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미국에 '로켓 엔진 공급 중단'을 선언하면서 양국 간 우주 협력에 균열이 발생할 전망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이번 공급 중단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경제 제재로 맞선 데 따른 보복 조처로 분석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로고진 러시아 연방우주공사(로스코스모스) 사장은 이날 국영 뉴스전문 채널에 출연해 "이런 상황에서는 미국에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로켓 엔진을 공급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른 물건을 찾아서 비행하도록 하라"며 "빗자루를 타게 놔두라"고 미국을 맹비난했다.
그는 "2022~2024년 12개의 RD-181 엔진을 미국에 추가로 인도할 계획이었고, 운용 특성이 개선된 RD-181M 엔진 인도에 대해서도 미국과 협의중이었다"면서 "그러나 지금 상황에서는 엔진을 공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의 주장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러시아는 미국에 로켓 엔진 RD-180 총 122대를 공급했으며, 이 가운데 98개가 미국의 '애틀러스 로켓'에 이용됐다. RD-180 엔진은 실제 미국의 보잉과 록히드마틴사가 제작하는 우주발사체 애틀러스 5(V)로켓의 1단계를 구성한다. 미국은 이런 애틀러스 5 로켓을 통해 지난 2002년 이후 미 공군의 극비우주선인 X-37B를 운반해 왔다.
미국과 러시아는 냉전 이후 수십년간 세력 갈등을 겪으면서도 우주 분야에서의 협력 관계를 견고히 유지해왔다. 로스코스모스의 이러한 조치는 유일했던 우주 분야 협력 관계마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음을 의미한다.
로고진 사장은 앞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서도 양국의 우주 협력의 상징으로도 여겨지는 국제우주정거장(ISS) 운영 문제를 언급하며 양국의 우주협력이 중단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