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동향

지방 균형발전 집착에…인재 확보 어렵고 반도체 클러스터도 제기능 못해

[경쟁력 발목잡는 수도권 규제]

삼성·SK하이닉스 허가 받느라

공장증설 몇년째 늦어지기 일쑤

대학정원 못늘려 인력부족 심화

中은 상하이·선전중심 확장 대조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공장 전경.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공장 전경.




일류 반도체 기업이 대거 자리한 미국 텍사스 오스틴은 실리콘밸리에 빗대 ‘실리콘힐스’로 불린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공장 ‘S2’을 비롯해 델컴퓨터 본사, 중앙처리장치(CPU) 업체 AMD의 연구소 등이 밀집해 있고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와 오라클 등은 오스틴으로 본사를 옮긴다. 이처럼 오스틴이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반도체 클러스터가 된 데는 저렴한 땅값, 낮은 세율 외에 노동 인구의 절반가량이 대졸자일 정도로 고급 인력이 많다는 점 등이 영향을 미쳤다.






이런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기계적 지역 균형’ 정책 목표에 수도권에 자리한 반도체 클러스터마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다. 수도권에 대규모 반도체 공장을 운영 중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공장 증설 때마다 정부와 지자체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애초 계획 대비 준공 일정이 몇 년씩 늦춰지기 일쑤다. 일부 부처 내에서는 이들의 해외 공장 증설을 막을 명분이 없다는 푸념까지 나온다. 반도체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반도체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경기도를 공장 설립 시 ‘마지노선’으로 삼는다는 말이 있다”며 “무엇보다 설계·생산·패키징 등 각 반도체 공정별 유기적 결합이 중요한데 그런 관점에서도 경기권을 기반으로 반도체 클러스터를 강화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지난 1980년대까지 세계를 호령했던 일본 반도체의 몰락도 반도체 클러스터 형성 실패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실제 소니의 반도체 공장은 일본 최남단인 가고시마현에, UMC(옛 후지쓰)의 팹은 일본 중부인 미에현에, 재팬반도체(옛 도시바) 공장은 일본 북부인 이와테현에 각각 자리하고 있다. 이외에도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르네사스 공장은 구마모토현과 나카현에, 타워반도체(옛 파나소닉) 공장은 우오즈현에 각각 자리해 ‘집적의 이익’을 누릴 수 없는 구조다.



추격자 중국은 반도체 클러스터에 적극적이다. 그 중심에는 최대 파운드리인 SMIC의 본사가 있는 상하이와 중국 ‘스마트폰 굴기’의 상징인 화웨이 본사가 있는 선전이 자리한다. 양준모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는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제에 매우 중요한 만큼 정부나 지자체가 집적의 이익을 얻으려는 기업의 요구를 수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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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곳에 공장을 짓기 어렵기 때문인지 우리나라의 반도체 인력 부족은 메모리 최강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지경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인력 부족분은 2016년 1355명에서 2020년 1621명으로 되레 늘었다.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시행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육성법’을 통해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정원 확대를 꾀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역구 민원 해결에 우선인 의원들의 반대로 번번히 무산되고 있다. 실제 SK하이닉스 본사가 있는 경기 이천시는 이런 수도권 차별 정책에 2019년 “이천을 경기도에서 제외해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했다.

이 문제가 중요한 것은 앞으로 인력 확보가 반도체 패권을 위한 관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만 해도 조 바이든 행정부의 공급망 재구축으로 삼성전자·TSMC·인텔 등이 잇따라 미국 내 파운드리를 신설하고 있다. 그 결과 이런 공장들이 가동되는 오는 2025년 무렵이면 9만 명의 반도체 분야 인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반도체 굴기를 추진하고 있는 중국도 인재 사냥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칫 최고 기업과 인재를 모두 해외에 빼앗기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세종=양철민 기자·세종=우영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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