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2030, 팍팍한 현실에 생존 위한 '각자도생'…"내가 있어야 공동체도 존재"

[한국사회 바꾸는 뉴파워 2030] <하> 개인주의 앞세운 나홀로 세대

취업난에 결혼·출산 꿈도 못꿔

연공서열 대신 능력 우선시하고

내집마련 위해 위험자산 투자도

정치 참여·사회문제엔 소극적

"2030 탓하기보단 양극화 해소를"

연합뉴스연합뉴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고 받은 월급을 아껴 모아도 집 한 채 못 사는 현실 때문에 암호화폐와 영끌 투자에 나서는 겁니다.”(법조계에서 일하는 30대 김 모 씨)



“86세대 등 기성 세력이 너무 막강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네요. 목소리를 높여도 세상이 바뀌지 않으니 좌절감을 느낍니다.”(20대 대학생 박 모 씨)

한국 사회를 바꾸는 뉴파워 2030세대. 사회 곳곳에서 목소리를 높이곤 있지만 만성적인 취업난에다 저임금 노동으로 연애나 결혼, 출산, 내 집 마련은 언감생심이다. 2030세대의 경제적 자립 욕구가 어느 세대보다 큰 이유다. 40대 이전에 경제적 자립을 이뤄 조기 은퇴하는 ‘파이어족’이 되기 위해 주식이나 비트코인 등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2030세대도 적지 않다.



2030세대는 경제 성장기를 거쳐온 부모 세대에 비해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편이다. 내가 있어야 공동체도, 국가도 있다는 생각이다. 연공서열 대신 능력과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을 요구하고, 직장 내 인연보다는 연봉에 따라 자유롭게 이직하는 ‘각자도생’의 삶을 사는 2030세대도 많다. 이 같은 특성이 기업·조직 문화의 변화를 이끌기도 하지만 세대 간, 조직 내 갈등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관련기사



◇결혼·출산 대신 여가 중시…위험 자산에 적극 투자=3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는 역대 최저인 26만 500명에 불과하다. 합계출산율도 0.81명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낮았다. 혼인은 전년 대비 9.8% 급감한 19만 2509건으로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20만 건을 밑돌았다. 결혼 정보 회사 듀오가 지난해 11월 미혼 남녀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6.3%가 자신이 ‘파이어족’이라고 답했다. 조기 은퇴할 경우 가장 기대되는 점을 묻는 질문에 응답자 37%가 ‘취미 생활’이라고 답했다. 두 가지 조사 결과는 2030세대가 결혼·출산 대신 자신의 여가 생활을 중시하고 자산 형성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보여준다. 2030세대는 ‘빚투’나 ‘영끌’은 물론 위험 자산 투자도 망설이지 않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2030(20대 이하 포함)의 전국 아파트 매입 비중은 평균 31%로 처음으로 30%를 돌파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거나 전세를 끼고 주택 구입에 나선 2030이 많았다는 의미다.



◇개인주의로 사회·조직과 갈등…현실 참여·연대는 소극적=2030세대가 시대 변화를 주도하는 뉴파워로 떠오르면서 사회·조직과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기 주장에 강한 2030세대의 개인주의적 성향이 공동체 문화를 중시해온 기성세대와 곳곳에서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기성세대는 2030세대가 조직이나 공동체의 미래는 안중에도 없고 보상만 바란다고 지적한다.

2030세대는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나 ‘조국 사태’처럼 취업 문제 등 자신들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있는 이슈에는 분노한다. 하지만 정작 우리 사회의 해묵은 불평등·불공정 문제를 해결하는 직간접적 방법인 정치 참여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대 대선 투표 의사에도 이 같은 성향이 반영돼 나타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7~8일 한국갤럽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5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95% 신뢰 수준에 표본 오차 ±2.5%포인트)에 따르면 20대 대선에서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밝힌 18~29세 비율은 66.4%에 그쳤다. 전체 평균 83%에 크게 못 미치는 숫자로 연령대별로 보면 가장 낮다. 다른 연령대 투표율은 30대 84.1%, 40대 81.7%, 50대 87.2%, 60대 89.8%, 70세 이상 90.7%로 나타났다.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반감…2030세대만 탓할 수는 없어=기성세대는 2030세대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정치 참여와 사회적 연대에 소극적이고 개인주의적이라고 비판한다. 하지만 이들은 저성장으로 인한 취업난과 집값 폭등에다 코로나19로 더욱 팍팍해진 청년층의 삶을 직시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광고 업계에 종사하는 20대 심 모 씨는 “취업은 안 되는데 집값은 점점 오르고 노동 가치는 점점 떨어진다”며 “일만 해서는 미래가 없다고 생각해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실 참여에 소극적인 이유도 기성세대가 여전히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자신들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항변한다. 20대 직장인 이 모 씨는 “정치인들이 선거 때만 되면 청년 정책을 쏟아내지만 제대로 실현된 것은 거의 없다”면서 “2030세대 정치인이 늘어나야 청년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30세대의 바람대로 평등한 기회가 주어지고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는 사회, 혐오와 갈등이 아니라 공감과 협력의 사회가 되려면 정부와 기성세대의 전향적인 정책 추진과 함께 2030의 정치 세력화가 필요하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가 기성 노동자 보호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젊은이들이 꿈과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일자리는 외면하고 있다”며 “정부가 세대 갈등을 전면으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세대 간 갈등은 근본적으로 취업난과 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해야 풀 수 있다”며 “2030세대도 투표나 정치 참여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창영 기자·조윤진 기자·강도림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