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3·1절 기념사에서 ‘민주공화국’만 10번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민주공화국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자유민주주의’ 가치에 대립하는 개념이자, ‘검찰공화국’ 비판을 위한 전략으로 내세우는 단어다. 문 대통령은 남북 문제를 거론하면서도 임시정부의 좌우 연합 성격을 강조하며 국정의 지향점을 뚜렷하게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 열린 3·1절 103주년 기념식에서 민주공화국을 총 10차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0년 우리는 3·1독립운동과 임시정부가 꿈꿨던 민주공화국을 일궈냈다. 민주공화국의 역사를 기억하고 기리는 일은 오늘의 민주공화국을 더 튼튼하게 만드는 일”이라며 “자주독립과 민주공화국의 자부심을 국민과 함께 기릴 수 있게 되어 매우 뜻깊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뿌리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우리 역사는 평범함이 모여 위대한 진전을 이룬 진정한 민주공화국의 역사”라며 “선조들은 식민지 백성에서 민주공화국의 국민으로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다.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하고 임시의정원을 구성해 국민이 민주공화국의 주인이 되었음을 선언했다.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이 탄생하는 순간”이라고 설명했다.
민주공화국은 최근 이 후보가 윤 후보의 자유민주주의 기조에 맞서 적극 띄우는 개념이다. 헌법 제1조에 적시된 내용이기도 하지만, 선거 전략적으로 윤 후보가 집권할 경우 검찰공화국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하다. 이 후보는 지난 15일 공식 선거유세 첫날부터 부산을 찾아 “우리가 어떻게 만든 민주공화국이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말하면서도 “3·1독립운동에는 남과 북이 없었다”며 “다양한 세력이 임시정부에 함께 했고 좌우를 통합하는 연합정부를 이뤘다”고 설파했다. 1941년 임시정부 국무위원회의 ‘대한민국 건국강령’을 두고는 “정치·경제·교육·문화에서 균등한 생활을 누리는 민주공화국이 목표임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고 소개했다. 당시 임시정부는 정치적 균등, 경제적 균등, 교육적 균등 등 삼균주의를 건국강령의 기본 이념으로 삼았다. 독립운동계가 분열 양상을 보이자 자본주의뿐 아니라 사회주의, 무정부주의 세력들의 사상까지 아우르려는 시도였다. 냉전시대와 남북 분단 이전 각종 이념이 난립했던 20세기 초반의 사상을 문 대통령이 현 시대로 끌어온 것이다.
문 대통령은 김대중 정부를 우리나라 첫 ‘민주 정부’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첫 민주 정부였던 김대중 정부는 자신감을 가지고 일본문화를 개방했다”며 “우리 문화예술은 다양함 속에서 힘을 키웠고 오히려 일본문화를 압도할 정도로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고 평가했다.
한편 윤 후보는 1일 특별성명을 통해 “3.1 정신은 대한민국 헌법에 구현된 자유민주주의와 공화주의의 뿌리”라며 “분열과 적대의 정치를 뒤로하고 국민통합을 이루는 것이 오늘의 우리가 3.1정신을 올바로 기리는 자세”라고 주장했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더 강조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