 겪었던 비극”이라며 “현지 사람들이 물 한 모금이라도 더 마실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기부했다”고 말했다.

폴란드 게임사 11비트스튜디오 홈페이지에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의 일주일 수익금 전액을 우크라이나 적십자사에 기부하겠다는 공지문이 올라와 있다. 11비트 스튜디오 홈페이지폴란드 게임사 11비트스튜디오 홈페이지에 게임 ‘디스 워 오브 마인’의 일주일 수익금 전액을 우크라이나 적십자사에 기부하겠다는 공지문이 올라와 있다. 11비트 스튜디오 홈페이지


한국외대 재학생 이 모 씨는 지난달 25일과 27일 각각 시작된 유엔난민기구(UNHCR)와 세이브더칠드런의 긴급 구호에 모두 참여했다. 이 씨는 “구소련 지역의 언어를 공부한 적이 있어 우크라이나에도 애정이 있는데 러시아가 전쟁이라는 방식을 택한 것에 분노를 느낀다”며 “기부 관련 정보를 알게 되면 동참할 사람이 생길 것이라고 생각해 개인 블로그에도 내가 참여한 기부 방식에 대해 정리해 올렸다”고 전했다. UNHCR 한국대표부 관계자는 “긴급 구호 캠페인 사상 가장 빠른 규모로 모금이 되고 있다”며 “현지 피란민들에게 1차 구호 물품을 전달했지만 상황이 악화하고 있어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두 기구에 이어 대한적십자사도 지난달 28일부터 긴급 모금 캠페인에 들어갔다.

일각에서는 신뢰성을 담보할 수 없는 기부금 후원 웹사이트 주소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적십자사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기부를 했다는 대학생 안 모(25) 씨는 “인스타그램에서 ‘리그램(regram·다른 이용자가 올린 게시물을 공유하는 것)’을 하면 기부가 된다며 특정 웹사이트의 게시물들을 공유하는 글이 있었는데 막상 웹사이트에 들어가 보니 기부 주체가 불분명해서 의심이 들었다”며 “기부금을 받는 단체가 사용처를 자세히 공개하는지 알아보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태영 기자·조윤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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