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MWC 2022] 통신사들 '망 사용료안' 첫 합의… 분담 놓고 CP와 분쟁 격화될듯

[구현모 KT 대표 MWC 기자간담]

GSMA, 망 사용료 기본안 도출

정부 펀드 조성해 CP 투자 유도

'디지코' 성과 글로벌 공유도

"KT, 통신회사 벗어난다"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인 ‘MWC 2022’에서 전세계 통신사업자들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콘텐츠제공사(CP)의 통신망 투자 분담에 대한 방안을 논의했다. 분담 방식으로는 정부가 조성한 펀드에 CP들이 투자해, 통신망 구축을 보조하는 것이 유력하다. GSMA가 통신망 분담 방안 보고서를 승인함으로써 앞으로 한국을 시작으로 벌어지고 있는 글로벌 ‘망 사용료 분쟁’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구현모 KT 대표가 1일(현지 시간) MWC 2022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KT구현모 KT 대표가 1일(현지 시간) MWC 2022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KT





구현모 KT(030200) 대표는 1일(현지 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리고 있는 MWC 2022 기자간담회를 통해 “GSMA 이사회에서 글로벌 CP의 망 투자 분담안 관련 보고서를 승인했다”며 “3가지 방안이 논의됐지만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에 글로벌CP들이 돈을 내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국내에서 유일한 GSMA 이사다.

◇ ‘망 이용대가’아닌 ‘망 투자분담’… GSMA, 정부 통해 CP 압박할듯=구 대표는 ‘망 이용대가’라는 표현에 대해서도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망 투자분담’이 맞는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는 “망 이용대가라는 표현이 마치 통신사가 일반 이용자와 CP 모두에게 돈을 받으려 하는 듯한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지금까지는 통신사들이 이용자에게 요금을 받아 홀로 망 투자에 나섰지만, CP들이 차지하는 트래픽이 큰 만큼 앞으로는 분담하라는 취지”라고 강조했다. 이어 “글로벌 CP가 차지하는 트래픽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어 망 투자비용이 늘고,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의 통신망 이용요금이 늘어날 수 있다”며 “CP가 투자비를 분담한다면 이용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간다”고 했다.



GSMA는 글로벌 통신사 협의체인 만큼 CP들에게 망 사용료 지불을 강제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정부가 주도하는 펀드 구성을 유력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보인다. 구 대표는 “글로벌 통신사들이 ‘컨센서스’를 형성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며 “법을 만드는 규제기관 참여가 없다면 실행이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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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현모 KT 대표가 1일(현지 시간) MWC 2022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KT구현모 KT 대표가 1일(현지 시간) MWC 2022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KT


그럼에도 GSMA가 망 사용료에 대한 기본안을 도출한 만큼, 세계 각지에서 관련 분쟁과 입법·소송 등이 더욱 심도 있게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내에서는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망 사용료 지불에 관한 소송전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CP들이 망 사용료를 내게 된다면 KT와 LG유플러스 등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구 대표는 “망 사용료를 받을 수 있다면 거절할 통신사가 있겠느냐”고 되묻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GSMA가 큰 틀에서 협상의 방향성을 결정했으니 이를 근거로 각 통신사가 각국 정부와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정부가 CP를 압박하는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KT “더 이상 ‘통신회사’ 아니다”…디지코 성과에 글로벌 관심=구 대표는 MWC 2022에서 글로벌 통신사들과 공유한 ‘디지코’ 전환 성과도 공개했다. KT는 구 대표 취임 후 2년간 기존 통신에서 한 발 더 나아가, 디지털 신사업과 기업간거래(B2B)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구 대표는 “대표직에 오른 후 지난 15년 이상 정체된 매출을 키우기 위해서는 KT가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을 넓혀야 한다고 판단해 디지코 전환에 나섰다”며 “인공지능(AI)·빅데이터·클라우드·콘텐츠·금융 등 분야의 디지털전환(DX)을 통해 B2B로 영역을 넓히고자 했고, MWC 2022 참관 결과 기민한 글로벌 사업자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업자들도 KT의 디지코 전환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구 대표는 “GSMA 이사회에서 통신사 기업가치가 낮다는 점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며 “통신사가 갖춘 가치를 좀 더 드러내고 활용할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 한다는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이어 “GSMA 이사회에서 클라우드·IDC 사업 분사, 콘텐츠 전문 자회사 스튜디오지니 설립 사례 등을 소개하니 많은 관심을 보였다”며 “마츠 그란리드 GSMA 사무총장도 KT가 통신사 변화의 첨단을 달린다는 점에 동의하면서 노하우를 공유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구 대표는 앞으로 KT를 ‘통신회사’로 바라보지 않았으면 한다는 소망도 피력했다. 그는 “KT가 코리아 ‘텔레콤’이 아닌 ‘테크’ ‘트랜스포메이션’이 될 수도 있다”며 “‘고객의 삶의 변화와 다른 산업의 혁신을 이끌어 가는 것에 KT의 미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바르셀로나=윤민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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