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막판 최대 변수로 떠올랐던 ‘야권 단일화’가 사실상 결렬 수순을 밟고 있다. 국민의힘은 단일화에 대한 희망을 놓지 않겠다면서도 “현실적으로 어려움은 있다”고 인정했고 국민의당에서는 단일화를 전제로 안철수 대선 후보를 지지해온 인명진 목사가 지지를 철회하는 등 안 후보가 사실상 ‘완주’ 의지를 굳힌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1일 권영세 국민의힘 선거대책본부장은 국회에서 열린 확대선거대책본부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실무 협상은 매번 할 때마다 부인당하는 입장에서 본인(안철수 후보)을 만나는 게 중요하지만 만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동안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안 후보와의 직접 만남을 강조해온 가운데 안 후보가 이를 거절하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단일화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안 후보에 대한 지지 철회를 선언한 인 목사는 “간접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안 후보의 입장·소신 이런 것은 최종적으로 확인했다”며 “‘완주를 하겠다, 단일화는 더 이상 없다’는 게 공식적으로 표명된 안 후보의 입장이라고 알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안 후보는 지난 이틀간(2월 27~28일) 호남 유세에서 ‘정권 교체’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으면서 국민의힘과 거리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전일 저녁 이태규 총괄선대본부장, 최진석 선거대책위원장과 모인 비공개 회의에서도 완주 의지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양측은 협상 결렬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는 모양새다. 권 본부장은 야권 단일화의 핵심이었던 ‘여론조사 방식의 경선’에 대해 “협상 테이블에 여론조사 경선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는 것이 객관적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 경선’을 바로 받아줘서 안철수의 기본 명분을 세워줬어야 한다”며 “공동정부 등 현실성 없는 제안으로 질질 끌다가 협상이 틀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힘은 단일화에 대한 가능성을 끝까지 열어둔다는 입장이다. 전일 열린 긴급 심야 의원총회에서 단일화 결렬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가 컸던 탓으로 보인다. 권 본부장은 “어제도 이야기했듯 ‘단일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 ‘우리가 먼저 놓는 일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