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농사 어쩌나"…역대급 가뭄에 지자체 비상

농가마다 월동작물 출하 차질

대구선 무강수일수 71일 넘어

합천·달성은 대형산불까지 겹쳐

중앙정부 차원 대책마련 시급

경남도 농정국 직원들이 창녕군 계성면 양파밭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겨울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인들과 용수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상남도경남도 농정국 직원들이 창녕군 계성면 양파밭에서 지난해부터 이어진 겨울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인들과 용수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 제공=경상남도




“지금쯤이면 양파밭에 거름을 끝냈어야 하는데 올해 농사를 어떻게 해야 될지 속이 타들어 갑니다.”



3일 경남 창녕군 대지면 창녕양파장류연구소 인근 양파밭에서 만난 농부 김순례 씨는 “매년 이맘때면 양파 농가들은 3월 중순까지 영양분을 공급하는 3차 거름을 끝내야 하기에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데 지금은 일손을 놓고 있다”며 “최악의 겨울 가움으로 양파밭에 물을 제대로 주지 못해 자칫 한해 농사를 망칠 처지가 됐다”며 한숨을 쉬었다.

창녕 양파 농가는 최근 급한대로 옥천저수지와 광산양수장에서 농업용수 공급받았다. 하지만 올 겨우내 가뭄이 계속되면서 양파의 영양분이 되는 거름은 제대로 주지 못했다. 한 농민은 “마늘은 웃거름을 3월 15일 안에 끝내야 하고 3∼4번 웃거름을 주는 양파 역시 이 기간에 끝내야 하는 데 비가 오지 않아 1차도 못한 농가도 있다”며 “고육지책으로 끌어들인 농업용수는 작물에 냉해를 입힐 수도 있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50년 만에 찾아온 기록적인 겨울 가움으로 전국 지방자치단체에 비상이 걸렸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경남 합천과 대구 달성에는 대형 산불까지 잇따라 발생하면서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지자체들이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3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경남도는 최근 겨울철 강수량 부족으로 마늘, 양파 등 노지 월동작물의 생육 부진이 우려됨에 따라 급수 대책에 나섰다. 경남의 최근 2개월 평균 강수량은 2.9㎜로 평년 강수량 41㎜의 7% 수준이다. 특히 2월 하순 이후에는 본격적인 성장기여서 용수가 많이 필요한 시기인데 비가 오지 않아 노지 재배 월동작물의 출하에 차질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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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경남도는 노지 월동작물 주요 재배지역의 급수 대책을 위해 7억 원을 선제적으로 지원하기로 했다. 향후 가뭄이 지속될 경우 추가로 추경 예산에 반영한 가뭄 대비 용수개발 사업비 6억 2500만 원도 추가 투입할 예정이다. 최근에는 도내 시군 및 한국농어촌공사와 가뭄 대비 긴급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용수 공급을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전남 해남군도 최근 계속되는 겨울 가뭄으로 마늘, 양파 등 월동작물의 생육 부진이 우려됨에 따라 관내 농업용수 부족 지역의 가뭄 해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해남군 관내 주요 저수지 40곳의 저수율은 69.8%로 전년 같은 기간 저수율 83.3%보다 크게 줄었다. 일부 노지 밭작물의 경우 용수원이 한정적이고 유역 면적이 작아 농업용수 공급에 차질이 예상된다.

대구에서는 올 겨울 비와 눈이 기록되지 않는 무강수일수가 역대 최장인 71일을 기록한 데 이어 산불까지 겹치면서 비상이 걸렸다. 대구는 지난해 12월 17일부터 지난달 25일까지 기상 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래 역대 최장인 71일의 무강수일수를 기록했다. 역대급 겨울 가뭄과 건조한 날씨가 맞물리면서 실내외를 가리지 않고 화재가 증가하고 있다. 겨울 가뭄이 본격 시작된 지난해 12월부터 올 1월 사이 대구에서 발생한 화재는 모두 257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20% 늘었다.

울산에서는 건조경보가 내려진 가운데 올 들어 발생한 산불만 9건에 축구장 7.7개 면적의 산림이 소실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산불 발생 건수는 약 2배, 피해 면적은 15배나 늘었다. 올 겨울 울산의 누적 강수량이 평년 강수량의 6% 정도인 6.6㎜에 그친 영향이다. 울산은 극심한 겨울 가뭄으로 수자원 부족이 잇따르자 낙동강 원수의 공급 확대에 나섰지만 역부족이다. 현재 주요 식수댐의 저수율은 사연댐 20%, 대곡댐 6.5%, 회야댐 43.5%에 불과하다.

경남도 농정국 관계자는 “역대 최악의 겨울 가뭄에 산불까지 잇따르면서 농가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3월에도 별다른 강수 전망이 없는 상황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창녕=황상욱 기자 · 전국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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