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기자의 눈]금융이 퍼주기 공약 들러리인가

윤지영 금융부







“여야 대선 후보가 내건 금융정책 공약 중 딱히 생각나는 내용이 없네요.”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금융 공약을 취재할 때마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그도 그럴 것이 유독 이번 대선에서는 금융 분야가 소외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금융정책 공약을 찾아보기 힘들다. 대신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여야 유력 대선 후보들이 가뭄에 콩 나듯 내놓은 금융 공약은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의 성격이 짙다는 것이다. 아예 ‘금융 산업’을 특정 계층의 표를 얻기 위한 도구로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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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발표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 정책은 마치 금융이 정치권의 사금고인 듯하다. 이 후보는 대출 만기 연장과 원리금 상환 유예, 신용 대사면 조치 등을 꺼내 들었다. 단순히 대출 상환 ‘시기’만 늦추면 되레 부실 폭탄만 더 커질 수 있다는 금융권의 우려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금융 당국은 결국 오미크론 확산 등의 이유로 이달 말 종료 예정이던 소상공인 금융 지원을 또 한 차례 연장했고 5대 은행은 약 140조 원 규모의 소상공인 관련 잠재 부실 대출을 떠안게 됐다. 윤 후보도 구체적인 재정 지원 방안은 제시하지 않은 채 “소상공인·자영업자 등에 최대 1000만 원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층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은 금융 산업의 현실을 외면한다. 이 후보가 발표한 청년기본대출은 차주의 상환 능력을 고려하지 않았고, 윤 후보가 금융 소비자 보호 조치의 일환으로 발표한 ‘예대금리차 공시’ 공약도 시장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이미 하고 있는 제도를 재탕했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정작 금융 산업 발전에 필요한 현장의 목소리는 공약에 반영되지 않은 채 외면받고 있다. 한 금융권 협회 고위 관계자는 “한 대선 후보 캠프 관계자가 금융 업권별 관계자를 만나 규제 완화 등 애로 사항을 청취했지만 정작 공약에 반영된 내용은 거의 없었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표심만 노리는 ‘지르고 보자’식 지원보다는 금융 산업에 대한 깊은 고민과 검토가 다시 한번 필요한 때다.


윤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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